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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힙합듀오 XXX(엑스엑스엑스·김심야, 프랭크(FRNK)), 아직 대중에 낯선 이름이지만 힙합팬 사이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최근 발매한 정규앨범 ‘랭귀지(LANGUAGE)’ 한정반 2000장이 만 하루 만에 품절됐을 정도로 매니아 층에선 인기가 뜨겁다.

미국 뉴욕타임즈, 빌보드도 최근 XXX를 주목했다. 지난달 16일 뉴욕 타임즈는 XXX의 선공개 싱글이자 ‘랭귀지’ 앨범의 3번 트랙인 ‘수작’을 음악 추천란에 소개했고, 빌보드는 XXX와 인터뷰를 게재하며 “한국에서 음악을 만드는 기존의 공식과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XXX의 ‘랭귀지’ 앨범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흔히 생각하는 힙합적인 비트 외에 테크노, 하우스, 드럼앤베이스, 덥스텝 등 다양한 일렉트로니카 음악적 요소가 뒤섞여 있다. 프로듀서 프랭크가 만든 비트는 이처럼 힙합 외의 다른 장르도 섞는 동시에 끊임 없는 변주를 해댄다.

래퍼 이센스의 앨범 피처링 등으로 유명세를 탄 래퍼 김심야는 “XXX의 음악은 분명 힙합을 기반으로 하지만 힙합이라고 정의내리기엔 애매한 부분이 많다. 다양한 비트와 음악 소스를 활용하고, 전자 음악의 여러 요소에 랩이라는 기술을 얹은 다양한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다”며 “힙합의 장르를 나누는 기준이 ‘트랩’과 ‘붐뱁’만 있는 건 아니다. 듣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흔히 그렇게 나뉘지만 단순하게 구분짓기엔 세상에 너무 많은 힙합의 세부 장르가 있다. 우리 음악이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가거나 안 들어갈 순 있지만 힙합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듀서 프랭크는 “사실 장르를 구분짓는 건 무의미하다. 차용했거나 소스를 가져온 비트와 리듬, 음악의 장르가 다양하다. 그러나 굳이 그 음악 장르를 표방하진 않았다. 이번 앨범은 특정 장르를 내세우기 보단 내 감정의 흐름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해당 감정을 전달할 때 더 극적으로 느껴질 음악들을 사용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랭크는 “힙합은 가장 열려있어야 하는 장르다. 시작부터 다른 음악의 샘플링으로 시작됐다. 장르의 구분이 없어야 하는 음악이다. 본인이 힙합이라 말하면 그게 힙합”이라고 정의내렸다.

XXX의 음악은 때론 실험적이고, 떄론 파격적이다. 새 앨범 더블타이틀곡인 ‘간주곡’은 6분 39초짜리 곡인데 5분이 넘도록 프랭크의 비트 변주만 있고, 5분 쯤 진행된 뒤에야 김심야의 랩이 나온다. 프랭크는 이 곡에 대해 “‘화’만 다루려 했는데 화가 날 무렵 차분했다가 무기력했다가, 우울했다가 하지 않나. 그런 다양한 감정을 한 음악 안에 다 담아보려했다”고 말했다.

XXX는 지난해 7월 EP ‘교미(KYOMI)’로 데뷔했지만 멤버 둘의 인연은 2012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고등학교에 다니던 김심야는 아마추어 음악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들어가고 싶던 ‘열다’라는 크루에 연락을 하게 됐고, 크루의 모임에 나가게 됐다. 노량진의 편의점이 ‘정모’ 장소였는데 대학생이던 프랭크가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게 첫인상이다. 프랭크는 “첫만남 때는 사람이 많았다. 김심야의 첫인상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후 프랭크가 여행을 가려고 모아놓은 돈 300~400만원을 털어 ‘돕맨션’이란 팀을 결성, R&B앨범을 만들었는데 김심야도 래퍼로 참여하게 된다. CD 500장을 만들었는데 13장만 판매될 정도로 흥행에 참패한 뒤 둘은 음악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가진 돈이 더이상 없어 힙합 앨범을 무료로 공개하자는 가벼운 마음에 둘이 함께 낸 앨범 ‘XX’(2014년)는 힙합씬에서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현 소속사와 계약까지 하기에 이른다. 김심야는 “회사 들어오니 팀 이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무료 공개 앨범 ‘XX’에 ‘X’를 한글자 더붙여 팀이름을 삼게 됐다”고 말했다.

김심야는 프랭크에 대해 “음악을 만들고 싶을 때 다른 이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게 좋다.(웃음) 함께 오래 해와서 상대가 요즘 뭘 하고 싶어하는지 듣는 음악만 봐도 느낌이 온다. 작업할 때 서로에게 설명을 장황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XXX가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해보니 프랭크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인지 알겠더라”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프랭크는 김심야와 팀으로 작업을 하는 데 대해 “앨범을 만들 때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농담을 한 뒤 “김심야는 나보다 내 곡을 더 잘 이해한다. 함께 팀을 하지 않더라도 인간적으로 평생 인연을 이어갈 사람”이라고 말했다.

XXX는 힙합팬의 열렬한 호응을 얻지만 아직 일반인에겐 생소한 게 사실이다. 김심야는 “국내 힙합씬은 평판과 판매 실적이 동기화되지 않는 시장이다. 대중성과 화제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걸 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걸 분명 바라지만 어떻게 보면 타고나지 못한 거 같기도 하다. 내 노력만으로 그런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성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면 만드는 음악 스타일이나 주변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불평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진심으로 유명해지고 싶었다면 뭔가 다른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유명세 등에 신경을 아예 안쓰는 건 분명 아니다. 어느 정도 신경을 쓰는 건 맞다”며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김심야는 엠넷 ‘쇼미더머니’(이하 쇼미)에 출연하지 않은, 대표적인 래퍼 중 한명으로 꼽힌다. 당분간 ‘쇼미’에 출연할 생각이 없다는 김심야는 “내가 ‘쇼미’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진 않다. ‘쇼미’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쇼미’에 나왔던 래퍼들이 큰 영향력을 갖게 됐을 때, 내 기준에서,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은 사례들이 많다고 느껴진다. 내가 만약 쇼미에 나간다면 사실상 여러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게 맞다. 방송에 나가는 순간, 이제까지처럼 방송에 적대적인 이미지 등으로 돈을 벌거나 앨범을 만들면 안된다. 방송에 나가는 순간, 방송인이나 연예인인 동시에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XXX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심야는 “정말 타협하지 않고 잘싸웠다는 말을 듣고 싶다. 물론 이겼는지 졌는지는 나중의 문제다. 싸운 상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자신이다”라고 말했고, 프랭크는 “굉장히 멋있는 팀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목표를 묻자 김심야는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한 뒤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더 좋은 차도 타고 싶다. 음악을 오래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요즘 생겼다”고 말했다. 프랭크는 “생활비 걱정을 안할 정도로 돈을 버는게 우선적인 목표다. 음악 작업을 계속 하며 약간 지쳐있는데 다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뭔가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XXX는 최근 발매한 ‘랭귀지’와 더블 앨범을 이룰 새 앨범 ‘세컨드 랭귀지’를 내년초 공개할 계획이다. 김심야는 “어쩌면 우리 앨범 중 처음으로 방송 심의에 통과할 만한 곡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랭귀지’ 앨범이 ‘화’를 다뤘다면 ‘세컨드 랭귀지’는 화를 낸 후 힘이 없는 상황을 표현한 앨범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XXX의 김심야(왼쪽)와 프랭크. 사진 | BAN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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