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유통업계는 올해 유독 다사다난한 1년을 보냈다. 장기 불황 속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실적 악화를 겪었다. 이에 대형 유통기업들은 오프라인 채널 대신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기로 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물가 인상 대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구로
애경그룹 계열 백화점 1호인 AK플라자 구로점은 내년 8월 말 문을 닫는다.

◇‘성장 정체’ 오프라인 채널, 부진 점포 정리 ‘속도’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혹한기를 겪고 있다. 지속 된 경기 침체 속 영업 규제 강화, 시장 포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실적 부진 매장을 과감히 정리하며 점포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경그룹 계열 백화점 1호인 AK플라자 구로점은 내년 8월 말 문을 닫는다. AK플라자 측은 “최근 유통업계가 장기 저성장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구로점도 지속적인 영업환경 악화로 더 이상의 점포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체적인 손익구조 및 효율 개선을 통해 나머지 점포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오픈했던 미니백화점 엘큐브(el Cube) 매장 5곳 가운데 서울 홍대점과 부산 광복점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 달 철수했다.

emart

롯데마트 신규 CI_한글가로

홈플러스 CI(가로형)

대형마트 상황도 비슷하다. 이마트는 지난 5월과 7월 대구 시지점과 인천 부평점을 각각 정리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 고양 덕이점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6월 동대전점 1곳을 폐점했으며, 홈플러스도 지난 8월 동김해점, 부천중동점 등 2개 점의 문을 닫았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로고

신세계 온라인신설법인 신주인수 계약체결식02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 반포 소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신설 법인 신주 인수 계약 체결 발표식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가운데)과 이철주 어피니티 부회장(왼쪽), 윤관 BRV 대표(오른쪽)이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제공 | 신세계그룹

◇성장하는 이커머스 시장, ‘투자 경쟁’ 열기 후끈

반면 이커머스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롯데, 신세계그룹 등 대형 유통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경쟁에 나서면서 이커머스 시장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롯데와 신세계는 이커머스 사업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밝히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최근 향후 5년간 투자할 50조원 가운데 25%인 12조5000억원을 온라인 사업 확대와 복합쇼핑몰 개발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신세계는 지난 10월 말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니티(Affinity)’, ‘비알브이(BRV)’ 등 2곳과 온라인 사업을 위한 1조원 규모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기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집중됐던 그룹 핵심 역량을 온라인 사업에 집중해 신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의지다. 롯데는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 신세계는 2023년까지 10조원 규모의 매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1
김범석 쿠팡 대표(오른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CEO가 이번 투자 결정 이후 도쿄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그룹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제공 | 쿠팡

이런 가운데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유통 공룡’ 들과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영업적자가 이어진 쿠팡은 새로 수혈받은 자금을 바탕으로 물류·결제 플랫폼 분야 신사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편
최저임금을 둘러싼 편의점 점주와 본사 간의 갈등이 격화됐다. 사진은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협회 공동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추진과 관련한 업계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제공 |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최저임금 인상’ 점주-본사갈등 격화…가격 인상은 현재진행형

올 한해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격화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편의점 점주들의 반발이 컸다. 이들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의 50%를 본사에서 함께 부담하라는 요구도 내놓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7530원)에 10.9% 인상 된 8350원이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올해 초부터 각종 먹거리와 서비스 등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무인(無人) 시스템 도입도 확산되는 추세다. 편의점 업체를 비롯해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외식 업체들은 무인 자판기, 무인 주문기 등 점포 무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점포 무인화를 통해 인건비 절감과 운영 효율성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soul@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