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영
윤채영, 제공=피치 커뮤니케이션

[스포츠서울]올해도 일본에서는 한국 여자 프로 골퍼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상금 여왕에는 안선주(5승)가 빛났고 신지애(4승) 황아름(3승)이 그 뒤를 이었다. 이민영 배희경 유소연 등도 각각 1 승을 거두는 등 한국 여자 선수들이 합쳐 15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JLPGA)에서 개최된 38경기 가운데 약 40%를 한국 선수가 차지한 셈이다. 그 와중에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한 도약을 보인 사람이 바로 윤채영(한화큐셀)이다. 인기와 실력 모두 겸비한 선수만이 뽑힌다는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 홍보 모델에 사상 최다인 8년 연속으로 선정된 ‘원조’ 미녀골퍼 윤채영은 2017년부터 무대를 일본으로 옮겨 활약 중이다.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올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열한 번 톱10에 진입했고 연간 MVP 선정 기준이 되는 ‘메르세데스 랭킹’에서도 9위를 차지했다(참고로 1위 신지애,2위 안선주,6위 황아름이었다). 상금 랭킹도 5560만 1586엔으로 17위를 기록하며 KLPGA 시절을 포함해 개인 최고 성적을 거뒀다.

시즌 막바지에 한 단독 인터뷰에서도 “이번 시즌은 코스관리와 정신적인 면에서 성숙해졌고 나만의 골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며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일본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한 올해와는 달리 막 일본 땅을 밟았던 2017년은 그야말로 고생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초기에는 호텔에서 생활하거나 혼자 행동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호텔 생활을 오래 하지도 않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언제든지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기분전환이 가능했는데 일본에서는 외로운 나날들을 견디기에 벅찼다.”

하지만 다행히도 함께할 동료가 존재했다. 윤채영과 같은 한화큐셀 골프단 소속 선수로서 같은 시기에 일본에 진출한 이민영이었다. 본인보다 다섯 살 어린 후배임에도 불구하고 타국에서의 투어 생활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었다며 감사를 숨기지 않는 윤채영은 올해 한국 나이로 32세. 사실상 일본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녀야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점점 올라와서 30대가 되면 은퇴하는 선수도 많지만 제 경우는 시간을 역행하고 있는 것 같다(웃음). 이번 시즌 성적이 좋았던 덕분인지 일본에 잘 갔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다. 다른 한국 선수들에 비하면 늦은 일본 진출이라 더 빨리 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없진 않다. 하지만 기왕 늦게 온 거 짧고 굵게 해볼 때까지 해보자는 생각이다. 이제 한국 투어 시드도 없으니 일본 투어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은 한국에서 두 경기 밖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 KLPGA 투어 시드권은 없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시드권 획득으로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 정회원이 됐다. 이제 골퍼로서 일본을 주요 무대로 할 각오도 환경도 갖추어진 셈. 그런 만큼 내년 시즌은 반드시 1승을 올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우승 경험은 2014년 7월 제주 삼다수 여자 오픈에서 거둔 단 1승. 데뷔 10년 만에 이룬 첫 우승임과 동시에 프로 데뷔 160경기 만에 달성한 유일한 영광이었다. 1승의 어려움과 그 무게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윤채영은 올 시즌 얻은 확실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일본 투어 3년 차인 내년에는 우승을 노리고 싶다고 했다. “‘올해는 톱10에 진입한 게 열한 번이었는데 내년에는 열다섯 번이 목표다. 체력 문제도 있으니 다음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경기에 임할 생각이다.”

30대에 일본에 진출해 골퍼로서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원조 미녀 골퍼 윤채영. 내년에는 우승컵을 손에 든 모습을 기대해본다.

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번역: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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