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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엠넷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777)’(이하 쇼미)에서 우승한 래퍼 나플라(본명 최석배·26)와 준우승한 래퍼 루피(본명 이진용·31)는 같은 레이블 ‘메킷레인’ 소속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활동하다 한국으로 건너온 이 레이블의 수장은 루피다.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서 명성을 날리던 둘이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아왔다. 이들은 ‘쇼미’에 출연 안 할 것 같은 힙합 아티스트로 꼽혀왔지만 이번에 전격 출연해 큰 성과를 얻었다.

루피는 “원래 ‘쇼미’에 나가지 않은 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를 분명히 알릴 수 있지만 다른 도전을 해보지 않고, 그 보장된 방식을 택하는 건 매력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끼리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지만 활동을 하면서 우리를 알리고, 우리만의 방식과 멋을 알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쇼미’는 힙합 장르보다 위에 있다. 김연아 없는 피겨, 이창호 없는 바둑의 인기와 비슷한 것 같다.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까지 우리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꼭 필요한 플랫폼이었다. 그래서 ‘쇼미’에 출연하게 됐다. 팀원, 가족, 규모가 커지는 회사를 생각했다. 내가 조금만 자존심을 굽히고, 조금 하기 싫은 걸 하면 내 주변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단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루피는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국방의 의무까지 마쳤다. 성인이 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2014년 LA 한인타운 한 음악축제에서 나플라를 처음 만났다. 루피가 먼저 다가가 “음악적 비전을 구현하려면 네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나플라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2015년 1월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나플라는 회사 대표로서 루피에 대해 “숫자에 약하다. 대신 비전을 제시한다. 꿈을 크게 꾼다. 기본적으로 루피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는 데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리더십은 마음으로 끌어당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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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는 레이블 대표로서 롤모델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꼽았다. “아버지는 내가 한국에 온 첫해부터 ‘쇼미’에 나가길 바라셨다. 그러나 나는 ‘아빠, 저는 몽상가여서 그런지 남들이 똑같이 가는 길에서 얻는 성공이 매력적이지 않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을 멈추지 않겠다.”

나플라는 쇼미 우승에 대해 “‘톱12’ 정도까지는 올라갈 거라 생각했다. 여기서 날 떨어뜨리진 않을듯싶었다“며 ”그래도 탈락자를 발표할 때마다 긴장되더라. 루피 형과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루피는 “‘쇼미’는 랩을 잘하게 ‘보이는 것’에 특화한 프로그램이다. 저도 타이트하고 기술적인 랩에 집착한 시기가 있었지만 한국에 넘어와서 음악을 대하는 철학이 바뀌었다. 그런 게 이 프로그램 특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저로서는 우승까지 기대하긴 힘들었다. 다만 나플라는 자신이 가진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했기 때문에 그걸 보여주면 우승할 수 있다고 봤다”며 “내 경우에는 개인 음악을 들려줄 단 하나의 무대만 가질 수 있다면 만족했다. 준우승 뒤에는 마치 연예인, 지드래곤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나플라는 ‘쇼미’ 부상으로 받은 차량을 루피에게 선물했다. “루피 형이 고생하는 걸 가장 가까이서 봤기 때문에 형이 차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느꼈다. 형은 차에서 작업을 많이 해요. 미국에서도 집보다는 지하 주차장 어두운 공간에서 작업하길 좋아했다. 형이 이 차를 통해 좋은 음악을 만들 거란 걸 아니까 별로 아깝지 않다”며 우정을 과시했다.

한편 루피 & 나플라는 지난 4일 싱글 ‘워크 업 라이크 디스’(Woke up like this)를 발표하고 듀오로 활동에 나섰다.

monami153@sportsseoul.com

<나플라(왼쪽)와 루피. 사진 | 메킷레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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