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 모델 이현이, 배우 박재민, CEO 및 방송인 정재호. 말 잘하기로 소문난 3인이 함께 팟캐스트 '킹스스피치'로 뭉쳤습니다.


말 잘하는 것도 하나의 스펙이 된 요즘, 말하기가 어려운 현대인을 위해 만들어진 방송이 있습니다. 바로 에스팀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 '믹스콘(MIXCON)'이 지난 8월 15일 론칭한 인터넷라디오 '킹스스피치'입니다. '킹스스피치'는 아이스 브레이킹 고수되기, 면접 꿀팁, 돌려 말하기의 신 되기, 만년 '을' 탈피용 대화의 기술, 연애 코칭 등 매회 사연과 주제를 선정해 상황별 효과적인 스피치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여기에 가수 정진운, 모델 장윤주, '하트시그널2' 이규빈 등 짱짱한 게스트들이 등장하는 전화연결 코너 '킹스콜'도 재미를 더하는데요.


출연진들 역시 '말'에서 빠지면 아쉽습니다다. 깔끔한 진행 실력뿐 아니라 폭넓은 지식으로 각종 토크쇼에서 MC로 활약 중인 이현이, 연기와 진행에 이어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노보드 해설까지 맡으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뛰어난 입담을 과시한 박재민. 그리고 인기리에 종영한 채널A '하트시그널2'에서 특유의 친절한 매너와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정재호까지. 지금은 그 누구보다 언변에 능한 세 사람이지만, 이들도 말로 주눅 들고 대화를 두려워하던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Q: 말 잘하는 것도 하나의 스펙인 시대가 됐어요. 왜 점점 말의 중요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시나요?


박재민: 지금은 '자기 PR 시대'에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란 말은 옛말이 됐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얼마나 대처를 잘 하느냐가 생존 기법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면서 말의 능력이 중요해진 거죠.


정재호: 형 말에 조금 덧붙이자면, 지금은 텍스트 시대에서 비디오 콘텐츠로 넘어가는 시대거든요. 그때 가장 중요한 건 오디오, 즉 '말'이에요. 자기 목소리를 통해서 '개성'을 드러내야 하는데, 많은 현대인들이 그걸 두려워하는 거 같아요.


이현이: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글'에서 '말'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생각은 잘하는데 스피치 능력이 그만큼 못 따라오니까 점점 더 말하기 스킬이 중요해지는 거죠.


Q: 그래서 만들어진 방송이 '킹스스피치'군요. 방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무엇인가요?


이현이: 신조어 에피소드요. 나름 방송을 하는 사람이고, 그래도 트렌드에 발맞춰간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충격적이었어요.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 '비담(비주얼 담당)' 등이 기억에 남아요.


박재민: 부산 공개 방송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이날 신인 모델 김진곤, 이재무 씨가 게스트로 함께 출연해 '경상도식 단짠 고백법'을 알아봤었어요. 사투리에 관한 고찰을 하면서 한글 자체가 얼마나 재미있는 언어인지 느꼈던 시간이었어요.


정재호: 전 '연애' 편이요. 제가 유일하게 말이 없어졌죠. 이현이, 박재민 선배님들이 저를 엄청 놀리셨어요.


이현이 : 재호씨가 연애 고수인 양 투지가 불타올라서, 연애팁을 줘야 하는데 하는 말마다 너무 허당이더라고요(웃음). 연애를 글로 배운 티가 나요.


Q: 최근 부산에서 '킹스스피치' 공개방송을 했어요. 시민들과 가까이서 소통해 특별한 시간이었을 거 같은데, 소감이 궁금해요.


이현이: 그날 바람도 불고 춥고 기후가 안 좋았어요. 그런데도 시민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단 거에 놀랍고 감동을 받았어요. 절대 숫자가 많진 않았지만 한 분이라도 계속 지켜주셨단 것만으로도 뭉클하더라고요. 거기에 비해서 우리가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콘텐츠가 약한 건 아닌가 반성도 했죠.


정재호: 매번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방송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방송을 해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즉흥적으로 시민들의 의사도 들어볼 수 있었고 소통하다 보니 제가 살아있음을 느꼈어요.


Q: 전화연결 코너 '킹스콜' 게스트도 쟁쟁해요. 꼭 모시고 싶은 게스트가 있다면요?


이현이: 표창원 의원님을 모시고 싶어요. 방송을 통해서 스피치 하시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박재민: 전 손석희 님이요. 워낙 대담을 잘하시기 때문에 대담의 기법이 궁금해요.


정재호: 워낙 바쁘셔서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예능의 신' 유재석 선배님을 모시고 싶어요. 진행을 워낙 잘하시잖아요. 모두를 편하게,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말재간 꼭 배우고 싶어요.


Q: 평소 주변에서 말 잘한다는 소리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현이: 제가 생각했을 때 저희 셋의 공통점이 말끝을 흐리지를 않아요. 아무래도 방송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종결어미가 확실하고 한 문장 한 문장 다 완결형으로 끝내더라고요. 그런 요소들이 저희가 말을 잘하도록 보이게 하는 거 같아요. 사실 저희보다 말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죠.


Q: 어릴 때부터 말을 잘했던 건가요? 아니면 성장 과정에서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정재호: 절대 아니에요. 남들과 대화 나누는 것을 두려워하고 낯 많이 가리던 소심한 학생이었습니다. 특히 유학을 가서 대화가 잘 안 통하는 외국인들과 소통하면서 주눅 들어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대화에 끼기 위해 필사적으로 듣고 대화거리를 찾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하루에 많아야 한 번 정도 제가 리드해서 대화가 시작됐지만, 날이 갈수록 제가 대화를 이끌어주기 바라는 친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친구들이 공감할만한 대화 속 주제를 찾았던 작은 노력이 저를 바꿔 놓았죠.


박재민: 출생을 외국에서 했고 어린시절을 미국에서 보내다 보니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언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초등학교 내내 말을 했던 기억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친구가 지금도 없어요. 대신 1년에 400권씩 책을 읽었어요. 주로 어린이 동화책, 소설책, 만화책을 읽었는데, 어린 시절 책을 읽으면서 국어의 기본기가 다져진 거 같아요. 전 그래서 만화책이라도 좋으니까 어릴 때 되도록이면 책을 많이 읽는 걸 추천해요. 어릴 때 말은 못 했지만 성인이 돼 말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계기가 된 게 이런 기본기였거든요.


이현이: 어릴 땐 굉장히 말이 없고 소심했어요. 그런데 무슨 계기였는지 모르겠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반장이 너무 하고 싶은 거에요. 당시에 친구도 별로 없어서 반장에 뽑히려면 '연설'을 잘해야 될 거 같았어요. 그래서 선거 전날 A4 용지 한바닥을 써서 달달 외워서 갔어요. 그랬더니 다들 너무 놀란 거예요. 그렇게 반장이 되고, 감투를 쓰고 나니까 말을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Q: 말을 잘해서 이득을 본 경험이 있나요?


박재민: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해설 전문가' 박재민이란 수식어를 얻은 거요! 너무 감사하고 과분한 수식어죠. 스노보드를 처음 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정재호: 음식점에서 말을 기분 좋게 하는 편이에요. '제가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어요' '이모님 짱이에요' 등의 말을 하니까 아들 같다며 서비스를 잘 해주시고 예뻐해 주세요.


이현이: 반품이나 환불을 잘해요.(웃음)


Q: 반대로 말로 인해 손해를 본 경험도 있을 거 같아요.


이현이: 예전에 '베스트 패션, 워스트 패션'을 꼽는 프로를 한 적이 있어요. 평소 묘사나 비유를 즐겨 하는 편인데, 당시 스타들의 패션에 대해서 너무 말을 막 한 거에요. 워스트 패션으로 꼽혔더라 하더라도 다들 유명한 스타일리스트가 고른 옷일 텐데 '저거 무지개떡 아닌가요?' 이렇게 세게 말을 했어요. 화제는 많이 됐지만 그땐 방송국에서 마주치는 분들마다 사과하고 다녔어요.


정재호: 이성을 만날 때 말을 너무 조리 있게, PPT 발표 톤으로 하니까 인위적이고 가식적으로 느끼더라고요. 저는 진심인데, '나한테만 이러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 하는 거겠지'하고 의심해요. 거짓된 모습으로 볼 때 슬퍼요


Q: 말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거 같아요. 리스닝에도 자신 있는 편인가요?


박재민: 굉장히 자신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더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이 강해지고 경험이 많아지다 보니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더라고요. 이렇게 꼰대가 돼가는 건가 봐요.(웃음)


Q: 마지막으로 '킹스스피치'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박재민: '킹스스피치'의 정규편성이요. 지상파까지 가는 게 목표입니다.(웃음) KBS2 예능 '안녕하세요' 같은 프로그램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전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줘서가 아니라 저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고, 내 고민을 누군가 들어주는 거 같은 느낌을 시청자들이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세상 누구나 '말' 때문에 고민할 텐데, 그런 고민을 공감할 수 있는 방송이 편성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내년에는 '킹스스피치'를 통해 말 때문에 고민하는 많은 분들을 직접 찾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방송뿐 아니라 강연, 토크콘서트도 좋고요. 좀 더 많은 분들께 '말하는 고민을 혼자 가슴속에 쌓아두지 말고 누구한테든 얘기를 해보세요'라는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2019년이 됐으면 좋겠어요.


한편, 라디오토크쇼 킹스스피치는 매주 수요일 팟캐스트 팟빵을 통해 방송되고 하이라이트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서 청취할 수 있습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ㅣ정하은기자 jayee212@sportsseoul.com , 에스팀 제공

영상 편집ㅣ조윤형기자 yoonz@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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