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2018년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됐다. 10일(한국 시간)부터 시작돼 14일 룰파이브 드래프트로 막을 내린다. 윈터미팅이 열리게 되면 기자들은 호텔 로비에서 에이전트들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는데 ‘그’가 나타나면 수 십명의 기자들이 몰려든다. 바로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66)다.

올해는 전 워싱턴 내셔널스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의 계약건으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201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전 휴스턴 애스트로스 좌완 댈러스 카이클도 보라스의 고객이다. 윈터미팅과 오프시즌은 ‘보라스 타임’이다. 언론의 최대 관심은 보라스의 장담대로 MLB 최초의 4억 달러(약4490억 원) 선수 탄생 여부다. 보라스는 이미 각 구단에 100여 페이지가 넘는 ‘하퍼 리포트’를 배포했다. 보라스가 자신의 고객 몸값을 최대한 받아내기 위해 애용하는 방식이다. 하드 커버로 장식된 바인더에는 왜 하퍼가 4억 달러를 받아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가득하다. 2001년 시즌 박찬호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왔을 때도 이 방법을 사용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양 ‘X-파일’로 이름붙여 포장했다.

지난 주 워싱턴 내셔널스 테드 러너 구단주는 하퍼가 워싱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사실상 재계약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 구단은 하퍼에게 10년 3억 달러(3367억5000만 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퍼는 이제 26살이기 때문에 계약 기간은 별 문제가 없다. 지금과 같은 활약이 이어질 경우 명예의 전당 회원도 가능한 터라 구단으로서는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액수다. 역대로 2억 달러(2245억 원) 이상의 FA 계약은 거의 실패다. 구단이 함께 망하는 길이다. 마이애미 말린스와 13년 3억2500만 달러(약 3648억1250만 원) 계약을 맺은 지안카를로 스탠턴(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은 FA가 아니라 소속 팀으로 계약을 연장한 케이스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2000년 겨울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북미 스포츠 사상 최초로 10년 2억52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엔 박찬호와 5년 6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보라스가 만든 작품이다. 2010년 파산을 선언한 톰 힉스 전 구단주는 로드리게스와 계약을 “가장 잘못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후회했다. 초대형 계약으로 영입한 로드리게스와 박찬호가 있는 동안 텍사스는 가을야구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결국 로드리게스는 뉴욕 양키스, 박찬호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트레이드됐다.

LA 에인절스는 2011년 12월8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 ‘더 맨’으로 통했던 1루수 앨버트 푸홀스와 10년 2억40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푸홀스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신인왕 및 MVP를 3차례 수상했다. 타격왕 1회, 홈런왕 2회, 타점왕 1회 등 당대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나 에인절스 이적 후 2015년 올스타게임에 한 차례 선정된 게 전부다. 남은 과제는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어느 팀을 선택할지 정도다. 세인트루이스에서 11년을 뛰었고 에인절스에서는 10년을 뛰게 된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2루수 로빈슨 카노의 10년 2억4000만 달러 계약이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구단은 12월3일 마무리 에드윈 디아즈와 함께 카노를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했다. 잔여 연봉 5년 1억2000만 달러 가운데 2000만 달러를 메츠에 얹어줬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프린스 필더와 맺은 9년 2억1400만 달러 계약도 실패로 끝났다. 디트로이트는 두 시즌을 마치고 2014년 필더를 텍사스로 트레이드했다. 필더는 텍사스에서 목 부상으로 3시즌 후 은퇴했다.

야구는 한 명의 슈퍼스타로 시즌을 성공하는 종목이 아니다.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를 영입하면 성공하는 농구와 다르다. 이번에 희생양은 어느 팀이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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