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성민 작가 [포토]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영화를 통해 IMF 당시를 후회하는 관객 분들께 선택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상황 때문이었다고 위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은 엄성민 작가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과정 졸업 작품으로 준비한 시나리오에서 시작됐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엄성민 작가는 IMF를 소재로 시나리오를 쓰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해 관련 내용을 조사했고 외환위기 직전 비공개 대책 회의에 대한 내용을 보고 ‘협상’을 둘러싼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그렇게 출발했다.

엄성민 작가는 데뷔작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고 호평을 얻는 것에 대해 “실화를 소재로 영화를 준비하며 조심스럽고, 최대한 진정성을 다하며 준비하려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보고 그 시절을 상기하고 이야기해주시는 것을 보며 ‘역시 이 사건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일이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신의 시나리오가 영화로 탄생된 것에 대해 “너무 좋은 영화로 나와 감사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감사했다”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IMF 당시에 대해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생이 되는 겨울이었다”고 회상한 엄성민 작가는 “그 때는 모든 집들이 어려움을 겪고, 학교에 가면 ‘아버지께서 실직한 사람은 손 들어봐’라고 말하고 금모으기를 했던 그런 기억이 있었다. 영화를 본 많은 젊은 세대 관객들이 부모님께 당시에 대해 여쭤본다고 들었다. 나 역시도 시나리오를 쓰며 많이 여쭤봤다. 그 때의 일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영향을 준 일이었다는 것을 새삼 상기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김혜수가 연기한 한시현 캐릭터였다. 누구보다 먼저 위기를 알고 이성적이면서도 진취적인 한시현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리더기도 했다. 엄성민 작가는 한시현 캐릭터의 탄생에 대해 “실제로는 위기 대응을 효과적으로 못했지 않나. 누군가가 나서서 고군분투하는 이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 자체가 나온 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사량이 많기 때문에 누구의 목소리로 전달될 때 관객들이 신뢰감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김혜수 씨가 연기해주시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너무 처음부터 김혜수 씨를 생각하며 썼는데 흔쾌히 출연해주셔서 감사했다”고 김혜수에 대한 고마움을 말했다.

더불어 유아인이 연기한 윤정학 역에 대해서는 “IMF 위기 당시 협상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만 다루면 작품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위기에 임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내면 어떤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엄성민 작가 [포토]
영화 ‘국가부도의 날’ 엄성민 작가. 사진|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국가부도의 날’에 있어서는 가장 주목 받았던 프랑스 국민 배우 뱅상 카셀의 캐스팅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엄성민 작가는 “상상한 것 이상으로 좋은 배우 분들을 캐스팅해주신 것 같았다”며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배우 분들 덕분에 이야기가 풍부해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그렸기에 조심스럽고 진정성 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엄성민 작가는 “협상의 묘사에만 그치지 않고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을 위로하는 이야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IMF 때 고생을 하신 분들이 ‘내가 그 때 그 선택을 안했어도…’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영화를 통해 그 때 선택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뜨겁게 위로해드리고 싶었다”고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말했다.

통계학을 전공했지만 문화센터에서 영화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의 꿈을 키운 엄성민 작가다.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 화려한 데뷔를 해낸 그는 “여전히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고 준비하고 있다”며 “꼭 실화보다는 찾아낼 수 있는 뿌리가 있어 취재하고 공부해 상상력을 더할 수 있는 그런 소재를 해보려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각오를 밝힌 엄성민 작가는 “부족한 신인의 작품을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끌어 올려주셔서 감사하다. 덕을 많이 보지 않았나 싶다. 많은 분들께 빚을 진 데뷔작이다”고 ‘국가부도의 날’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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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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