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우리는 "포기하지 말자"는 관용구를 참 많이 씁니다. 자신에게도 그렇고 누군가를 위로할 때도 자주 사용하곤 하죠. 하지만 호기롭게 내뱉다가도, 실천으로 옮기려고 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 포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꿈을 이룬 가수가 있습니다. 미교(26)가 그 주인공입니다. 미교는 2015년,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걸그룹에 도전했지만 모두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창구를 통해 또 다른 가지를 뻗어나갔습니다.


2016년 12월 처음 커버 영상을 게재하며 밑바탕을 다졌고, 지난해 8월 윤종신 '좋니'의 답가를 불러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대중의 뜨거운 반응은 미교의 솔로 앨범이 탄생하는데 윤활유가 됐고, 마침내 지난 1월 첫 솔로 앨범을 세상에 내놓으며 재데뷔에 성공했습니다.


실제로 만난 미교는 해사하면서도 진중했습니다. 그가 전하는 말 곳곳에는 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현재에 대한 감사가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어떤 가수든 통상적으로 거치는 절차인 쇼케이스도 미교에겐 특별하고 감사한 기회였다고 합니다. 당연시하며 지나쳤을 법한 것들도 두 번의 실패 덕분에 미교에겐 모두 소중한 기회가 된 거죠. 마침내 날개를 편 그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Q. 처음 유튜브에 노래 영상을 올리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걸그룹 활동이 두 번 무산된 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든 생각은 당장 가수로 활동을 못해도 많은 분들에게 제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거였어요. 이게 결정적이었죠. 커버 영상을 게재하는 게 생각보단 어렵지 않더라고요. 유튜브에서 계정을 개설하니 채널이 생기더군요. '이렇게 올리는구나' 하나씩 습득해가면서 처음엔 큰 기대 없이 커버 영상을 게재하기 시작했어요.


Q. 윤종신 '좋니' 커버 영상이 1000만 뷰 돌파했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좋니'를 공개하기 전에도 커버곡 영상은 꾸준히 올렸고, 조회수는 항상 5만 정도가 나왔어요. 그런데 황치열 선배님의 '매일 듣는 노래', 드라마 '도깨비' OST 커버곡부터 반응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조회수가 10만, 20만을 넘기기 시작했죠.


'좋니'도 그 정도 반응이 나올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여러 SNS에 '좋니' 커버 영상들이 공개되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윤종신 선배님도 SNS에 제 커버 영상을 언급해주시기까지 했죠. 시간이 지나니 한 음원 차트 검색어 1위로 제 이름이 오르기도 했어요. 정말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죠.


Q.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 특유의 영상미가 돋보여요. 편집과 구성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몇 차례 변화가 있었어요. 첫 커버 영상부터 다섯개 정도까지는 한 녹음실에서 촬영했어요. 제가 휴대전화로 직접 찍어 올렸고 자막, 편집도 스스로 했죠. 일련의 과정들을 스스로 배운다는 점과 영상이 완성돼가는 과정이 기분이 좋았어요.


'좋니' 때부터는 영상미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변화를 주기 시작했어요. '좋니' 영상은 지인 집을 찾아서 몇 시간에 걸쳐 촬영한 거예요. 최근에는 영상과 촬영 모두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들께 도움을 받고 있어요.


Q. '좋니'는 단순 커버가 아닌 '답가'라는 형식을 가미한 게 새로웠어요. 답가를 만들게 된 계기를 알고 싶어요.


'좋니'도 애초에는 단순 커버 곡으로 만들자는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녹음을 마친 후 다시 가사를 보니 변화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니' 가사에 '남자'라는 단어가 있는데, 전 여자이니 이 부분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러다 보니 '여자'라는 단어만 바꾸는 것보다 내용 자체를 조금 변형해 답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가사를 쓰고 녹음도 다시 했죠. 가사를 크게 바꾼 건 아니고 틀 안에서 조금 변화를 줬어요.


Q. 걸그룹 활동이 무산된 후 유튜브에 도전했고 마침내 솔로 가수의 꿈을 이뤘어요. 쉽지 않은 길이었는데 버틸 수 있던 힘은 무엇이었나요?


걸그룹 활동이 잘 안돼서 제가 포기하는 게 많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작도 제대로 못해 봤는데 두 번 엎어졌다고 좌절하면 안 된다고 느꼈죠. 걸그룹 활동을 하면서 제가 왜 가수를 하고 싶은 지를 다시 곰곰이 생각한 계기도 됐어요. "정말 노래가 좋아서 가수의 꿈을 키웠던 건데"라고요. 실패의 경험이 약이 됐다고 생각해요.


또 아직 저를 잊지 않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 덕분에 더 포기할 수 없었어요. 걸그룹 활동 때부터 절 응원해주신 분들이 아직도 응원해주고 있어요. 떠난 분들도 있지만 지금까지 응원해주시는 분들은 제가 특별히 활동을 하지 않았을 때도 한결같이 힘을 주셨어요.


Q. 솔로 데뷔 후, 가족과 지인의 반응은 어땠나요?


부모님은 표정이 한결 더 밝아지셨어요. 또 지인들이 먼저 연락해 제 얘기를 꺼낸다고 하시더라고요. 친구들도 주변 사람들이 제 얘기를 하면 자랑스럽다고 합니다. 또 지인들에게 좋은 노래를 추천받을 때면 제 곡이 껴있더라는 말도 들었어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죠.



Q. '커버 유튜버'보다 '가수' 미교로 인정받는다고 느낄 땐 언제였나요?


최근 대학 행사를 많이 했어요. 여름까지만 해도 커버 곡들이나 답가 위주로 불렀는데 시간이 지나고 제가 앨범도 내면서 곡이 많아졌거든요. 행사 후반부엔 제 곡을 불러달라고 요청하신 분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때 '이제 내 노래를 조금씩이라도 알아봐 주시는구나', '내가 가수가 되긴 했구나' 이 생각이 들었어요. 커버 가수가 아닌 미교로요.


Q. 전국 콘서트와 미니 콘서트를 마친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전국 투어 콘서트는 지난 1월에 데뷔한 후 바로 시작했어요. 또 미니앨범을 발매하기 전에는 미니콘서트를 했죠. 전국 투어 때는 제 곡이 두 곡 밖에 없어서 커버 곡들로 무대를 채웠어요. 그래서 그땐 콘서트를 하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자고 생각하고 임했습니다.


미니콘서트에선 제 노래 여섯 곡 정도를 불렀는데 '벌써 곡들이 이만큼 늘었나'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칭찬하게 되더라고요. 낯익은 팬분들도 많이 보여서 행복했습니다.


Q. 앞으로도 가수와 유튜버 활동을 병행하는 건가요?


네. 앞으로도 병행할 계획이에요. 요즘은 영상을 잠시 못 올리고 있지만 조만간 다시 여러분들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Q. 최근 커버나 답가로 부르고 싶은 곡이 있나요?


요즘 엑소 선배님들의 '템포(TEMPO)'가 느낌이 너무 좋아서 커버 욕심이 나더라고요. 임한별 선배님의 '이별하러 가는 길'은 답가로 불러보고 싶어요. 사실 임한별 선배님과 듀엣으로 불러보고 싶기도 해요. 저는 여자 버전으로 원곡에 섞어서 부르는 거죠.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Q. 가요계에 여자 솔로 가수가 별로 없어요. 미교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싶은가요?


저의 롤모델은 백지영, 린 선배님이에요. 어떤 곡을 들어도 감정을 잘 표현하신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저 또한 노래마다 저만의 감정을 잘 녹일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역시 미교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Q. 내년 활동 목표와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몸이 조금 허약한 편이라 건강관리를 잘 하면서 내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또다시 새 출발하는 마음으로 앨범이나 OST 등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팬분들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보답할 테니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이게은 기자 eun5468@sportsseoul.com, 미교 유튜브 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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