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호
문화잡지 해피투데이 현철호 발행인 제공|해피투데이

2010년 창간한 문화잡지 ‘해피투데이’가 2018년 12월로 100호 발행을 맞았다. 인터넷,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점점 ‘읽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해피투데이’는 묵묵히 지원해온 발행인 현철호 대표의 뚝심 덕에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다. 중견 프랜차이즈 식품 업체 네네치킨의 수장이기도 한 현철호 대표는 ‘기업이윤은 다시 사회로 환원되어야 한다. 그것이 문화적이라면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으로 ‘해피투데이’를 발행하고 있다. 창간 100호를 맞아 정유희 ‘해피투데이’ 편집장이 현 발행인과의 인터뷰를 특별기고했다. <편집자주>-‘해피투데이’가 100호를 발행했습니다. 발행인으로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해피투데이’를 발행하기 전, 몇 년간 ‘행복합니다’라는 문화잡지를 발행했으니까 모두 합하면 10년 넘게 잡지를 발행하고 있어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환경이 너무나 많이 바뀌었잖아요. 스마트폰이 세대 간의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예전보다 책을 더 안 읽고, 세대 간의 단절도 더 심해졌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고도 보다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문화잡지가 있다면 잡지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양상을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스마트폰과 온라인 매체가 범람하는 현실 속에서 ‘해피투데이’를 계속 발행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쉬운 일은 아니죠. 언젠가 ‘해피투데이’에서 봤던 ‘기적의 도서관’ 안찬수 사무처장의 인터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그가 했던 말 중, “디지털은 ‘하이테크’고 종이매체는 ‘로우테크’라는 건 착각이다. 종이책은 인류가 만들어낸 매우 매력적인 하이테크이며, 시간이 지나도 유용하고 대체 불가능한 매체이다”라는 말에 ‘맞다’ 하며 제가 무릎을 쳤어요. 책은 10년이 지나든 100년이 지나든 필요할 때 언제든 편리하게 꺼내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만약 CD 속에 책이 천 권이 들어 있다고 칩시다. 플레이어가 당장 없으면 책을 볼 수가 없잖아요. 한편 시간이 많이 흐른 뒤 플레이어나 시스템 사양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거나 구동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지 않으면 아예 책을 볼 수 없게 되겠죠. 그런 면에서 책은 어느 때에나 가장 쉽게 볼 수 있으니 어떠한 매체보다 진보한 매체라고 생각해요.

-‘해피투데이’를 처음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이유는 단순했어요. 십 수년 전, 양희은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에서 IBK기업은행의 협찬을 받아 ‘여성시대’라는 무가지 월간지를 만들고 있었어요. 제가 당시 은행 지점장한테 잡지 발행 제작비를 물었더니 월에 13만 부 정도를 발행하고 있고 약 7000만 원 정도의 제작비가 든다고 하더라구요. 그 정도 금액이면 당시 두 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광고할 수 있는 금액이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단순히 광고비로만 돈을 쓰느니 프로그램과 연계해 좋은 정보를 전달하는 잡지도 만들고, 광고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교통방송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김흥국&정연주의 ‘으아~ 행복합니다’ 연계 잡지를 네네치킨에서 협찬해 만들고, 대신 ‘으아~ 행복합니다’에 무료로 네네치킨 광고를 넣었죠. 그때 ‘행복합니다’ 잡지를 매달 10만 부 정도 발행했어요. 많은 사람이 사는 이유가 행복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러다 보니 ‘행복이란 게 과연 무엇일까’라는 물음이 저한테 계속 있었어요. 그렇게 고민하다 내린 나름의 행복의 정의를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사람들이 대내외적으로 ‘성공한 삶’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는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고, 마지막으로 뜻깊은 활동을 통해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의 삶도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위 세 조건에 부합되는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해서 ‘행복합니다’에 싣고, 라디오 프로그램 사연 중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에 관한 사연을 추리고 편집해 또 실었어요. 그러다 그 프로그램 광고가 끝나면서 공들여 만들던 잡지까지 없애는 게 아깝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해서 제호를 ‘해피투데이’로 바꾸고 편집부를 회사 내부에 두고 계속 잡지를 만들었죠. 이후 우리는 식품회사이기 때문에 이왕 잡지를 만들 바에야 발행 취지를 사람들에게 더 지혜롭게 잘 전달할 잡지 전문가 그룹이 만드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오래 문화잡지를 만들어온 정유희 편집장과 인연을 맺고 전체 편집권을 일임, 책을 발행하고 있어요.

-잡지 발행 이전에 도서관을 지으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어요.

맞아요, ‘기업을 경영해서 이윤이 생성되면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전국 곳곳에 사랑방과도 같은 도서관을 많이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미래의 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당장 내 상황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했죠. 그러다 문득, ‘잡지가 걸어 다니는 작은 도서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잡지지만 알차게 잘 만들면 양서(良書)가 모여 있는 작은 도서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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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잡지 해피투데이 현철호 발행인 제공|해피투데이

-회장님의 행복한 일상이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먹는 걸 참 좋아해요. 배고플 때 맛있는 밥 한 끼 먹을 때 정말 행복해요.(웃음) 또 제 입맛에 꼭 맞는 커피를 마실 때도 정말 행복하구요. 아마 가리는 음식 없이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음식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좌중 웃음) 또 소설을 읽을 때, 그게 전집이든 무협지이든 한번 빠져들면 밤을 새워서 읽어요. 드라마나 미드도 좋아해서 실시간으론 챙겨서 못 보지만, 다시 보기로 몰아서 한 번에 봐요. 제가 SF 액션 판타지 영화도 즐겨 보는데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선 심해를 탐사 중인 해저 탐험대가 정체 모를 거대 생물에게 공격을 당해 사투를 벌이는 <메가로돈>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어요. 저는 행복이 저 먼 미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까운 오늘, 바로 지금 내 곁에 행복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자주 느끼고 있고 실제로 체감하려고 노력해요.

-어릴 적 꿈이 ‘어부’였다고 알고 있어요.

당시엔 내륙지방에만 살았기 때문에 바다를 동경했어요. 철없을 때니까 무작정 ‘마도로스’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웃음) 중학교 때까지도 해군사관학교나 해양대학에 진학해서 선장이 되고 싶었으니까요.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죠. 막연한 꿈이었어요.

-해맑은 학생이었을 거 같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철없고 단순하긴 마찬가지예요. 최근에서야 어릴 적 우리 집이 가난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웃음) 그 당시는 다 비슷비슷하게 살았고, 적어도 밥은 안 굶고 살았으니까 ‘중산층 정도는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니 제가 정말 가난한 집 아들이었더라구요. 어떤 가난과 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잘 없었던 거 같아요. 정말 철없이 살았던 거죠.

-그럼 언제쯤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세요?(웃음)

철들면 죽는다는 말이 있어요.(좌중 웃음) 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예요. 남한테 해 끼치지 않고 제 상식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하면서, 한편 제가 옳다고 판단하는 일은 밀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는 삶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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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잡지 해피투데이 현철호 발행인 제공|해피투데이

-학자 같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고, 한 기업의 수장인 데다가 문화잡지의 발행인이다 보니 익스트림 레포츠 쪽에는 별로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스킨스쿠버와 오프로드를 즐긴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오프로드는 지금도 즐기고 있고, 패러글라이딩도 한 2년 정도 즐겼어요. 저는 혼자 할 수 있는 익스트림 레포츠를 즐기는 편이에요. 최근 뜻한 바가 있어 양평에 있는 ‘설매재자연휴양림’을 매입했는데 그 덕분에 포클레인 운전을 자주 하고 있어요.(웃음) 현재 휴양림 곳곳의 길을 재정비하는 시기인데요, 손봐야 할 것이 끝도 없더라구요. 포클레인을 몰며 숙련 기술자도 어려워하는 훼손된 길들을 제가 손수 정비하고 있는데 포클레인 전문가인 한 지인이 포클레인 운전하는 제 모습을 보더니, 포클레인이 뒤집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구요.(웃음)

-삶의 최종 목표 지향점이 있다면.

인생을 살면서 내가 ‘누군지’, ‘왜 사는지’, ‘어떻게 살 건지’에 관한 물음은 계속 있었어요. 지금의 나이가 되니까 제가 ‘왜 사는지’와 ‘어떻게 살 건지’는 대략 알겠는데, 제가 ‘누군지’에 관한 물음엔 뚜렷한 답을 아직 못 찾았어요. 그런데 내가 누군지 끊임없이 묻는 삶과 묻지 않는 삶엔 큰 차이가 있어요. 그렇게 스스로 자신이 누군지에 관해 끊임없이 묻다 보니까 내면의 근원적인 불안감이 사라졌어요. ‘나의 시초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를 생각해보면 가깝게는 부모님으로부터, 더 위로 올라가면 조부모님과 조상들, 그런 식으로 쭉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지금의 제가 있기 위해서 지구, 더 높게는 태양계가 있어야 하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저를 중심으로 역피라미드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엔 모든 생명과 제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다다랐어요. 제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존재였는데, 세상에 나와 현재의 저를 형성하기까지 많은 것들을 섭취했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수박 한 덩이를 섭취해요. 그럼 그 수박은 많은 요소와 함께 제 몸을 이뤘다가 빠져나가죠. 수박은 하나의 작은 씨앗으로부터 시작되잖아요. 그 씨앗이 큰 수박이 되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그중 식물의 가장 큰 특성은 광합성 즉, 빛 에너지를 이용해 스스로 성장해요. 그렇기 때문에 식물의 경우, 일차적인 빛 에너지의 변형물이에요. 초식동물은 그 식물들을 섭취해 자신을 형성하고,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통해,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해 있는 인간은 이 모든 걸 섭취하며 자신을 형성하죠. 종합해볼 때 결국, 저의 시초와 근원은 ‘빛’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근원이 빛이라고 치면 세상 살아가는 데 절망할 일이 별로 없어요. 스스로 작게라도 빛을 낼 수 있으니까요. 제 빛으로 다른 사람까지 비추진 못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삶 자체는 비출 수 있잖아요. 절망적인 상황과 마주하면 우린 흔히 ‘앞이 캄캄하다’고 말하곤 하죠. 그렇지만 작은 빛이라 하더라고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 최소한 살면서 크게 절망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렇듯 자신이 누군지 알아간다는 건 굉장히 가슴 떨리는 일,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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