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드 벨
한화에 입단한 채드 벨. 캡처 | MLB SNS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몇몇 관계자의 전망과는 정반대다. 100만 달러 상한제가 생기면서 오히려 소모전 없이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리스트에 올려둔 선수들과 신속하게 접촉하고 영입을 확정하는 모양새다. KBO리그 외국인선수 시장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벌써 새 얼굴만 4명이 확정됐다. 한화가 지난 15일 데이비드 헤일, 키버스 샘슨과 작별하며 우완 워윅 서폴드와 좌완 채드 벨을 영입한데 이어 SK는 16일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메릴 켈리를 대신할 브록 다익손 영입을 발표했다. 그리고 19일 KT가 새 외국인투수로 라울 알칸타라를 데려왔다. 더불어 로저 버나디나와 이별을 결정한 KIA는 외국인 외야수로 제레미 해즐베이커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리즈가 종료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최소 4팀이 새 외국인선수를 영입했거나 협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 보통 11월말 보류권 행사여부를 결정하고 12월부터 1월까지 기존 선수의 재계약 및 교체 방침을 확정하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속도다.

외국인선수 스카우트의 뚜렷한 방향성과 100만 달러 상한제 효과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담당자가 수년 동안 외국인선수들을 지켜보고 리스트를 작성하면 영입 작업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한화, SK, KT, KIA 모두 예전부터 봐온 선수들을 영입 대상으로 삼았고 에이전트와도 어느 정도 교감을 이룬 것으로 안다. 시즌 종료 후 기존 외국인선수 교체 여부를 조기에 확정짓고 에이전트와 접촉해 협상을 마무리했을 것”이라며 “100만 달러로 금액이 제한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예전에는 에이전트가 원하는 금액을 듣고 금액을 높이려고 다른 구단과 접촉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쟁을 붙여 선수의 몸값을 올리곤 했는데 100만 달러로 금액이 한정되면서 계약에 속도가 붙었다”고 해석했다.

KBO리그가 외국인선수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는 ‘거품론’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시카고 컵스 성민규 스카우트는 2016년 스프링캠프 당시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연봉을 보면 한국에 오는 선수들이 얼마나 큰 돈을 받는지 알 수 있다. 마이너리그 선수에게는 50만 달러도 엄청난 금액이다.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데려온다면 몸값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마이너리그에 있는 선수에게 100만 달러를 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외국인선수 영입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던 현장의 예상과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2018시즌 중반 100만 달러 상한제가 발표되자 몇몇 감독들은 “이제부터 수준급 선수를 데려오기 힘들 것이다” 혹은 “국내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올 수 있을지 걱정된다. 외국인선수를 데려오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 등의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물론 100만 달러 상한제로 현역 메이저리거를 데려올 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는 선수들 중에는 과거 알렉시 오간도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제프 맨쉽처럼 수년 동안 빅리그 로스터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선수는 없다. 상한제로 인해 구단들도 무리해서 메이저리거를 데려오기 보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 영입전략을 세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역 메이저리거를 놓고 일본 구단과 몸값 경쟁을 벌이는 경우도 빈번했으나 이제는 한국과 일본이 바라보는 외국인선수의 클래스가 뚜렷하게 나뉘었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후 수많은 선수들이 한국 땅을 밟았다. 메이저리그 올스타부터 독립리그 출신까지 다양한 경력을 지닌 이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는데 돌아보면 커리어가 성공을 보장한 것은 아니었다. 경력보다는 오히려 선수의 컨디션과 성공의지, 구단과의 호흡 등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스카우팅파트와 운영팀, 그리고 코칭스태프까지 구단의 역량이 외국인선수의 성공여부와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