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SK 염경엽(왼쪽) 감독이 19일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투수들의 불펜피칭을 지켜보고 있다. 가고시마 |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가고시마=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트레이 힐만과 SK는 아름답게 이별했다. 그 자리에 ‘염갈량’ 염경엽이 왔다.

SK는 한국시리즈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두산을 꺾고 8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우승 직후 힐만 감독(55)을 떠나보내며 염경엽 단장(50)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혹자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도 말하지만 염 신임감독은 며칠밤을 지새울 정도로 고민한 끝에 감독직을 수락했다. 그 정도로 부담이 컸다. 힐만 전 감독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그는 우승 레이스에서 맨 앞자리를 계속 지키기 위해 여전히 야구와 씨름하고 있다.

염 감독은 지난 15일 감독 이·취임식을 치른 뒤 곧바로 일본 가고시마로 이동해 팀의 마무리캠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우승 단장에 이어 이제는 우승 감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염 감독은 “부담이 된다. 그래도 힐만 감독의 뒤를 이어 시스템과 메뉴얼을 정착시키려고 한다. 이미 2년 동안 반복된 스태프 회의를 통해 메뉴얼이 생성돼있다. 각 파트별로 기술적인 부분, 코칭스태프 교육, 구단 운영방침 등이 세분화돼 있다”면서 “힐만 감독으로터 배운 과정들을 잘 기억하고 실천하면 이듬해에도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힐만 감독은 떠났지만 염 감독은 여전히 그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잊지 않는다. 그는 “힐만 감독과는 단장과 감독의 관계보다 형과 동생의 관계로 접근해 소통했다. 야구선배라고 생각하고 얘기를 나눴다. 힐만 감독도 ‘미국에서 공부를 하거나 일자리를 구하려면 나한테 얘기하라’며 든든한 형처럼 얘기해주기도 했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보여줬고 적극적으로 팬에 다가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제 사령탑으로 어린 선수들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게 된 염 감독은 “나도 감독보다 선배의 입장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마무리 캠프로 넘어와 선수별로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어린 선수의 경우 본인의 야구, 야구관이 정립되어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차이다. 어떤 생각을 갖고 야구를 해야하는지 조언해주고 그 나이에 어떤 것들을 참고 견뎌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얘기해준다. 내가 그 나이를 겪어 봤고 왜 실패했는지 아니까 해줄 수 있는 조언 정도”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의 팀 강화 전략도 기본적으로 각각의 선수 1명에서 시작된다. 염 감독은 “선수 개인의 가치를 한 단계 높여서 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장일 때도 다 봤던 선수들이다. 단장의 위치에서 야구를 바라보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내 틀을 정하기보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 선수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잘할 수 있는 임무부터 줄 생각이다. 장점을 살려야 단점이 보완된다. 단점 보완에만 치중하다보면 장점까지 잃는다. 예를 들면 대수비, 대주자, 대타로 시작해서 성장하면 더 큰 임무를 맡기는 식”이라고 밝혔다.

힐만 감독과의 차이점을 찾는다면 라인업을 크게 흔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SK 구단 관계자는 “힐만 감독님은 테이블세터도 자주 바꾸고, 중심타선도 바뀌었다. 그날 베스트 컨디션을 보인 선수 위주로 선발출전 명단이 자주 바뀌었다. 하지만 염 감독님은 넥센 감독 시절부터 라인업을 크게, 자주 바꾸지 않으신 분이다. 그 점은 좀 다를 듯 하다”고 내다봤다. 염 감독도 “난 1년 동안 라인업을 30~40개 정도로 돌린다. 지명타자는 휴식공간으로 활용한다. 이제는 KBO리그 감독들도 모두 휴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2년 동안 SK 선수단의 하나부터 열까지 챙겼던 염 감독이기에 머릿속으로 기본 구상은 어느 정도 돼있는 상태다. 염 감독은 포지션별로 내년 시즌 운영 계획의 윤곽은 이미 그려놨다. 마무리캠프와 내년 스프링캠프를 통해 세밀한 부분만 가다듬으면 된다. 염 감독은 “힐만 감독이 잘 해오신 것을 이어받아 거기에 디테일한 부분만 더할 뿐”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힐만 전 감독의 밑그림을 따라가면서도 SK 야구에 확실한 자신만의 색채를 입히기 시작한 염 감독이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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