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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남기일(44) 성남 감독이 K리그 최초로 승격 2회 사령탑에 등극했다. ‘승격 청부사’라는 별명을 붙여도 좋다.

남 감독이 이끄는 성남은 올시즌 K리그2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규정대로면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는데, 우승팀 아산의 사정으로 승격 자격을 얻었다. 아산에 선수를 수급하는 경찰청이 선발 중단을 통보했고, 더 이상 팀 유지가 불가능해졌다. 프로축구연맹은 데드라인을 19일로 잡고 경찰청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러나 번복은 없었고, 결국 연맹은 아산을 대신해 성남의 승격을 확정, 발표했다.

남 감독은 지난 2014년 2부리그에 있던 광주를 1부리그에 올려놨다. 당시 정규리그 4위를 차지했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승강플레이오프를 모두 통과하며 승격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두 시즌 연속 광주를 K리그1에 잔류시킨 남 감독은 지난해 여름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남 감독은 2018시즌을 앞두고 성남 사령탑에 올랐다. 첫 시즌 빠르게 팀을 안정시켰고, 시즌 내내 선두 경쟁을 한 끝에 2위를 차지했다. 아산 대신이긴 하지만 K리그 최초로 두 번의 승격을 경험한 지도자가 됐다.

남 감독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연맹의 결정을 오래 기달렸다.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라며 “목표를 달성해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산의 사정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쑥스럽기도 하고 축구선배로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승격의 기쁨을 뒤로 하고 존폐를 걱정하는 아산의 팀 상황을 배려하는 말이었다.

성남 부임 때까지만 해도 남 감독의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아산을 비롯해 기업구단 부산, 나름 투자를 많이 한 수원FC 등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남 감독은 부임 첫 시즌에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그는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선수들이 아직 모여 있다. 원래는 내일 훈련을 해야 하는데”라는 농담을 던진 후 “나름 큰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개막 전 2회 승격 감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성남이 잘 돼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렇게 1부리그에 올라가게 돼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남 감독은 이제 다음 시즌 구상에 돌입해야 한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강등이라는 극한의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K리그2 2위를 차지한 성남이 2019년 K리그1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강등 후보가 된다. 남 감독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1부리그 생태를 잘 안다. 정말 힘든 리그다. 우리는 K리그1에 가면 약팀이 된다. 가자마자 강등 걱정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얼마나 지원이 될지 모르겠다. 구단과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남 감독은 1974년생으로 40대 중반의 젊은 지도자다. 남들은 한 번도 못 이루는 승격을 두 번이나 만들었다. 감독 커리어에 큰 자랑이 될 수 있다. 남 감독은 “좋게 봐주신다면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아직 젊고 해야 할 일이 많다. 더 노력해서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 올해에도 성남을 이끌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앞으로 더 발전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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