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울산 현대 리차드,
울산 현대 리차드가 지난 7월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1 17라운드 FC서울과 경기에서 공을 몰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울산 현대 ‘김도훈호’의 복덩이 구실을 한 핵심 수비수 리차드 빈트비흘러(28·오스트리아)가 한국을 떠난다.

K리그 이적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8일 스포츠서울에 “리차드는 올해 울산과 계약이 만료된다. 구단에서는 계약 연장 의사를 보였으나 리차드 본인이 또다른 리그에서 경험을 하고 싶다면서 정중하게 거절, 이미 구단은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를 대비해 새로운 외국인 수비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희 울산 사무국장도 본지와 통화에서 “리차드와 지난여름부터 (재계약에 대한) 논의를 했다. 연봉이나 여러 조건에 대해서는 리차드도 만족해했으나, 본인이 미국이나 호주 등 또다른 해외 팀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는 뜻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자국 리그 아드미라에서 프로로 데뷔한 리차드는 지난해 빈에서 울산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해외리그에서 한 번도 뛴 적이 없다. 그런 그가 낯선 동아시아 무대에 도전 한 건 평소 해외 무대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됐다. 리차드 측 한 관계자는 “리차드는 소속팀 연고지를 벗어나지 않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대부분 외국인 선수와 성향이 다른 편”이라며 “리그 휴식기에 홀로 국내,외 여행을 즐긴다. 새로운 세계를 즐기고 도전하는 것에 유독 흥미가 많은 선수”라며 “한국에서 영입 제의가 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최근엔 축구 열기가 뜨거운 미국처럼 또다른 문화를 지닌 리그를 경험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고 싶다는 얘기를 해왔다”고 전했다.

도전적이고 긍정적 사고를 지닌 리차드답게 K리그 입성하자마자 이른 적응력을 보였다. 아무리 유럽 출신 선수여도 K리그 특유의 압박과 스피드에 고전해 초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 그러나 리차드는 지난 시즌 울산에 입성하자마자 주전 수비수 자리를 확고히 하며 30경기(2골)를 뛰었고, FA컵 5경기를 소화하며 팀에 사상 첫 우승컵을 안겼다.

올해는 더 두드러졌다. 초반 울산이 하위권을 맴돈 건 김성환이 떠나고, 박용우가 컨디션 난조를 겪은 2선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이때 김도훈 감독은 리차드를 2선 전진 배치, 박주호와 짝을 이뤄 ‘리차드-박’ 중원 콤비를 이루게 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루 소화한 그는 간결한 패스와 울산 ‘철퇴’를 상징하는 강력한 대인 방어로 울산의 수준급 공격수들이 전방 플레이에 집중하는 데 공헌했다. 하반기 중원에 믹스가 영입되고, 박용우가 살아나면서 기존 센터백으로 복귀했다. 올 시즌 리그 27경기와 FA컵 2경기(1골), ACL 7경기(2골)를 뛰었다. 특히 지난달 31일 수원 삼성과 FA컵 4강에서 선제골을 터뜨리고 추가골에 이바지하며 팀의 2년 연속 결승 진출에 일등 공신이 됐다.

울산 관계자는 “리차드는 워낙 영리하고 팀에 에너지를 주는 좋은 수비수다. 팬들도 참 좋아한다”며 “그런 선수를 대체할 만한 자원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본인 축구 인생의 뜻을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차드 역시 울산 구단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품고 있다. 반드시 2회 연속 FA컵 우승 트로피를 안기고 떠나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울산 구단은 25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1 37라운드 홈경기 뒤풀이 마당에서 리차드가 팬들에게 이별 인사를 하는 행사를 고려 중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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