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전 해결사, 황의조 내가 넣었다!  [포토]
황의조가 지난 10월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원정 A매치 골도 쏜다.

축구대표팀 주전 원톱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황의조(26)가 새 이정표 세우기에 나선다. 생애 첫 원정 A매치 득점포를 가동하는 것이다. 지난 8~9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골을 펑펑 터트리고 소속팀 일본 감바 오사카에서도 6경기 연속골을 작성하는 등 해외에서 강한 면모를 이제 A매치에서도 이어갈 차례다. 한국이 마침 아시아 최고 수준의 팀 가운데 하나인 호주와 붙기 때문에 그가 득점한다면 값어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7일 오후 5시50분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경기장에서 홈팀 호주와 평가전을 치른다. 같은 아시아 대륙의 국가지만 호주는 힘과 압박을 앞세운 선굵은 유럽 스타일의 축구를 펼치는 팀이라 기성용, 손흥민, 정우영, 황희찬 등 주전들이 대거 결장한 한국 입장에서 쉽지 않은 90분을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국은 이번 호주전에서 4-2-3-1 포메이션의 미드필드를 형성할 2~3선에서 대거 물갈이가 예상되는 만큼 강점인 공격에서 더더욱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희망을 찾는다면 황의조의 존재다. 그의 킬러 감각이 올 하반기 들어 급격히 살아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볼 배급이 이뤄지면 호주와 팽팽한 접전을 펼칠 수 있다.

황의조는 지난 12일 출국을 앞두고 “아시안게임과 A매치에서 골을 넣다보니 자신감이 이어져 소속팀에서도 득점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기록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황의조는 지난 8월 아시안게임 참가 직전만 해도 정규리그 20경기 9골로 고만고만한 골결정력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9득점 중 여름에 넣은 것이 두 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때 바레인전과 우즈베키스탄전 두 차례 해트트릭을 포함, 7경기에서 총 9골을 쏟아내면서 자신감과 팬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동시에 얻었다. 감바 오사카로 복귀한 뒤에도 9월15일 비셀 고베전부터 10월10일 쇼난 벨마레전까지 6경기에서 전부 한 골씩 뽑아내며 폭발력을 유지했다. 황의조의 골 퍼레이드는 자신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사상 첫 2연패를 일궈내 축구의 국민적 신뢰 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 감바 오사카 역시 황의조가 6연속 골을 넣을 때 전부 이겨 강등권에서 어느 덧 순위가 9위까지 급상승했다. 여기저기서 ‘승리의 파랑새’가 됐다.

그런 활약 속에서도 황의조를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있었다. 바로 A매치 부진 때문이었다. 지난 2015년 9월3일 라오스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홈 경기를 통해 A매치 데뷔를 이룬 그는 지난해 10월10일 스위스에서 열린 모로코 원정까지 성인대표팀에서 뛴 11경기에서 단 1골을 터뜨리는데 그쳤다. 이는 그가 러시아 월드컵 최종엔트리 경쟁에서 밀려 결국 낙마한 결정적 이유가 됐다. 하지만 최근엔 ‘A매치 징크스’도 훌훌 털고 있다. 황의조는 지난 달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 6만5000여 관중이 꽉 들어찬 가운데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팀 우루과이전에서 손흥민의 페널티킥 실축 때 재빠르게 달려든 뒤 골을 마무리하며 A매치 2호골을 완성했다. 세계적인 팀과의 격돌에서 넣은 득점이라 스스로도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다. 그래서 원정 A매치에서 골 세리머니로 실력을 확실히 증명할 필요가 있다. 드디어 때가 왔다. 한국은 내년 1월 중동 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통해 59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린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장거리 여행 끝에 치르는 이번 호주 원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비록 플랜B를 가동했으나 원정에서도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야 UAE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호주와 치르는 평가전은 아시안컵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의미있는 대결이다. 그리고 황의조에게도 중요한 일전이다. 그는 2015년 10월13일 자메이카와 평가전에서 일궈낸 데뷔골 등 A매치 2골을 모두 홈에서 넣었다. 유럽의 강호 스페인전, 체코전부터 동남아시아 태국전까지 6차례 원정 경기에선 졸전을 면치 못했다. 호주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한다면 석현준, 지동원 등 경쟁자들을 훌쩍 앞서가는 것은 물론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벤투호의 믿음직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득점할 때마다 경기장이 떠나갈 듯 호쾌하게 펼치는 그의 세리머니가 남반구 브리즈번에서도 터져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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