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SK 염경엽 단장이 1일 문학 삼성전에서 이승엽의 은퇴 선물을 준비하고있다. 2017.09.01.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SK가 ‘V4’를 달성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정상에 오른 뒤 아름다운 이별을 한다. 바통을 이어받은 염경엽 신임 감독이 새로운 왕조를 이어거야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힐만 감독의 SK와 염경엽 감독의 SK는 어떻게 다를까.

SK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힐만 감독은 한국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완성했다. 2006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을 우승시킨데 이어 KBO리그에서도 우승감독이 됐다. 힐만 감독은 리빌딩을 원하던 구단 방침에 충실하면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팀을 운영했다.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되 여러 지표를 토대로 움직였다. 포스트시즌에도 상대 선발투수와의 타격 성적 위주로 매 경기 라인업을 달리 했다. 상대 타자의 타구를 분석해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도 펼쳤다.

염 감독은 지난 13일 감독 선임 공식 발표 전까지 SK의 단장이었다. 그러나 2016년 넥센의 지휘봉을 내려놓고 SK 단장직을 맡기 전까지 4년 동안 감독으로 현장을 지켰다. 2년 만에 행정가에서 현장 지도자로 돌아왔다. 염 감독은 “4년간 넥센 감독을 하면서 잘못된 점을 돌이키는 시간도 보냈고, 단장으로서 2년간 야구를 지켜보며 많은 점을 느꼈다. 부담을 느끼지만 감독은 결과를 내야 한다”면서 “지난 2년간 ‘홈런 군단’으로 자리매김한 팀의 장점을 계속 살려가고 부족했던 부분을 이어가면 제 2의 왕조 시대를 열 수 있을 거이라 본다”고 밝혔다. 더불어 “시스템을 갖추고 발전하는 과정들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시스템’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염 감독은 “시스템을 갖춰 놓으면 내가 없어도 그 팀은 어느 정도 돌아간다. 메뉴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다시 사령탑 자리에 오른 염 감독은 행정이 아닌 SK 선수단의 운영 시스템 정착에도 힘을 쓸 게 분명하다. 염 감독도 데이터를 중시하지만 좋은 데이터를 만들 수 있도록 관리하는 유형의 지도자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넥센 시절에도 한현희, 조상우 등 어린 선수들을 활용할 때 최대한 부담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렸고,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최대한 패전이 되지 않도록 신경썼다. 어린 타자들 역시 1군 데뷔 초기에는 상대 1,2선발투수보다 4,5선발투수 등판 경기에 선발출전시켜 빠른 적응을 도왔다. 당시 염 감독은 “이제 막 프로에 온 어린 선수가 1,2선발투수 공을 처음부터 잘 칠 수 있겠는가. 4,5선발투수 공을 치게 해보고 차츰 끌어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설파하기도 했다.

염 감독은 투수와 야수 등 각 포지션과 상황에 따른 메뉴얼을 만들어놓고 꾸준히 업데이트 중이다. 단장으로서의 2년간은 야구단 운용의 틀을 짰지만 이제 다시 그라운드로 내려간다. 염 감독은 “힐만 감독이 그간 과정을 잘 만들었다”며 “2년간 힐만 감독에게서 야구를 많이 배웠다”며 변화의 여지를 뒀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야구철학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iaspir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