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황소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 배우 마동석의 액션 고군분투가 스크린을 채운다. 그럼에도 시원하지도, 통쾌하지도 않다.

영화 ‘성난황소’(김민호 감독)는 갑작스럽게 아내를 납치당한 동철(마동석 분)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작품이다. 동철은 별명만으로도 포스가 느껴지는 ‘성난황소’의 과거를 털어버리고, 넉넉하진 않지만 언젠가는 아내 지수(송지효 분)를 호강시켜주겠단 생각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수가 납치되고 납치범(김성오 분)은 동철에게 거액의 돈을 줄 테니 지수와 바꾸자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한다. 결국 부당한 일 앞에서도 참아왔던 동철의 분노는 폭발하고 그는 지수를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그동안 많은 액션 영화의 소재로 등장했던 가족 구출, 선량했던 주인공의 변화를 담은 작품인 만큼 이야기의 창의성보다 그 안에 펼쳐질 마동석의 시원한 액션이 관건이었다. 짜릿한 반전, 여운을 주는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더라도 장르가 장르인 만큼 관객이 대리만족할 수 있는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이 기대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성난황소’는 의외로 시원한 액션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물론 후반부는 마동석의 액션이 주가 되지만 그가 ‘성난황소’로 변하기 이전, 영화의 절반 정도는 인내의 시간이다. 극적인 대비 효과를 위해서였을까. 세상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그저 인내하는 동철의 모습은 착함을 넘어 답답한 ‘고구마’ 그 자체였다.

이후 등장한 액션 장면에서는 ‘부산행’(연상호 감독)에서 맨손으로 좀비를 때려잡으며 존재감을 입증했던 마동석의 맨손 액션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떤 무기도 그의 맨손 앞에서는 당해낼 방법이 없다. 한 번의 손짓에 철로 제작된 사물함이 구겨지고, 사람을 들고 천장까지 쉽게 뚫어버리는 맨손이다. 갑작스러운 천하무적 액션 히어로의 등장은 시원함을 넘어 당황스러움까지 줄 정도였다. 영화가 현실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패배 없이 여러 명을 제치는 마동석의 모습은 고수의 게임 플레이를 보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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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난황소’ 스틸컷. 사진 | 쇼박스 제공.

등장인물의 서사에 있어서도 큰 아쉬움을 준다. 동철이 어떤 계기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털어버리고 그토록 엄청난 힘을 숨기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했다. 또한 이야기 전개의 중요 인물인 납치범과 지수의 이야기보다는 동철의 후반부 액션, 주변 인물들의 코믹에만 집중했다. 서사가 적은 캐릭터였음에도 등장마다 소름 돋는 모습을 보였던 김성오의 사이코패스 연기만이 돋보였다.

물론 마동석의 몸 사리지 않는 액션 고군분투에 박수를 보낼만 하다. 오로지 손 하나로 무기를 가진 여러 명을 상대한다는 것은 쉬운 연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액션을 시원하게 살려주기엔 역부족인 내용이었다. 마동석 표 액션 장르의 결정판이 되고 싶었던 영화였겠지만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오는 22일 개봉. 러닝타임 115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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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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