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보라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밝지 않은 표정을 짓는 야구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 <애너하임> 2003-04-02.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난 겨울 고객들과 함께 찬바람을 맞은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반전을 꾀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브라이스 하퍼(26)를 비롯한 자신의 고객이 최고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자신하며 역대급 계약을 바라보고 있다. 보라스의 고객인 류현진(31)을 향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보라스는 8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FA 시장이 얼어붙은 원인을 돌아보며 하퍼가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라스는 “이번 겨울은 지난 겨울과 다를 것이다. 지난 겨울에는 세 가지 요소가 시장이 진행되는 것을 방해했다. 첫 번째 요소는 오타니 쇼헤이였다. 두 번째 요소는 우승을 바라보지 않는 다수의 팀이 올스타급 선수들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것이었다. 실제로 MVP급 선수들이 트레이드됐다. 크리스티안 엘리치, 지안카를로 스탠턴, 마르셀 오수나, 게릿 콜 등이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고 실제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올해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보라스는 “마지막 세 번째 요소는 빅마켓 팀들이었다. 워싱턴, 양키스,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등의 빅마켓 팀들이 사치세를 회피하기 위해 FA 영입에 주저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겨울은 지난 겨울 FA시장에 작용했던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없다”고 지난해 참패를 만회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 FA시장에서 보라스 고객 중 첫 FA 계약자는 에릭 호스머였다. 스토브리그가 열린지 3개월 이상이 지난 2월 20일 샌디에이고와 8년 1억44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스프링캠프가 시작한 지 2주가 지나서 J.D. 마르티네스가 보스턴과 5년 1억1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스프링캠프 4주차에 제이크 아리에타가 3년 7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들 셋을 제외한 FA들은 사실상 계약 실패를 맛봤다. 카를로스 곤잘레스, 마이크 무스타카스, 카를로스 고메즈가 모두 가까스로 1년 계약을 맺으며 커리어를 이어갔고 내셔널리그 세이브 부문 1위에 올랐던 그렉 홀랜드는 4월 1일에 가까스로 세인트루이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호스머를 제외하면 보라스의 고객 모두가 예상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계약규모에 사인했다. 당시 보라스는 주요 선수들을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은 마이애미와 피츠버그 구단을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구단들이 FA영입을 통한 전력 강화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팬은 더 차갑게 등을 돌릴 것이며 어느 팀도 휴스턴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보라스가 참패를 당한지 일 년이 지났고 보라스는 하퍼를 선두에 내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다. 보라스는 “하퍼는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 선수다. 1980년 이후 20대 중반에 FA가 된 선수는 클라우델 워싱턴, 알렉스 로드리게스, 애드리안 벨트레 밖에 없다. 하퍼를 영입하는 팀은 팀 전력은 물론 프랜차이즈 전체를 확 바꿀 수 있다”고 하퍼의 가치를 강조했다. 하퍼와 보라스는 이미 전소속팀인 워싱턴과 3억 달러 계약을 거부한 채 시장에 나올 것을 예고했다. 필라델피아와 4억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한다는 전망도 있다. 보라스는 2000년 12월 로드리게스와 텍사스의 10년 2억5200만 달러 계약을 성사시켰는데 그것은 당시 미국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였다. 로드리게스에 앞서 최고액은 NBA 케빈 가넷이 미네소타와 맺은 6년 1억2600만 달러였다. 보라스와 로드리게스가 최고액을 2배 가량 경신했다. 보라스는 지금 하퍼를 통해 18년 전 로드리게스와 같은 결과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 입단식(2001.12.23)
“찬호야 내가 입혀줄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하는 야구선수 박찬호(왼). <알링턴(미 텍사스주)> 2001-12-23 스포츠서울DB

그런데 하퍼의 계약은 류현진과도 관계가 있다. FA만 10명이 넘는 보라스 입장에선 선택과 집중을 피할 수 없다. 냉정하게 봤을 때 류현진은 보라스 고객 중 하퍼, 댈러스 카이클 보다 FA 시장에서 가치가 낮다. 류현진이 퀄리파잉오퍼(QO)를 거절해 FA 시장에 나오면 보라스는 하퍼와 카이클의 계약부터 진행할 확률이 높다. 류현진 계약에 보라스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따로 담당자를 둘 수도 있다. 보라스는 이전부터 대형계약을 맺은 고객의 영입 기자회견에는 모습을 비췄으나 예상보다 적은 규모로 계약한 선수의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 프로야구팀 신시내티 레즈
신시내티 레즈 추신수(왼쪽)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 볼파크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훈련후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3-02-16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박찬호와 추신수는 보라스의 최상위 고객이었다. 박찬호가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던 2001년 12월, 추신수가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한 2013년 12월에 보라스는 자신의 최고 고객과 함께 전면으로 나섰다. 이번 겨울 류현진은 과연 보라스에게 몇 번째 고객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순위가 높을수록 류현진의 계약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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