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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포항 감독(왼쪽에서 4번째)이 지난 9월30일 대구와 홈 경기에서 승리하고 6강행을 확정지은 뒤 서포터 앞에서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2016년 가을, 포항을 살려내기 위해 등장한 최순호 감독이 지난 5일 재계약했다. 포항을 2년 전 강등권에서 탈출시켰고 지난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7위에 올려놓았고, 3년째인 올해 스플릿시스템 상위리그까지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아직 목마르다. 그는 “내용 면에선 올해보다 지난해가 더 나았다”며 “기존 한국 축구와 다르게 세밀함을 먼저 갖춘 뒤 스피드를 접목하겠다. 성적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자력 진출, 2020년 우승”이라고 선언했다. 최 감독은 여전히 자신을 비판하는 일부 팬들에 대해선 “이제 그 분들과 만나고 싶다.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겠다”고 했다.

-4위를 탈환한 뒤 재계약이 발표됐다.

훨씬 전부터 대화가 진행됐는데 구단이 발표 시점을 조율했던 것 같다. 9월부터 얘기했다. 시즌이 끝나가면서 “우리도 유럽처럼 서로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계약 종료)3개월 전엔 재계약이 논의됐으면 한다”고 했다. 구단이 공감했다.

-포항으로 돌아온 지 2년 반이 됐다.

계획대로 다 됐다. 리그가 승강제, 스플릿시스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 우승 등으로 순위가 세분화되다보니까 지도자들 압박이 엄청나더라. 나도 부임하고 한 달간 숨도 못 쉴 정도로 압박이 컸다. 지난해가 힘들 것으로 봤지만 상위리그에 아쉽게 못 갔을 뿐 경기력은 마음에 들었다. 올해가 오히려 부족했다. 올 초 3위란 목표를 잡았으나 포항 팬들의 ACL 꿈이 커서 상향 발표했다. 마음 속으론 상위리그만 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최순호 아웃’을 외치는 팬들이 어느 정도 있다.

나도 궁금하다. 그 분들을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절차가 없었는데, 이젠 대화해서 알고 싶다. 새로운 기회(재계약)를 갖게 됐으니까 해보려고 한다. 굉장히 궁금하다. 그 분들 기준이 명확하면 내가 배울 것도 분명히 있는 거다.

-‘최순호 축구’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있을 수 있다. 난 기존 한국 축구 스타일대로 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무조건 문전에 빨리 가는 것보다는 플레이를 만들어서 가고 싶다. 세밀함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스피드다.

-구단에선 유스시스템까지 아우르는 역할을 주문하는 것 같다.

축구단 규모가 크다면 외부 선수들을 모아서 해야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르게 준비해야 한다. 지난 여름 이석현, 김지민, 김도형 등 다른 팀에서 안 쓰는 선수나 하부리그 선수들을 데려왔다. 내년을 보고 영입했는데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팀이 힘을 받았다. 내 축구 스타일이 유스시스템에도 도입되도록 매뉴얼 등을 만들 생각이다. 시스템 잘 갖추고 관리하면 외국처럼 19살 어린 선수도 1군에서 꾸준히 뛰게 할 수 있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결과 말고도 원하는 게 있나.

그게 경기력이다. 일부 팬들이 이런저런 평을 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과 그 분들이 바라는 것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서로가 공감하는 아쉬운 면을 내가 확실히 보완하면 성과도 날 것이다. 내년엔 ACL을 자력 진출(3위 이내)하고 싶다. 2년 뒤엔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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