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수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이범수가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로 변신했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출국’(노규엽 감독)은 1986년 베를린에 유학 중이던 경제학자가 자신과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북에 갔다 탈출한 후 헤어진 아내와 자녀들을 찾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범수는 모든 것을 걸고 가족을 찾아 나서는 영민 역을 맡아 애절한 연기를 펼쳐냈다.

‘출국’에 대해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된 작품”이라 말한 이범수는 “아버지의 절절한 모습이 잘 녹아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 ‘테이큰’의 리암 니슨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에 이범수는 “리암 니슨처럼 멋있게 하지 않으려 무척 노력했다. 영민은 그래선 안됐다. 멋있으려만 했다면 내 연기는 싸구려가 됐을 것이다. 영민은 공부에만 열중했던 모범생이다. 그런 이가 태권도 유단자처럼 액션을 펼치는 것은 아니지 않나.(웃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와닿게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범수 역시 작품 속 영민처럼 두 자녀를 둔 40대 가장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많았다. 그는 “매력을 느꼈다. 남일 같지가 않더라. 시나리오를 읽고 먹먹함이 있었다. 영민이란 사람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80년대가 배경인데 당시 나는 학생이었다. 우리들의 아버지에 대해 연기를 하니 그땐 몰랐던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 흥행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2년 전 시나리오를 받고 흥행이 얼마만큼 의미 있는 것인가 생각했다. 물론 대중과 따로 노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쉬울 것 같다. 전 작품이 700만,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는데 다음 행보가 조심스러웠다. 흥행에 대한 욕심도 났지만 이번만큼은 좀 더 과감하게 연기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범수

지난 1990년 데뷔 후 영화 ‘오! 브라더스’, ‘슈퍼스타 감사용’,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해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자이언트’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이범수다. 이처럼 3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동안 연기를 하며 느낀 자부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범수는 “존경 받는 영화인이 되고 싶다. 유명한 스타일지라도 존경을 받지 못하면 얼마나 아쉽겠나. 바람이 있다면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영화인이고 싶다. 배우에게 은퇴가 어딨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기를 너무나 사랑하고 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직업이 배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기를 통해 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훈훈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음지에 있는 소외된 청소년들은 케어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런 친구들이 없길 바라며 이들에게 연기를 가르쳐주고 싶다. 연기를 통해 공동체가 무엇인지,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자신의 재능을 알게 된다면 더 좋은 일이다. 일상에서는 못난이 취급을 받더라도 연기라는 세계 속에서는 주목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게 연기의 매력이고 묘미다. 그런 친구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기쁨을 얻는다면 보람을 느낄 것 같다. 꼭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안주하지 않고 연기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이범수다. 어느덧 2018년이 저물고 있는 상황에서 올 한해에 대해 “열심히 살았다”고 자평한 이범수의 내년은 조금 색다를 것이라 전망했다. 바로 주연과 제작을 맡은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개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범수는 “세상에 내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책임감 있게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true@sportsseoul.com

사진 | 디씨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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