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권 김은미
사진제공 | 김은미

[정리=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가을 남자’ 박정권(37)의 가을 DNA는 2018년 포스트시즌(PS)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다. 넥센과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며 영웅이 됐고,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도 결승 홈런을 뽑아내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두 경기 데일리 MVP는 모두 박정권에게 돌아갔다. 박정권의 활약을 보며 누구보다 기뻐한 이가 있으니, 바로 아내 김은미씨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올시즌 박정권이 겪은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을에 빛나고 있는 박정권의 기세가 시리즈 끝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박정권의 열렬한 팬으로서, 또 아내로서 애틋한 마음이 담긴 김은미씨의 메시지를 편지 형식으로 공개한다. <편집자주>

세상에서 가장 멋진 ‘가을 남자’에게.

이렇게 편지를 써보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웃음). 가장 높은 무대에서 너무 멋있는 모습 보여주고 있는 내 남편에게 응원의 말을 전해주고 싶어서 인터뷰에 응했어. 이 편지에 담긴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너무 기쁠 것 같아.

올해 1군에서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야.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안타까웠는데 당사자의 마음은 오죽했겠을까 싶어. 그런데 좋은 기회가 와서 포스트시즌에 나가게 됐고 보란 듯이 제 실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진짜 누구보다 기분이 좋은 거 있지. 홈런을 때려낼 땐 한풀이를 하는 느낌이 들더라.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홈런포에서 ‘나 아직 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느낄 수 있었어.

자기 별명 중 하나가 ‘가을 남자’잖아. 자기는 그 별명을 썩 인정하는 것 같진 않지만 난 마음에 들어. 선수로 활동하다 은퇴했을 때 그 선수를 떠올리게 하는 수식어가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 이 말을 하는 지금도 생각나네. 세상 멋있는 가을 남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난 아직 자기가 건장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 어느 선수나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건 마찬가지인데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우리에게도 다가오니 솔직히 안타까운 마음도 커. 올시즌 막바지에 1군에 올라갔을 때 내가 해줬던 말 기억나? 우리가 생각하는 선수로서 최악의 상황은 은퇴인데 지금 우리에겐 더 심한 상황도 없으니 그냥 마음 편히 하던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한 말. 그 말대로 이렇게 가을 무대에서 멋진 활약 보여주고 있으니 기쁨이 더 큰 것 같아.

박정권 김은미
사진제공 | 김은미

난 말이야, 자기한테 오랫동안 마냥 안쓰럽고 감사하고 또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 이렇게까지 1군에 올라올 기회가 없었던 건 처음인듯 해. 육체적으로도, 또 정신적으로도 엄청 힘들었을텐데 집에서 내색 한 번 안하고 짜증 안내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줘서 너무 고마워. 나도 아이들도 항상 응원하고 있는 거 알지?

어느덧 최고참 위치에 올라있고 선수생활도 황혼기에 접어들다보니 나도 많은 생각이 드네. 난 자기가 은퇴 후에도 야구와 관련된 일을 계속 할거라고 생각해. 자기가 야구를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걸 잘 알아.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어떤 일을 하던 가족은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때 가장 행복하잖아? 난 자기가 항상 쭉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게 내 진심이야.

인터뷰 기사를 보니까 항상 가벼운 마음으로 야구를 즐기고 있다고 하는데 그게 정답인 것 같아. 남은 시리즈에서도 플레이오프 5차전처럼 영화를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웃음). 물론 주인공은 당신이어야겠지?^^ 무엇보다도 부상 없이 남은 경기를 즐기면서 하길 바랄게. 옆에서 후배들 기운을 북돋아주고 응원하는 것도 고참 선수의 몫이니 잊지 말고.

내겐 세상에서 가장 멋진 ‘가을 남자’ 박정권! 정말 정말 고맙고 사랑해. 내 응원받고 우승까지 가즈아~~!!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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