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LG 양상문 감독, 차 코치 우천연기는 우리한테 유리한거지
LG의 양상문(오른쪽) 감독이 14일 잠실구장에서 예정된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와의 경기가 비로 연기되자 덕아웃에서 차명석 코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거나 준플레이오프(준PO) 진출에 실패한 팀은 서둘러 고인물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이 빈 수조에 어떤 물을 담을지 심사숙고 하는 사이 하루살이로 전락한 코치들과 선수들은 만에 하나 있을 생존기회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가을잔치가 그들만의 축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갑자기 대규모 인사가 일부 구단 단장과 감독 교체 등 핵심 관계자급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지는 원인이 무엇일까.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 참석한 모 관계자는 “구단의 자생력 찾기가 본격화될 조짐”이라고 귀띔했다. 모기업의 지원금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프로야구단 현실을 고려하면 그룹으로부터 ‘자생방법을 찾으라’거나 ‘적자폭을 줄일 방법을 강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인건비부터 줄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같은 값이면 한 살이라도 젊거나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는 선수를 자체 육성해 구단 내에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저비용 고효율을 일구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이른바 2군 베테랑들을 솎아내고 그 자리에 경쟁력있는 젊은 피를 수혈하면 자연스럽게 내부 경쟁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의미다. ‘선수출신 단장’이라는 허울좋은 직함은 경영인들 입장에서는 입맛에 맞게 요리하기도 쉽다. 야구는 당신들이 전문가이니 저비용 고효율 실현에 전권을 주겠다고 어르면 이 권한이 권력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기업논리로 야구단을 바라보면 야구인들의 문제를 야구인 손에 맡기는 것이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다.

이숭용
두산 정명원 투수코치(왼쪽)가 23일 일본 가고시마현 아이라구장에서 현역 은퇴후 야구해설가로 변신한 이숭용의 깜짝 방문에 반가운 표정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구단 자체도 빠르게 변하는 야구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앞다둬 체질개선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프리에이전트(FA) 몸값도 현실화해야 하고 연봉이 권력인 것처럼 변하는 선수단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순혈주의로는 쉽게 뿌리뽑기 어려운 매우 복잡한 문제다. 수 년간 순혈주의를 고집하다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 체질개선에 성공한 모 구단 단장은 “순혈로 흐르다보면 외부 변화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철밥통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돼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를 묵살하기도 한다. 팀이 정체될 수밖에 없고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야구라는 하나의 판을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그만큼 많은 돌파구가 보이기 마련이다. 구단이 나가고자 하는 방향성만 정립돼 있으면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대로로만 다니는 것보다 경우에 따라 골목길을 돌아가는 것이 빠를 때도 있다.

문제는 각 구단이 경쟁적으로 추진 중인 ‘자체 육성 시스템 확립’ 기조가 야구계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선수를 키워서 쓴다는 것은 불확실성에 투자하는 격이다. 언제 어느만큼 성장할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가능성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구단은 팀을 재편해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을 마음편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LG가 전임감독을 단장으로 영전한지 한 시즌 만에 성적부진의 책임을 물었고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든 롯데는 3년 재계약 첫 해를 치른 감독을 경질하고 그 단장을 영입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게 맞지만 술을 너무 쉽게, 자주 만들어내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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