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7765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거짓말에 휩싸인 기분이다.”

지난 19일 늦은 밤, 서울 방배동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김창환 총괄 프로듀서(회장)의 방을 약속 없이 찾았다. 이날 김 회장은 하루종일 끊임없이 울리는 취재진의 전화를 일절 받지 않았다. 그는 제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전날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눈에 띄게 초췌했다.

평소 자주 사무실을 찾아 김 회장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기자가 이날 늦은 저녁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방문하자 김 회장은 잠시 당황해했지만 찾아온 사람을 내치진 않았다. 그는 입을 떼기 전 문자메시지 하나를 먼저 보여줬다.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를 꿈꾸던 옛 연습생의 아버지가 보낸 문자였다. “4년간 감금·폭행? 이승현 형제 측의 인성 때문에 우리 아들이 나온 건데… 이쪽에서 여론몰이를 하려고 작정한 것 같아요. 법정에 서서 증언하라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김 회장은 더 이스트라이트의 최근 앨범인 ‘설레임’(지난 5월 발매) CD에 드러머 이석철과 베이시스트 이승현 친형제가 직접 펜으로 적어준 감사 인사를 보여줬다. 이석철은 “항상 아버지처럼 잘 챙겨주시고 아버지가 되어주셔서 좋은 말씀, 살아가는데 좋은 사람이 되게 도와주시고 이끌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이승현 역시 “사랑하고 존경스러운 회장님”이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썼다.

19일 오전 10대 보이밴드 더이스트라이트의 멤버 이석철은 기자회견을 열어 가혹 행위를 주장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이석철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남강 정지석 변호사와 함께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프로듀서 A로부터 연습실, 녹음실, 옥상 등지에서 야구방망이와 철제 봉걸레 자루 등으로 엎드려뻗쳐를 해 상습적으로 맞았다”고 피해 사실을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친동생인 이승현이 폭행당한 내용을 말하며 이석철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김창환 회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폭행 현장을 목격하고도 ‘살살해라’ 하며 방관했다”며 직간접적인 방조와 교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석철은 “지속해서 폭행, 협박, 아동학대, 인권 유린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내가 폭행을 묵인했다고? 눈물이 난다. 정말 울고 싶다. 나는 30년간 이 일을 해온 사람이다. 아티스트를 내 자식처럼 대하지 않으면 절대 남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내가 예뻐하고 사랑해야 남들도 아티스트를 사랑한다”며 “날 아는 사람이라면 상대 측의 이야기가 얼마나 말이 안되는 이야기인 줄 알 것이다. 이승현.석철 형제의 아버지가 형사다. 작정하고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려고 프레임을 짠 것 같다. 언론에 비춰지는 나를 보면 참 나쁜 사람이더라. 그렇게 만들어놨다”며 허탈해 했다.

김 회장은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 이승현·석현 측이 제기한 의혹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1년 4개월 전 불거진 폭행 사건과 최근 진행된 이승현의 퇴출 논란 사이 인과관계,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은데 상대가 어떤 이유에선지 두개를 교묘하게 묶어서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 회장에게 씌워진 ‘폭행 및 상해 교사·방조’ 혐의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고 그는 봤다.

김 회장은 상대 법률대리인 측이 19일 오전 공개한 ‘폭행 사건 주요 경과 및 현재의 입장 설명’에서 자신과 관련된 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음은 이석철·승현 형제 측의 주장, 그리고 이에 대한 김 회장의 반박이다.

회전_qqq
이석철이 지난 5월 발매한 더 이스트라이트 앨범 ‘설레임’ CD에, 김창환 회장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손글씨로 써서 김 회장에게 건넸다.

◇이석철·승현 측 주장= 2015년 3월 김창환이 전자담배를 선물받았다면서, 당시 중학생인 이승현이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강요하여, 이승현이 어쩔 수 없이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훅’ 불자, “담배는 부는 게 아니라 빨아야지”라며 뒷머리를 손바닥으로 때림.▲김창환 반박=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내가 그렇게 인성이 없어 보이나? 내가 잡범인가? 상황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른 멤버들이 증명할 것이다.”

◇이석철·승현 측 주장= 2016년 8월 데뷔곡 ‘홀라’를 연습할 때, A가 이석철 목에 기타 줄을 칭칭 감은 뒤 드럼이 틀릴 때마다 줄을 잡아당겨 목을 수십차례 조름.(새벽 3시까지 이러한 상태로 연습)▲김창환 반박=

“석철은 드럼을 못쳐 A에게 혼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날 상황에 대해 다른 멤버들에게 물어보았다. 영화 ‘위플래쉬’를 보면 드럼을 치는 주인공을, 선생이 따귀 때리고, 굵은 선을 감는 장면이 있다. 서로 그 장면을 패러디하고 흉내내며 놀았다더라. 석철도 박수를 치고 재밌다고 놀았다는데 그걸 마치 폭력을 가한 것처럼…. 현장에 있던 다른 멤버들이 증인이다.”

◇이석철·승현 측 주장= 2016년 8~11월 사이, 데뷔곡 ‘홀라’를 연습할 때, 연주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김창환이 A에게 “이 새끼들 대가리를 빵구를 내서라도 만들어놔라”라고 폭행 및 상해를 교사.▲김창환 반박=

“‘빵꾸’는 내가 사용하는 단어가 절대 아니다. 이승현이 베이스를 못 친다고 혼내본 적이 없다. 데뷔곡 ‘홀라’를 연주할 때 멤버들을 혼낸 적은 한 번도 없다. 잘했으니까. 잘하니까 혼낼 이유가 없었다. 혹시 모르겠다. 기억은 안나도 백번 양보해서 A에게 ‘빡세게 연습시켜’라고 지나가는 말로 했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혼내라고 시킨 적은 결코 없다. 나는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이석철·승현 측 주장= 2017년 6월 13일 이승현이 축구를 했다는 이유로 A가 이승현을 5층 스튜디오에 가두어 놓고, 몽둥이로 머리와 엉덩이 수차례 때리고, 감금 및 폭행, 상해를 가했을 떄 멤버 전원은 아래층에서 이승현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질려있었다 김창환은 이승현이 이와 같이 폭행을 당하고 머리채가 잡혀 있는 것을 목격하고도 “살살해라”라고 폭행을 묵인·방조. ▲김창환 반박=

“말도 안되는 소리다. 이날 또렷이 기억하는데 당시 다른 쪽에 있던 연습실을 들렀다가 사무실로 오니 폭행이 있었다더라. 5층으로 올라가 ‘애를 때리면 어떡하냐’고 A를 엄청나게 혼냈다. 그전까지는 폭행이 있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교사했다고? 폭행을 묵인·방조했다고? 거짓말에 휩싸인 기분이다.”

회전_qqq2
이승현이 지난 5월 발매한 더 이스트라이트 앨범 ‘설레임’ CD에, 김창환 회장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손글씨로 써서 김 회장에게 건넸다.

◇이석철·승현 측 주장= (폭력 사태 이후)이승현의 아버지가 방문했다가 우연히 이승현의 상처를 보게 되어, 미디어라인 김창환 회장과 이정현 대표에게 항의를 해 재발방지 약속을 받고 A를 물러나게 하기로 약속함. 그러나 재발방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크고 작은 폭행, 가혹행위(1~2시간씩 엎드려뻗쳐 시키기 등), 욕설 등 언어폭력이 계속됐다. ▲김창환 반박=

“A씨를 물러나게 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당시 이정현 대표, 이승현 아버지와 논의를 했고, 아버지는 화가 나지만 A의 거취는 회사의 뜻에 맡기겠다고 했다. 대신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이후 폭행은 없었다. 또 있었다는 상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더 이스트라이트 다른 멤버들이 증명해줄 것이다.”

◇이석철·승현 측 주장= 다른 멤버들과 공동 행동 하지 않은 배경-그동안 미디어라인은 멤버를 통한 다른 멤버 감시라는 수단으로 통제를 해왔고, 또 멤버들이 모두 미성년자들이므로 그 부모들과 같이 상의를 하게 되면 그 내용이 미디어라인 경영진에게 누출될 것을 우려했음.▲김창환 반박=

“눈치 준적 없다. 계약 기간 남았다고 협박한 적도 없다. 30년 동안 나간다는 사람 잡은 적도 없고, 나가라고 떠민 가수도 없다. 예전 홍경민은 ‘흔들린 우정’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독립하겠다고 하더라. 계약상 앨범 두장을 함께 내야 하는데 그냥 내보냈다. 계약서 없던 시절, 최고 인기 스타였던 김건모가 나간다 할 때도 안잡았다. 그런데 내가 더 이스트라이트를 막았을 거라고? 최소한 이 일을 하며 젊은 애들 인생에 걸림돌이 되진 않으려 해왔다. 프로듀스101 시즌 1에 참가했던 여자 연습생들이 나간다 할 때도 내보냈다.”

◇이석철·승현 측 주장= 멤버들이 4년 가까이 폭행 등 가혹행위를 참고 활동을 한 배경-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으면 내쫓겠다는 미디어라인 경영진의 협박성 폭언에 계속 시달려오면서 실제로 여기서 쫓겨나면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없겠다는 두려움에 모든 고통을 참아내면서 심지어 부모님들에게도 발설을 하지 않았고, 또 내가 폭로를 하면 같이 고생하는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하여 발설을 하지 못한 면도 있음. 실제로 일부 멤버의 부모들은 아이가 심한 폭행을 당한 것을 알고 김창환 회장을 찾아가 따졌다가, 그러면 데리고 나가라는 협박에 도리어 싹싹 빌고 나왔다고 함.▲김창환 반박=

“다른 멤버들 아버지에게 물어보면 쉽게 가려질 이야기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 대체 어느 기획사 회장이 애들 밥해주고, 밥먹이겠나. 난 그렇게 한다. 내가 왜 내가 직접 뽑은 애들을 협박해서 내보낸다고? 애들 뽑기가 쉬운 줄 아나. 어렵게 뽑은 멤버를 왜 협박하겠나. 애들이고, 잘못하는 게 없는데 왜 협박하나. 말이 안 된다. 심지어 승현이도 내게 혼난 적은 없다. 승현이조차도. 애들을 혼낼 이유가 없다. 잘하는 데 왜 혼내나. 밤에 연습하면 안쓰러워서 “빨리가서 자. 내일 학교 가야지”말 밖에 안하는데 내가 협박을 한다니…”

dddd
더 이스트라이트. 사진 | 더 이스트라이트 SNS

◇이석철은 19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쓰던 악기는 개인 악기로 부모님이 사비로 사줬다. 정산은 아직 받은 게 없다. 숙소가 없어서 각자 부모님의 돈으로 원룸에서 생활을 했다”고 주장했다.▲김창환 반박=

“합숙? 어린 아이들은 부모 슬하에 있어야지 합숙을 시킬 수 없다. 합숙을 하는 회사도 있지만 하지 않는게 우리 회사의 방침이다. 아이들은 각자의 집에서 다니는 게 맞다. 그리고 개인 악기를 왜 회사가 사주나? 회사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그런 방침이 아니다. 정산은 아직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산 자료는 계속 모으고 있다.”

◇이석철·승현 측 주장=김창환 회장이 이석철과 2차례, 6시간에 걸쳐 회유와 협박을 한 발언내용은 모두 녹취되어 있다.▲김창환=

“회유 한 적 없다. 승현이가 인성에 문제가 있으니 팀에 돌아오려면 인성을 바로잡아야 하고, 아버지가 승현을 가르쳐야 한다는 내용이 주였다. 아버지가 아무리 화나셨더라도 고소·고발을 하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면 모두 힘들어지니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김창환 회장. 사진 |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