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WBC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가 열렸다. 오승환이 9회 투구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포수 양의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 3. 6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해외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징계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대표팀 합류를 요청했다. 오승환(36)을 향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어설픈 결정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KBO는 2016년 1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임창용, 오승환, 그리고 삼성 구단에 해외 불법 원정 도박 혐의에 따른 징계를 내렸다. 임창용과 오승환에게 정규시즌 경기수의 50%인 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했고 소속팀 삼성에는 선수단 관리 소홀에 따른 1000만원 제재금을 부과했다. 당시 오승환은 KBO리그 소속이 아니었다. 2014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다. KBO 관계자는 “서울 중앙지검에서 벌금 700만원 약식 명령 처분을 했다. 유죄가 확정된 만큼 재발방지 차원에서 징계를 피할 수 없다. 오승환의 KBO리그 복귀를 고려한 징계”라고 처분을 내린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오승환은 메이저리그(ML) 행을 추진하고 있었고 징계가 발표된지 3일 후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KBO리그 복귀가 확정되지도 않은 선수에게 징계부터 내린 모양새가 됐다.

문제는 이듬해 연이어 발생했다. KBO는 오승환을 아무렇지도 않게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넣었다. KBO리그와 WBC 대회운영 주최가 다르기 때문에 출전에는 문제가 없으나 대표팀 운영주최는 KBO다. 징계를 내린 선수에게 태극마크를 건넸다. 국제대회에 출전할 경우 대회 상금 외에도 대표팀 등록일수에 따른 혜택을 얻는다. KBO리그에서 부상이나 부진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도 대표팀 등록일수가 많으면 FA(프리에이전트)가 되는 데 유리하다. FA 자격요건은 1년 등록일수 145일 기준으로 대졸선수 8년, 고졸선수 9년이다. KBO는 징계 중인 선수에게 혜택을 주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했다.

징계 대상 기준도 모호하다. KBO는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사고를 일으켜 서울중앙지범으로부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처분을 받은 강정호를 두고는 징계를 내리지 않고 있다. 강정호도 오승환처럼 해외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강정호에게는 ‘KBO리그 복귀를 고려한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다.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가 확정되면 징계위원회를 연다는 게 KBO 입장이다.

빅리그 세 번째 시즌을 마친 오승환은 지난 17일 인천공항에서 복귀 의사를 드러냈다. 소속팀 콜로라도와 2019시즌까지 계약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당장 KBO리그 복귀가 이뤄질 확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오승환 보유권을 쥐고 있는 삼성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급변할 수 있다. 박병호, 윤석민, 임창용 등이 빅리그 구단과 계약을 파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전례가 있다. 오승환의 에이전시인 스포츠인텔리전스 측은 KBO의 징계가 부당하며 한국 복귀시 오승환의 신분도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복귀에 앞서 풀어야할 게 산더미처럼 쌓인 오승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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