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평가전) 한국-일본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가 지난 2010년 10월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친선 경기에서 이영표와 조용형, 박주영의 마크를 돌파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일 양국 축구가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을 분수령으로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국가대표팀간 맞대결은 없지만 간접 비교를 통해 서로 경쟁하듯 힘을 내는 모양새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 및 남미 팀들과도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

두 나라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가는 길이 험난했다. 한국은 예선 탈락 위기 속에 최종예선 도중 감독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일본은 본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외국인 사령탑이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내보내고 역시 국내 감독을 앉혔다. 결과는 나름대로 달콤했다. 한국은 1~2차전에 연패했으나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조별리그 최종전으로 2-0으로 완파, 세계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32개팀 중 19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1승1무1패를 기록하며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16강에 올랐다. 조별리그 폴란드와 최종전에서 16강행을 위한 ‘볼 돌리기’ 논란이 있었으나 어쨌든 통과해서 최종순위 15위를 기록했다.

러시아에서 살린 희망이 새 감독 체제에서 치러지는 9~10월 A매치에서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 두 나라는 똑같은 4개국을 불러다가 평가전을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서로의 스코어를 간접 비교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은 파울루 벤투 감독 데뷔전인 지난 달 7일 코스타리카전을 2-0으로 이기더니 나흘 뒤 남미 챔피언 칠레와 0-0으로 비겼다. 이 달 2연전도 의미 있었다. 러시아 월드컵 8강에 오른 FIFA 랭킹 5위 우루과이를 홈에서 2-1로 누른 것이다. 16일 열린 북중미 파나마와 홈 경기에서 예상밖 2-2 무승부를 했으나 전체적으로 독일전에서 일궈낸 상승세를 안방에서 성공적으로 이어갔다. 일본도 그렇다. 지난 달 7일 예정된 칠레전이 경기장소인 홋카이도의 지진으로 취소됐으나 나흘 뒤 코스타리카를 3-0으로 완파하더니 이 달 두 차례 A매치도 모두 이겼다. 파나마도 3-0으로 눌렀고, 특히 우루과이를 난타전 끝에 4-3으로 이겨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부임 뒤 3연승을 내달렸다.

두 팀의 9~10월 A매치를 놓고 보면 일본이 조금 더 낫다. 그러나 스코어를 통한 간접 비교는 한계가 있다. 전체적인 맥락은 한·일 양국이 러시아 월드컵부터 시작된 반등세를 유지하면서 아시아 정상권 팀의 면모를 다시 갖췄다는 점이다. 한국은 월드컵 때 멤버를 주축으로 황의조 황인범 김문환 등 지난 달 자카르타-팔렘방 금메달리스트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스쿼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미나미노 다쿠미, 도안 리츠 등 러시아에 가지 못한 20대 초반 유럽파가 새 대표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결국 간접 비교가 아니라, 언젠가는 90분간 서로의 골문을 겨냥하며 싸우는 날이 올 것이다. 두 나라 팬들도 해외파까지 총동원한 한·일전이 열리는 어떤 결과가 나올 지 궁금해 하고 있다. 2013·2015·2017년에 한·일전이 열리기는 했지만 모두 자국리그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려 붙은 동아시안컵에서였다. 정예 멤버로 격돌한 가장 최근 경기는 2011년 8월10일 일본 삿포로 친선경기(한국 0-3 패)가 마지막이었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두 나라 모두 각 조 1위를 차지하면 결승에서나 붙고, 한 팀이 조별리그에서 2위로 삐끗하면 8강에서 만난다. 이란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다른 우승후보들도 있지만 한·일전이 성사된다면 실력과 열기 면에서 가파른 상승 곡선 타는 두 나라가 모처럼 ‘빅뱅’을 펼치는 셈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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