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우승 소감 말하며 눈물 흘리는 전인지  (1)
전인지가 우승 후 소감을 말하며 쏟아지는 눈물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인천=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늘 밝은 표정으로 웃음짓던 ‘덤보’ 전인지(24)가 눈물을 펑펑 쏟았다. 2년 1개월, 무려 44경기만에 들어올린 우승컵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전인지가 별명이기도 한 아기 코끼리 ‘점보’처럼 가장 높은 곳으로 훨훨 날아올랐다. 안방 팬들의 열렬한 응원속에 짜릿힌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다시 한번 필드 위 서커스의 주인공으로 복귀했다. 전인지는 1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한화 약 22억6000만원)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전인지는 2위 찰리 헐(잉글랜드)을 3타 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시즌 첫 승이자 LPGA 통산 3승째다.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이후 무려 44번째 경기만에 부활을 알린 값진 우승이다.

2015년 US여자오픈 우승을 발판으로 LPGA 투어에 정식 입성한 전인지는 2016년 신인왕과 최저타수상(베어 트로피)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이후 추가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2017년에는 준우승만 5번, 3위를 2번 하는 등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 킹스밀 챔피언십 공동 2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힘든 시즌을 보냈지만 지난주 인천에서 열린 여자골프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4전 전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상승세를 탔고 이번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완벽한 부활에 성공했다.

전인지 18번홀 경기 마치며 인사하는 전인지
18번홀을 마친 전인지가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 선두인 헐, 대니엘 강(미국)에 2타 뒤진 공동4위(10언더파 206타)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전인지는 초반부터 기세를 올리며 선두권을 추격했다. 1, 2번홀 연속버디로 우승경쟁에 뛰어든 전인지는 5, 6번홀에서 다시 연속버디를 낚아 공동선두로 나섰고 9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단독선두로 전반홀을 마쳤다. 그러나 곧 이어진 10번홀(파4)에서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왼쪽 러프로 들어가면서 두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고 보기로 1타를 잃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11, 12번홀을 파로 잘 막은 뒤 13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상승 기류에 올라탔다. 그리고 15번홀(파4)에서 티샷이 오른쪽 러프에 빠졌지만 두번째 샷을 홀컵에 잘 붙여 버디를 잡는 것으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전인지는 마지막 18번홀(파5)을 파로 마무리한 뒤 환한 미소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곧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떠올랐는지 눈물을 글썽였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인지는 “지난 힘들었던 순간이 떠올랐고 응원을 해주신 분들이 떠올라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동안 나 뿐 아니라 가족과 내 주변의 분들도 용기를 잃어가는 나를 보며 힘들어했다. 그분들께 보답을 한 것같아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왔다. 어린 나이에 우승에 성공하면서 솔직히 제가 ‘전인지 후인지’ ‘김치전인지 파전인지’ 모르다 포털에 이름이 검색될 정도로 유명해져서 좋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고 때로는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참기 힘든 말들이 이어지면서 상처가 커졌다. 반응하지 않으려 해도 머릿 속에 콕 박혀 떠나지 않았다. 신경쓰지 않으려 해도 거기에 자꾸 흔들리는 나를 보면서 더 힘이 들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지난 주 UL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한국팀 우승에 기여하면서 주변분들로부터 부진 극복의 전환점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동안은 너무 잘해보자는 마음에 샷이 무너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는데 나를 믿고 내 스타일대로 해보자고 했던 긍정적인 마음이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선두에 3타 차 7위로 출발한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은 3타를 줄여 12언더파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도 12언더파로 공동 3위를 기록해 박성현은 9주째 세계 1위 수성에 성공했다. ‘디펜딩 챔피언’ 고진영은 보기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 11언더파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고 KLPGA 강자 배선우는 10언더파 공동 8위에 올랐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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