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스포츠서울] LA 다저스 류현진2014. 4.23.로스앤젤레스 (미 캘리포니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더 이상 생존은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조건을 따질 때다.

‘괴물’ 류현진(31. LA 다저스)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지구 우승이 걸린 정규시즌 막바지 맹활약을 펼쳤고 포스트시즌에서도 기세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퀄리파잉오퍼(QO: Qualifying Offer)를 받거나 총액 5000만 달러(약 565억원) 이상의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180도 다른 상황이었다. 당시 류현진은 부상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다. 겨울 FA 시장서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류현진이 빅리그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것은 분명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FA 시장에 선발투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클레이턴 커쇼가 옵션을 실행할 경우 FA가 되고 패트릭 코빈, 댈러스 카이클, 찰리 모튼, J.A. 햅, 지오 곤잘레스 등 FA 자격을 얻는 수준급 선발투수가 10명이 넘는다. 희소성이 떨어져 대형 계약 가능성도 희박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최고의 시나리오를 썼다. 류현진은 지난달 6일 메츠전부터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던 29일 샌프란시스코전까지 5경기서 30이닝을 소화하며 방어율 1.50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다저스가 지구우승을 놓고 콜로라도와 접전을 벌였던 시기에 3연승을 내달리며 ‘빅게임 피처’의 위용을 과시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류현진은 19이닝을 소화했고 3승 무패 방어율 0.47로 더할 나위 없는 투구를 펼쳤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코리안 메이저리그 최초로 포스트시즌 1차전 선발 등판 특명을 받은 그는 지난 5일 애틀랜타와 디비전시리즈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다저스의 선승을 이끌었다. 애틀랜타 타자들은 득점은 커녕 3루를 밟지도 못했다. 2013년 빅리그 진출 이후 최고 투구였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류현진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한 달 후 FA가 되는 류현진을 홍보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진화했다. ML 첫 해 직구(포심 패스트볼)와 체인지업의 비율이 75%가 넘었던 그가 이제는 다섯 가지 구종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직구와 체인지업 외에 컷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를 원하는 곳에 정확히 꽂아 넣는다. 날카로운 제구력과 변화무쌍한 투구 패턴으로 상대 타자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인다. 공략법은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류현진을 상대하는 우타자들 대다수가 바깥쪽 체인지업에 초점을 맞추고 타석에 섰지만 이제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고도 우타자를 요리한다. 직구 구속도 90마일 중반대까지 찍으며 어깨 수술로 인한 우려도 완전히 지워버렸다. 보라스의 말대로 류현진의 전성기는 이제부터일지도 모른다.

포스트시즌 맹활약까지 더하면 가치는 폭등한다. 2004년 카를로스 벨트란, 2010년 클리프 리는 FA를 앞두고 가을야구를 지배하며 대형계약을 맺었다. 벨트란은 2004년 겨울 뉴욕 메츠와 7년 1억19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고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서 진가를 발휘한 리는 필라델피아와 5년 1억2000만 달러에 사인했다. 류현진이 디비전시리즈 1차전의 기세를 이어가면 다저스로부터 QO를 제시받거나 5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도 가능할 전망이다.

QO는 전소속팀이 FA 선수에게 단년 계약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액은 ML 상위연봉자 125명의 평균치로 산정되는데 올 겨울 QO 금액은 1800만 달러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QO를 거절하고 타팀과 FA 계약을 맺으면 전소속팀은 이듬해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 지명권을 얻는다. 이른바 ML식 FA 보상제도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현지 언론은 류현진의 QO 가능성에 부정적이었다. 류현진의 기량이 뛰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부상으로 인한 결장기간이 길기 때문에 가치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디비전시리즈 1차전 이후 류현진의 가치는 한 단계 더 올라갔다. 미국 전역에서 주목을 받고 상대팀으로부터 현미경 분석을 당하는 포스트시즌 활약은 선수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미국 프로야구팀 신시내티 레즈
신시내티 레즈 추신수(왼쪽)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 볼파크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훈련후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3-02-16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보라스는 지난 6일 “류현진의 최소 몸값은 6000만 달러(약 720억원)”라고 기세등등하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FA 협상의 시작점을 4년 6000만 달러로 잡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 ‘슈퍼 에이전트’로 통하는 보라스는 과거 박찬호(5년 7500만 달러), 추신수(7년 1억3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추진했다. 빅리그에서 증명되지 않았던 류현진이 2012년 12월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 계약을 맺는 데에도 보라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보라스는 2015년 1월 맥스 슈어저와 워싱턴의 7년 2억1000만 달러 계약을 이끌기도 했다. 한 달 후 류현진은 보라스에게 매우 중요한 고객이 될 게 분명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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