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윤형기자]23년 차 배우 김윤진(45)이 국내외에서 갈고 닦은 연기 내공으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김윤진은 지난 6일 첫 방송 된 SBS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이하 '미스 마')'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1999년 KBS2 '유정' 이후 무려 19년만이다. 그 사이 미국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로스트' '미스트리스'에서 활약하며 세계적인 배우로 우뚝 섰다.


복귀작 '미스 마'는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 여성 탐정 '미스 마플' 이야기만을 모아 국내 최초로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미스 마가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뛰어난 추리력을 통해 주변인들의 사건까지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흥미진진한 전개를 선보인 '미스 마'는 지난 6일 첫 방송에서 1부 6.3%(이하 수도권 기준), 2부 7.6%, 3부 9.5%, 4부 9.9%의 시청률을 기록, 동 시간대 시작한 tvN '나인룸(6.2%)'을 제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 간 김윤진은 중학교 때 연극 클럽에 가입하며 연기에 눈을 떴다. 시작은 뮤지컬이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예술고등학교와 보스턴대학교 공연예술학 학사를 거쳐 영국 드라마 아카데미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졸업 이후 미국 MTV와 ABC,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며 연기 외길인생의 서막을 알렸다.


1996년 대한민국으로 돌아온 그는 MBC 드라마 '화려한 휴가'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5·18 광주민중항쟁으로 인해 겪게 되는 한 유학생의 불행한 삶을 그린 이야기 속 강미림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듬해 MBC '예감'에서는 이혜영의 멘토를 자처하는 직장 상사 역으로 열연을 선보였다.


1998년 KBS2 '웨딩드레스'에서 극 중 신현준의 유학 시절 친구인 윤진아 역을 맡으며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큰 비중은 아니었으나 탁월한 연기력을 통해 신현준과의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선보였고, 이는 배우로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김윤진'이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 작품은 1999년 2월 개봉한 영화 '쉬리'다. 극 중 한석규와 결혼을 약속한 이명현 역으로 분한 그는 차원이 다른 연기를 펼쳐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무명에 가까웠지만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라는 명배우 사이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자신의 존재를 여실히 증명했다.


'쉬리'로 1999년 제22회 황금촬영상 신인연기상, 제36회 대종상 신인여우상, 제1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신인상을 거머쥐며 연기파 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한 편의 영화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이를 기점으로 브라운관보다는 스크린에서의 맹활약이 돋보였다.


2000년대 초반은 유난히 필모그래피에 치중한 해였다. 2000년 '단적비연수'를 시작으로 '러쉬', '아이언 팜', '예스터데이', '밀애' 등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특히 한 여성의 세밀한 감성과 욕망을 담은 영화 '밀애'에서는 주인공 미흔 역을 맡아 격정적인 멜로를 선사했다. 처연한 연기와 섬세한 연출이 인상적이었으나 파격적인 노출신만 화제가 돼 아쉬움을 모으기도 했다.


충무로는 김윤진의 탄탄한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인정했다. '밀애'로 2002년 제7회 여성관객영화상 최고의 여자배우상, 제23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5회 디렉터스컷 시상식 올해의 연기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은 것. 그의 울림 있는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독보적인 연기력은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2004년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 에 전격 캐스팅돼 월드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김윤진이 맡은 선화 역은 보수적이고 의존적인 한국 여성에서 주체적인 캐릭터로 변모해가며 큰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출신으로서 처음 미국 TV 드라마 주연급 배우로 활약했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시즌 6까지 '로스트'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며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했다.


숨 가쁜 할리우드 일정 속에서도 국내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2007년 영화 '세븐 데이즈'에서 깊이 있는 명연기를 펼치며 연기력과 흥행성을 동시에 검증받았다. 다음 해 제5회 맥스무비 최고의 여자배우상과 제45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대한민국 대표 배우' 자리를 공고히 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사랑의 결실도 맺었다. 김윤진은 3년 열애 끝에 2010년 미국 하와이에서 동갑내기 영화 제작자와 결혼식을 올렸다. 오랜 기간 배우와 매니저로 함께 일해온 두 사람의 결혼식은 가족, 지인 몇 사람만 참여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졌다.


연예계에 종사하는 남편의 안목이 더해진 덕분일까. 결혼 이후 임팩트 있는 작품으로 좋은 성적을 이어갔다. 여자 교도소의 합창단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하모니'에서 짙은 모성애를 그려내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심장이 뛴다', '이웃사람'에서는 장르를 넘나드는 풍부한 연기력으로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청춘과 노인을 아우르는 호연을 펼치기도 했다. 2014년 영화 '국제시장'의 여자 주인공 영자로 분한 그는 특유의 감정선을 살리며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 상대역인 황정민과의 호흡도 단연 최고였다. 1420만 명의 관객 수를 돌파한 '국제시장'은 한국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음과 동시에 김윤진에게 천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게끔 했다.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쉴 틈 없이 달렸다. 영화 '시간 위의 집'과 더불어 미국 ABC드라마 '미스트리스' 에 출연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제는 '미스 마'를 통해 23년의 굳건한 연기 내공을 보여줘야 할 때. 글로벌 톱 배우 김윤진의 안방 복귀작이 기대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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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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