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유튜브(온라인 영상)의 시대가 왔습니다. TV를 대신해 휴대전화 속 영상을 보고 즐기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죠. 문화 트렌드 역시 TV가 아닌 온라인 영상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10~20대 젊은층이 주로 온라인 영상을 보고 소비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죠.


온라인 영상 시대의 중심에서 선 영상 크리에이터 디바제시카는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온라인 영상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회계 컨설팅 회사를 다니던 그는 지난 2013년 온라인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를 통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영어 교육 콘텐츠로 단기간 안에 자리를 잡으면서 전업을 선택했죠.


지금은 아프리카TV를 떠나 카카오TV에서 활동을 이어가면서 영어 콘텐츠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먹방 등 다양한 콘텐츠로 영상 크리에이터 선구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시대 흐름의 중심에 선 디바제시카가 바라보는 온라인 영상의 시대는 어떤지 이야기를 들어보실까요.



Q : 처음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방송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회계 컨설팅 회사를 다녔는데 벌이가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결혼하고 30대 중반까지 이 일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죠. 회사 다닐 때도 주말에는 영어 과외를 했는데 영어 강사를 하기는 싫었어요. 이미 학교 다닐 때부터 10년 이상 했던 일로 전업하는 건 제게 실패한 인생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었거든요.


Q : 영상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어떨 땐 단순한 욕구가 저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게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방송으로 100만~150만원만 버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실제로 첫 달 150만원을 벌었죠. '어라? 이거 돈 되네?'하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3~4시간 방송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긴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게 영어라는 해답을 얻었죠. 외국 생활을 해봤고 영어를 가르친 경험도 있어서 영어는 제게 큰 어려움이 아니었어요. 더욱이 우리 나라는 영어 교육 열기도 높고, 무료로 영어 방송을 하는 게 매력적인 키워드가 될 것 같았어요.


Q : 방송 시작 초기부터 반응이 좋았다면서요.


'섹시 영어 강사'로 포인트를 잡았는데 핫했어요.(웃음) 제가 온라인 문화도 잘 이해했죠. 저는 학원 같지 않으면서 그냥 일상 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팁을 전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우리만의 표현인 '대박'이라는 의미를 외국에서 사용하고 싶으면 어떤 말을 써야하는지 그런 기본적인 니즈를 충족시키려 했죠.


그래도 영어 콘텐츠로만 채우기엔 부족했어요. 매일 보러 오시는 분이라면 지루하겠다는 생각에 미국에서 겪은 일을 소개하고 미국과 한국의 문화를 비교해 주었어요. 단순히 얘기하는게 어느 순간 콘텐츠화 되고 포맷화 됐고 그러다 미스터리물도 시작할 수 있었죠. 실시간 방송을 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바로 확인하면서 콘텐츠를 포맷화 할 수 있었어요.


Q : 어쩌면 구독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는 확실한 방법이었네요.


구독자의 피드백을 바로 확인해서 요구사항을 빨리 반영할 수 있는 점은 생방송을 경험한 영상 크리에이터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Q : 콘텐츠를 선정하는 기준이 구독자에 맞춰진 셈이네요.


당연한 거죠. 그래서 제 콘텐츠 포맷도 사건‧사고 미스터리, 영화 이야기 등 잘 소비되는 콘텐츠에 맞춰져 있어요. 한편으로는 미래지향적으로 봤을 때 제가 140만 구독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이젠 콘텐츠도 선별해서 말해야 될 때라고 생각해요. 인터넷 스타로서 제 영향력이 커진다면 좋은 방향으로 쓰고 싶은 게 바람이에요. 저도 성숙해지다보니 언제까지 조회수만 신경 쓰는 영상을 제작하고 싶진 않거든요. 얼마 전 공개한 일본의 우토로 마을(1941년 일본 정부가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징용했던 조선인 노동자의 집단 거주지)을 다녀온 영상이 제가 추구하는 것이죠.


하지만 선한 영향력만 생각해서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지금처럼 받지 못할 거예요. 오락적인 요소를 찾던 사람이 발길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밸런스를 맞출 필요가 있어요. 지금은 3개월에 한 번씩 하는게 이상적이에요.



Q : 그것 외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미스테리물을 다루다 보면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게 중요해요. 그래서 작가팀이 따로 있죠.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가 들어간 영상이 있다면 바로 내리고 더욱 퍼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정보의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제가 중시하는 건 사건 관련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지 않는 걸 가장 신경쓰고 있어요.


Q : 최근 영상 크리에이터로 방송가도 진출하고 다양한 활동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 씨의 온라인 영상 시작을 돕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오래 활동하다 보니 온라인 영상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어요. 이사배 씨에게 추천했을 당시 미국의 트렌드가 우리보다 빨랐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다음 트렌드를 예측하기 쉬웠죠. 문화라는 게 돌고 돌아 유행되는 것처럼 큰 흐름을 읽으면 되거든요. 당시 미국에서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굉장히 주목받고 산업이 성장한 상황이었고 한국에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사배 씨를 우연히 만난 순간 그의 전문적인 재능을 보고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었어요.


지금 성공해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사배 씨는 워낙 끼도 있고 실력도 뒷받침 된 사람이기에 더 클 수 있을 거라 믿어요.


Q :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시작해서 그런지 크리에이터로서 TV 방송 진출도 일찍했어요.


최근에 TV 방송에 많이 출연하고 있는데요. 먼저 경험한 입장으로서 현실을 보자면 크리에이터 전부가 방송에 출연해서 유명해지고 싶어하진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새로운 경험으로 출연하지만 가서 실망하고 돌아오는 분들도 있고요. 영상 크리에이터들은 각자의 콘텐츠에 자부심이 있어요. 그런데 TV 방송은 내가 출연할 뿐이지 내 것이 아니거든요.


크리에이터들이 지금 TV 방송에 출연하는 건 10~20대뿐만 아니라 40~50대 등 전세대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전 올드 미디어(TV)와 뉴미디어(온라인 방송)는 쉽게 섞일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보거든요.


Q : 흐름을 읽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제가 5년 넘게 매일 콘텐츠를 만들며 살아 남기 위해 몸으로 터득한 거예요. 사실 이 바닥에서는 흐름을 빨리 분석하고 트렌드를 읽는 게 중요해요. 이걸 몸에 익히는게 쉬운 건 아니죠. 최근에는 신입 크리에이터들이 저를 찾아와서 자기 영상을 들이밀며 조언을 구해요. 저는 그런 열정있는 모습이 예뻐서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며 도움을 주고 있어요.


Q : 요즘은 크리에이터간 협업이 많아졌어요. 그런 면에서 구독자가 많은 크리에이터가 후배의 구독자 수를 늘리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많은 구독자를 지녔다고 동료 방송의 구독자를 쉽게 늘린다 볼 수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절대 이 바닥에서 크게 성장할 수 없다고 봐요. 내가 가진 콘텐츠가 단단해야 돼요. 저는 누구보다 영어를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자신해요. 그래서 주목받을 수 있는 거죠. 결국 누구보다 잘하는 분야를 지닌 사람이 많은 주목을 받는 크리에이터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톱 크리에이터를 꿈꾸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협업해서 구독자를 늘리는 건 중간급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일 수는 없죠. 그렇다면 길게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없어요.


Q : 결국엔 콘텐츠 싸움이라는 소리네요?


그렇죠. 코어 콘텐츠 싸움이죠. 기획력이 중요해요. 예전에는 크리에이터 개인이 모두 기획했다면 요즘은 기획 전담팀이 따로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기획팀과 상의해 영상을 만들죠. 최근에 '와썹맨'이 뜨고 있는 것 아시죠? 그게 전문 기획팀이 엄청 달라붙었기에 훌륭한 영상이 만들어진 거예요.



Q :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시장에 어떤 영상이 주목을 받을까요?


이건 영업 비밀인데요.(웃음) 이제는 온라인 영상이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로 가고 있어서 뭐가 뜰 것이다 예측하긴 힘들지만 핵심적인 건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거예요. 기존에도 '와썹맨' 같이 제작진을 투입해서 영상을 만든 채널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박준형 씨 같은 캐릭터가 없었죠. '와썹맨'은 박준형이라는 캐릭터가 50% 이상 했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를 살려서 채널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예전에는 어떤 제작진이 영상을 만드느냐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진행자가 대본 없어도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에요. 기획력은 이미 준비된 상황이니까 캐릭터가 중요한 거죠.


Q : 시대는 변화하고 지금의 흐름이 계속되진 않을 텐데요. 콘텐츠와 캐릭터만 준비된다면 어느 플랫폼이든 상관 없다는 말인가요?


저는 이미 5년 전에 TV의 시대는 끝났다고 봤어요.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이 보는 건 휴대전화 화면이에요. 그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 생활 패턴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TV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건 자명한 일이에요. 라디오에서 TV로 매체가 바뀌었다고 라디오가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TV도 그대로 일거예요. 그래서 중요한 건 코어 헤드 콘텐츠예요. 어디든지 다변화되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콘텐츠만 있다면 문제 없다고 봐요.


Q : 2017년 2월 아프리카TV에서 카카오TV로 옮겼어요. 같은 맥락인가요? 콘텐츠만 가졌다면 문제 없다?


네 그렇죠. 하지만 아프리카TV에서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tvN도 원래 선정적인 콘텐츠로 시작한 케이블 채널이었어요. tvN도 10년만에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하게 됐잖아요. 이건 tvN 경영자와 구성원이 '우리는 최고가 될 수 있어'라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아프리카TV에서 이런 부분을 보지 못했어요.


만약 목표 의식이 있었다면 계속 남아 있었을 거예요. 저도 나이가 들고 성숙해질수록 좀 더 성장할 수 있길 바랐거든요. 계속 B급에만 머무를 수 없잖아요. 돈이 다가 아니거든요. 저도 후배를 키웠을 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이적을 결정했죠.


Q : 마지막 질문인데요. 앞으로 어떤 콘텐츠로 어떤 방송을 만들고 싶은가요?


저는 밝은 사람인데 제 채널은 빛으로 따지면 어두운 콘텐츠만 가지고 있어요. 살인, 귀신, 사기 등이 있는데 그걸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하는 거죠. 하지만 이 콘텐츠를 계속하면 우울한 감정이 생겨요. 그나마 위안을 얻는 건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오래 진행하고 있는 김상중 씨예요. 사람들은 그분을 전달자로만 바라보지 어두운 시선으로 바라보진 않잖아요. 저도 그렇게 색깔을 지켜가면 되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어두운 와중에 감동과 휴머니즘이 나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건 수익에 긍정적이지 않지만 저와의 약속이고 다짐이에요. 제 영향력으로 사람들의 마음 자체를 선한 사회로 움직일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말인데 제 영상 30개 중 한 개 정도는 좋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한편으론 저도 5년 반을 했으니 이 바닥의 1.5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후배 크리에이터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이 아닌 나이가 들어도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모범적인 선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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