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명절 연휴를 홀로 보내는 풍경은 이제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불편한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해, 꽉 막힌 도로를 피해, 명절을 집에서 나홀로 보내길 택하는 이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다만 대체휴일이 보편화되면서 평균적으로 길어진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는 여전히 큰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그러나 '방콕인들의 친구'로 불리는 영화나 TV시리즈 등의 영상물을 시청하는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이 역시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에는 편성표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시청자가 TV 앞으로 향했다면 지금은 영상물이 시청자를 향해 찾아간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심에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가 있다. 지난 2016년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는 이젠 제작된 영화를 배급하는 단계를 지나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영화나 TV시리즈를 제작해 독점 배급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넷플릭스 제작 영화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새 작품으로 큰 기대를 모았음에도 3대 멀티플렉스에서 상영을 보이콧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는 역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았던 국내에 넷플릭스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화 못지않은 스케일과 쟁쟁한 캐스팅을 앞세운 TV시리즈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팬들을 찾아가는 가운데 이번 추석 연휴에 즐길 만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꼽아봤다.


◇ 마블 '디펜더스' 시리즈


마블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들을 한 세계관으로 묶어 스크린으로 옮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21세기 영화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MCU의 신작을 '필수 관람'해 영화의 스토리와 떡밥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됐다.


MCU는 ABC 방송국의 '에이전트 오브 쉴드'를 시작으로 TV시리즈로도 확장됐다. 넷플릭스 독점 TV시리즈도 있다. 바로 '디펜더스' 시리즈다. '어벤져스'처럼 마블 코믹스 원작의 거리의 히어로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를 개별 작품으로 먼저 공개한 후 '디펜더스'에서 네 명의 히어로를 팀으로 구성했다.


특히 '데어데블'과 '제시카 존스'는 수작으로 호평받고 있다. '루크 케이지'는 앞선 두 작품에 비하면 힘이 떨어지지만 흑인 사회의 어두운 면과 할렘가의 명과 암을 잘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아이언 피스트'는 호불호가 갈린다. 외전 격인 '퍼니셔'도 있다.


◇ 나르코스


콜롬비아의 거대한 마약 카르텔을 상대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미국 마약단속국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의 이야기를 그린 '나르코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리즈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이 흥미를 끈다. 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두 요원 스티븐 머피와 하비에르 페냐는 모두 실존 인물이다. 시즌1과 시즌2의 '끝판왕'으로 활약하는 파블로 에스코바르 역시 실제 콜롬비아의 유명 마약 카르텔인 메데인 카르텔의 수장이었던 인물이다.


현재 시즌3까지 공개됐으며, 세 시즌 모두 호평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 공개될 시즌4는 멕시코로 배경을 옮길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시즌4의 장소 섭외를 맡은 카를로스 무뇨스가 멕시코 현지 답사 중 피살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나르코스'가 그리고 있는 실제 마약 카르텔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줘 전 세계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 기묘한 이야기


동명의 일본 단막극과 전혀 상관없는 '기묘한 이야기'는 영화에 버금가는 스케일을 지닌 SF TV시리즈다.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주연을 맡은 SF물이라는 점에서 영화 '슈퍼 에이트'가 떠오르지만 소재는 완전히 다르다.


가장 큰 호평을 받는 부분은 깔끔한 전개. 미국의 많은 TV시리즈는 책임지지 못 할 떡밥을 무작정 뿌려놓고 다 회수하지 못한 채 맥거핀으로 남겨버리는 일이 잦아 시청자들의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묘한 이야기'는 찜찜한 뒤끝을 남기지 않고 주요 떡밥은 대부분 회수하는 사이다 전개를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미국 문화에 익숙하다면 특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연출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시즌1은 2016년, 시즌2는 지난해 공개됐다. 시즌3 역시 제작 중이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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