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틴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아싸’(아웃사이더)인지 ‘인싸’(인사이더)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을 두고 저마다 의견을 내고, 스스로도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이라는 요즘 아이들의 세태에 정말 감탄사만 연발하게 된다. 더이상 윷놀이나 할 조카들도 아닌데, 추석 때 만날 조카들에게 통할 화제거리라도 좀 챙겨놔야 안심이 되겠다. 물어물어 10~20대들이 ‘픽’(pick)한 연예계 아이템들을 모아봤다.

◇요즘 뭐 봐?

드라마 예능을 보기는 마찬가지인지 모르지만, 콘텐츠를 접하는 루트는 중장년층과 정말 너무 다르다. 유투브와 페이스북으로 드라마를 본다는 중고등학생들은 최근작으로는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인기작으로 꼽았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남자주인공 차은우는 ‘얼굴천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외모로 인기가 많다. 그런데 방송으로도 인기를 끈 화제의 드라마는 그 정도뿐. 나머지는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시리즈와 ‘에이틴’이 상위권을 도배하는 중이다.

배우 신승호
배우 신승호.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특히 얼마전 끝난 ‘에이틴’의 인기가 현재 하늘을 찌른다. 급식을 주로 먹는 10대들이 선택한 아이템이라며 ‘급식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10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중이다. 그런 이유로 주인공 신승호와 신예은의 인기는 10대들 사이에서 여느 톱스타 저리가라 수준이다. ‘초통령’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10대들의 첫사랑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하면서 실제로 학생들 사이에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넣었다. 즐겨보지 않을지는 몰라도 ‘에이틴’이 뭔지 모를 순 없다고 한다. 여주인공 신예은의 단발머리와 긴머리의 갭차이가 화제가 되며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단발 열풍이 일기도 했다.

인기있는 웹예능으로는 G.O.D 박준형이 나오는 ‘와썹맨’이 있고, 놀랍게도 방송이 나온지 20년이 다 된 ‘순풍산부인과’가 최근 유튜브에서 그렇게 인기였다고. 박미선의 극중 대사 ‘~는 내가 할게. ~는 누가 할래?’가 ‘짤’로 SNS상에 돌면서 10대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며 많은 패러디를 불러일으켰고, 덕분에 ‘순풍산부인과’까지 인기 콘텐츠 반열에 올랐다.

방탄소년단(BTS)
그룹 방탄소년단.  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K팝의 힘

한해 데뷔하는 아이돌그룹이 몇이나 있는지도 모를 만큼 많은 그룹들이 활동 중이니 이들을 일일이 알아보겠다는 욕심은 내지 않는게 맞다. 그저 요즘 심심치 않게 지상파 방송 뉴스에도 언급이 되는 방탄소년단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라니 이들의 이슈라도 좀 챙겨봄직 하다. 미국 3대 음악시상식 중 빌보드를 석권하고, 최근에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제 마지막 그레미어워즈에서도 방탄을 볼 수 있을까.

또, 리더 RM을 필두로 한 7인조 그룹 방탄소년단의 약자는 BTS, 이들의 최고 히트곡은 빌보드에서 트로피를 거머쥐게 한 ‘MIC Drop’이라고 하면 BTS를 설명하는 기본 중의 기본일거다. 인기가 높은 방탄소년단에 대해서라면 요즘 아이들이 많이 쓰는 TMI(too much information·불필요하게 많은 정보) 몇개 정도는 알아둬도 좋을 듯하다. 멤버 슈가는 누워있는 것을 좋아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자주 보여서 ‘슈가’와 ‘무기력’을 말을 합친 ‘슙기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막내인 정국은 춤, 노래, 운동 등을 다 잘 하는 다재다능한 멤버라는 이유로 ‘황금막내’라 불린다. 대구 출신인 뷔의 좌우명은 ‘그므시라꼬’라는데, ‘그게 뭐라고’의 경상도 사투리 버전으로 그 어떤 역경과 고난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을 함축한다.

한때 K팝씬의 이슈였다가 이제는 10대들의 편의점 일상으로 들어온 ‘JMT’(‘존맛탱’을 알파벳 약자로 바꾼 신조어로, 아주 맛있다는 뜻. 현재 SNS에서 큰 인기를 끄는 해시태그 단어가 됐다. 더 확장해 ‘인싸용어’라며 ‘JMTGR’(존맛탱구리)라고도 한다)도 있다. 바로 아이돌 그룹을 통해 유명해진 ‘인기가요 샌드위치’다. SBS 공개홀 매점에서 파는 샌드위치인데, SBS ‘인기가요’ 촬영차 방송사에 들른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SNS상으로 언급하거나 인증샷을 남기며 10대 팬들에게도 알려지고 핫템이 됐다. 심지어 ‘인기가요 샌드위치’의 맛이 궁금해서 그 맛을 보기 위해 아이돌로 데뷔해야 하는거냐는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 덕분에 ‘인기가요 샌드위치’ 혹은 ‘아이돌 샌드위치’라는 이름으로 이제는 유명 3사 편의점에서까지 판매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레시피는 식빵에 딸기잼과 양배추 마요네즈 샐러드가 들어간 평범한 듯한 샌드위치이지만, 그 맛이 남다르게 맛있어서 직접 만들어 먹어보며 싱크로율을 따지기도 한단다. K팝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놀라운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포토]준비했어요. 펜타곤 쇼케이스 단체컷~
보이그룹 펜타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방탄에 인기가요 샌드위치도 알고, 좀더 ‘인싸력’(인사이더가 될 수 있는 능력)을 높이자면 ‘인싸춤’도 하나도 추가하면 좋겠다. 아이돌들의 다양한 춤들을 커버하지만,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인기를 끄는건 ‘망치춤’이다. 망치춤은 한발로 콩콩 뛰면서 손으로는 망치질을 하는 비교적 쉬운 동작이라 많은 10대들이 따라할 뿐 아니라 축구선수들도 세리머니로 하는 춤이기에 이제 ‘국민춤’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비슷한 동작이 여러 그룹의 댄스들에서 활용돼 원조 논란도 있지만 10대들 사이에서는 원조를 펜타곤의 ‘빛나리’라고들 보고 있다. 행여나 “망치춤은 H.O.T 꺼 아니야?” 하고 묻지 말길! 장우혁의 망치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망치춤이니 말이다.

[포토]공작 황정민, 스파이로 나와요~
영화 ‘공작’의 황정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갑분싸’는 되지 말아요~

10대들 사이에 넘쳐나는 신조어와 줄임말들, 일명 ‘인싸용어’는 이제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신조어 테스트라는 모습으로 종종 소개가 되며 ‘인싸’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측정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10대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JTBC ‘아는 형님’에서도 언급된 ‘애빼시’(애교 빼면 시체)는 멀지 않은 미래에 연예인들을 수식하는 공식 용어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르겠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홍진영 등 애교 많은 연예인들에게 ‘애빼시의 정석’을 보여준다고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10대들의 정서에게 찬물을 끼얹는 아저씨가 되기 싫다면 황정민의 웃픈 일화를 하나 알아두면 좋겠다. 10대들은 물론 누구라도 싫어할 상황인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다)는 이제 황정민을 통해 더욱 유행하는 신조어로 떠올랐기 때문.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공작’의 홍보를 위해 나선 V앱 인터뷰에서 황정민이 ‘갑분싸’가 뭔지 아느냐는 진행자 박경림의 질문에 “갑자기 분뇨를 싸지른다”라고 답해 좌중을 웃기다못해 눈물까지 쏟게 했던 일이다. 이후 황정민은 라디오프로그램 ‘컬투쇼’에서는 자신의 ‘실수’를 사과하면서 그 일로 자신의 6학년 아들에게 크게 꾸지람을 받았다는 후일담까지 전했다. 황정민은 아들왈 “앞으로 학교를 어떻게 다니냐”며 아버지인 자신을 부끄러워했다는 것.

비록 ‘인싸용어’들의 뜻은 제대로 몰라도, 황정민처럼 웃음을 뿜어내는 즐거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어른이 되는 명절이길 기대한다. ‘갑분싸’ 하지 않는, 즐거운 한가위의 넉넉한 마음으로 요즘 아이들이 바라듯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하면 좋겠다.

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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