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박병호 추석 인사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추석을 맞아 스포츠서울 독자를 위해 인사하고있다. 2018.09.19.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완벽한 ‘왕의 귀환’이다. 넥센 박병호(32)가 KBO리그 정복을 위해 방망이를 다시 곧추 세웠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주춤했던 그가 가장 중요한 후반기에 괴력을 발휘하며 넥센의 가을야구 재진입을 이끌고 있다. 사건 사고로 인해 등을 돌렸던 넥센 팬도 돌아온 영웅을 보기 위해 하나둘씩 고척돔을 찾는다. 박병호가 스포츠서울 독자들을 위해 최근 활약의 비결과 2년 동안의 미국 생활, 그리고 과거 자신을 향한 평가절하에 대한 심경을 솔직담백하게 털어놨다.

◇ 고척돔에서 열리는 홈런쇼, 상대 투수에게는 악몽

던질 곳이 없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공이면 어김없이 장타로 연결된다. 크게 빠진 유인구에 배트가 나오기를 바라거나 볼넷으로 피하는 게 상책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박병호는 모든 공에 홈런 스윙을 한다. 투수가 잘 던져도 걸리면 넘어간다. 아예 몸쪽으로 붙이거나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 실투면 끝장”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박병호는 20일 현재 후반기 38경기에서 타율 0.354에 21홈런, 4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88로 펄펄 날고 있다. 장타율이 0.837에 달한다. 지난 17일 고척 두산전에선 7-7 동점을 만드는 천금 같은 3점포로 역대 최초 3연속시즌 40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넥센 또한 박병호의 활약을 앞세워 수많은 악재를 딛고 4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 8월 2일부터 15일까지는 구단 역대 최다 11연승을 달성했다. 이 기간 박병호는 타율 0.439에 7홈런, 18타점, OPS 1.514의 초인적인 활약을 펼쳤다.

박병호는 자신의 후반기 활약을 두고 “사실 이전에도 시즌 초반 성적은 안 좋았다. 그래도 올시즌에는 2년 만에 돌아온 만큼 시즌 초반부터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부상을 당했을 때 내 자신에 대한 실망도 많이 했다. 솔직히 복귀 후에는 그저 많은 경기에 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가지 못한 한 달 동안 준비를 잘 했고 다행히 후반기에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 김재환과 치열한 홈런레이스를 벌이고 있지만 홈런왕이 첫 번째 목표는 아니다. 박병호는 “다시 홈런왕을 차지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팀을 위해 매 타석 어떻게 해야할지 집중하고 있다. 홈런보다는 가을야구가 중요하다. 사실 예전에도 특별히 누구를 이겨서 홈런 1위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남을 의식하기 보다는 내 자신에게 냉정한 편”이라고 목표점을 분명히 했다.

거침없는 홈런의 비결로는 철저한 자신만의 루틴을 꼽았다. 그는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장에 온다. 전날 야구가 잘 되든 안 되든 똑같이 하려고 애를 쓴다. 루틴을 잘 지키면 전날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병적으로 루틴을 지키는 편”이라면서 “야구장에 출근하고 나서는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체크하고 상대 투수의 공과 볼배합도 확인한다. 타격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다. 몸의 반응이다. 상대 투수의 코스와 구위를 순간적으로 판단해 맞춤형 스윙을 할 수는 없다. 많은 훈련을 통해 몸이 반응해야 한다. 몸통 스윙도 그렇다. 내게 몸통 스윙은 자연스러운 타격 동작”이라고 자신만의 타격 이론을 설명했다.

◇ 실패한 메이저리그 도전,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

박병호는 2014시즌 52홈런, 2015시즌 53홈런을 터뜨린 후 메이저리그(ML)에 진출했다. 미네소타 트윈스가 포스팅 비용 1285만 달러를 들여 독점 계약권을 손에 쥐었고 박병호와 4년 12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5월 중순까지만 해도 박병호의 빅리그 도전은 청신호였다. 32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9홈런 OPS 0.917로 순항했다. 하지만 오른쪽 손목 부상을 당한 후 갈피를 잡지 못하며 추락했고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박병호 영입을 주도했던 미네소타 수뇌부가 모두 교체됐다. 이듬해 박병호는 시범경기서 맹활약을 펼쳤음에도 빅리그로 올라가지 못했다. 2017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 성적도 좋지 않았다. 사실상 미네소타의 전력에서 제외됐고 지난해 겨울 미네소타와 계약을 해지하고 넥센으로 돌아왔다.

그는 “메이저리그 도전에 실패했다. 하지만 많은 것을 배웠고 후회없이 도전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야구하면서 사소하고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챙기고 집중하게 됐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부상을 당했고 야구도 생각보다 안 됐다. 두 번째 해에는 마이너리그에서도 성적이 안 나왔다. 어느 순간 내가 콜업이 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트리플A라고 해도 뛰어난 투수들이 많더라. 기술적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을 보며 야구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느꼈다. 빅리그 선수들은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불평 불만을 하지 않는다. 야구하기 힘든 날씨나 험난한 일정에도 ‘그게 우리가 돈을 많이 받는 이유다. 당연히 해야 한다’며 쿨하게 받아들인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불평 없이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돌아봤다.

[포토] 박병호, 7회 동점 만드는 스리런포
2018 KBO 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넥센 박병호가 7회말 무사1,3루 중월홈런을 날린 후 김하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8. 9. 18.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aportsseoul.com
◇ 다시 입은 넥센 유니폼, 정상등극과 꾸준한 활약 다짐

박병호의 목표는 분명하다. 꾸준히 활약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후배들과 함께 2014시즌에 이루지 못한 우승을 달성하는 것이다. 박병호는 “선수들이 모였을 때 이따금씩 2014년 얘기를 한다. 나를 비롯해 당시 함께 뛰었던 선수들 모두 우승을 놓친 2014 한국시리즈를 아쉬워한다. 지금도 아쉽지만 괜찮다. 앞으로 넥센은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라 믿는다. 2014년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곧 2014년 못지 않은 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야수진에서 이택근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선수가 된 것을 두고는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많이 늘었다. 팀에 어린 선수가 많은 것을 장점으로 극대화시키기 위해선 선배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 또한 어렸을 때 이택근 선배를 보고 많이 배웠다. 지금 나는 당시 택근이형의 역할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팀 젊은 선수들이 정말 야구를 잘 하는 데에는 택근이형, (오)주원이형, (서)건창이, (김)민성이 등 고참들의 몫도 크다”고 위기 속에서 더 강하게 뭉치는 넥센의 비결을 밝혔다.

과거 일각에선 박병호의 홈런비결이 작은 목동구장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박병호는 고척돔에서도 무섭게 대포를 쏘아 올리며 자신을 향한 평가절하를 무너뜨렸다. 그는 “목동구장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은 없다. 목동구장이 작은 것은 모두가 알고 있고 나도 인정을 했다. 목동구장으로 인해 내가 평가절하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목동구장을 지은 것도 아니고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게 됐다”며 “고척돔에서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야구장 크기를 신경 쓰지는 않는다. 타이밍이 맞고 좋은 스윙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넘어갈 공은 어디든 넘어가고 안 넘어갈 공이라면 어디든 안 넘어간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록에 민감한 편이 아니다. 숫자를 바라보고 야구한 적이 없다. 통산 홈런숫자도 모른다. 기사로 나오면 그 때 알게 된다”며 “그저 야구를 꾸준히 오래하고 싶다. 오래하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그래서 건강하게 꾸준히 야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록은 따라오는 것 같다. 넥센에서 오래 뛰면서 한결 같은 선수로 기억되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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