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조인성의 얼굴에 여유가 가득하다.

19일 개봉한 영화 ‘안시성’(김광식 감독)으로 1년여만에 관객들을 찾아나선 조인성은 당태종 이세민(박성웅 분)의 대군에 맞서 싸운 안시성 성주 양만춘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스펙터클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조인성은 여느 사극 속 근엄한 장군들과는 비교가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휘하의 부하들을 이끄는 리더십 역시 친근하기 이를데 없다.

조인성은 “위화감이 없는 장수였다고 해야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면서 “장군, 성주로서의 기존 이미지는 (관객들이) 다들 갖고 있었겠지만, 복잡하게 생각하고 들어가면 한도 끝도 없겠더라. (난) 그냥 양만춘은 그런 사람이라 생각했다. ‘안시성’은 영화를 전형적으로 보지 않는 제작진들이 양만춘과 안시성 성민들의 관계를 그렇게 설정한 영화 같다”고 설명했다.

조인성

그러면서 “실제의 조인성과 배성우의 관계, 조인성과 오대환, 박병은의 관계를 그대로 가지고 갔다. 나는 주연배우니까 그 안에서 리더 역할을 한거다. 그래도 강요에 의해서 끌고 갈 수 없는 세상이다. 추대받지 않으면 이제 리더의 의미가 없다. 소통하고 결정될때, ‘그래’ 하고 하는 거다. 그런 리더가 존중받고 관계가 깊숙해지는 세상이다.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면 누가 좋아하겠나. 그래서 그런 걸 투영시킨거다”라고 했다.

그런 이유로 “그게 38살의 조인성으로서는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하고 돌아보면서 “내가 최민식 선배님의 이순신 장군일 수는 없지 않나”하고 반문하기도 했다.

여유가 있고, 그 바탕에 깔린 자신감이 느껴진다. 조인성은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다”면서 “나를 바라보는 관객이나 시청자들을 민망하게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판을 깔아줬으니 광대로서 놀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배우로서 한껏 열려 있는 자세여서 반가우면서도 놀랍기도 하다. 이런 반응에 조인성은 “제가 그동안 특별히 잘못한 건 없으니까, 그냥 나를 편견 없이 봐주신다는 생각에 그런거다. 다만 그래도 선은 지켜야한다는 생각이다. 안 그러면 실수를 하니까 말이다”라고 답했다.

그런 마음이어서 인간적이고 격 없는 양만춘의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와닿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활솜씨가 뛰어나고 남다른 전략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전장의 장수의 모습 등까지 ‘안시성’은 조인성이 연기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힌 영화가 되기도 했다. 그는 “제가 모르는 제가 많았더라. 나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멀어지기 어려웠다. 무서운것도 두려운 것도 많은 나약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걸 느끼지 못해서 자기방어기제로 지냈다”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러다가 그걸 인정하는 순간 상대의 마음을 훨씬 잘 이해하게 됐다. 말 안에 있는 마음이 보이더라. 그러면서 훨씬 많은 대화를 하게 됐고, 좀더 입체적으로 보게 됐다”고 비결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한국 영화에서 이제는 유머는 필수가 되는 것 같다. 숨은 쉬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답답해진다”며 영화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 웃음을 스스로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우리는 쉬고 싶고, 웃고 싶어한다. 그런걸 알게 됐다. 그래서 나도 좀더 가볍게 할 수 있게 됐다.”

조인성

이번 영화로 조인성이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대중들에게는 어떻게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을지 궁금했다. 조인성은 “어떻게 기억되는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 기억되든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될 수도 없다. 누구를 위해서 원하는대로 그렇게 다 해줄 수 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거다”라고 소신을 말하면서 “그래도 대중 앞에 서는 사람이니까 대중을 뻘쭘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라고 다시 한번 배우이자 톱스타로서 대중을 대하는 마음자세를 알렸다.

cho@sportsseoul.com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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