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조승우가 오랜만에 사극에 나섰다.

조승우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명당’(박희곤 감독)으로 지난 2013년 초 종영한 MBC ‘마의’ 이후 5년만에 사극으로 대중 앞에 선다.

최근작들이 모두 현대물인데다 반향도 남달랐던 터라 사극을 선택한 배경에 궁금증이 일었다. 조승우는 “고민 안 하고 선택했다”고 말하면서 “박희곤 감독님이 주신 작품이라 선택했다”고 말했다. 영화 ‘퍼펙트게임’으로 한 차례 호흡을 한 박희곤 감독에 대한 남다른 신뢰가 있었던 것.

그는 “감독님하고 개인적으로는 사회인 야구도 같이 하고, ‘퍼펙트게임’ 끝나고도 자주 연락하는 친한 사이였다. ‘퍼펙트게임’도 왜 하게 됐냐면, 감독님의 ‘인사동 스캔들’이라는 작품을 봤는데 사건의 전개나 퀄리티가 세련됐다. 유쾌하고 흥미롭게 봤다. 감독님이 스타일리쉬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퍼펙트게임’을 찍고 보니 이 분은 정말 철저히 조사·분석해서 영화를 하는 분이다. 작품을 하나 하면 그분야의 박사가 돼 있다. 그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한다”며 감독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그런 감독님이 사극을 준거다. 보통 때면 사극 힘들어서 안 한다 했을거다. 이제는 좀 안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사극을 주니까 하게 됐다. 또, 이번 영화는 굉장히 정적인 듯하면서도 중후반은 굉장히 동적이다. 제 캐릭터는 평정을 유지하지만, 다른 인물들은 기복이 크다. 그래서 흥미롭다”며 ‘명당’의 매력을 알렸다.

조승우

영화 ‘명당’은 인간의 운명을 바꾸는 땅의 기운을 읽어내는 천재지관 박재상과 땅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욕망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 조승우가 박재상 역을 맡아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강직한 마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모습을 그렸다. 그의 흡입력 있는 연기력은 말할 것 없고, 한복 차림에 갓을 쓴 모습까지 더해져 조승우를 금세 박재상으로 보게 했다.

그런 조승우는 “전 사극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현대적인 이미지의 얼굴이 아니다”라는 게 이유였다. 또, 스스로 전작 ‘춘향뎐’(2000),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 ‘마의’(2012) 등을 언급하며 “(사극을)할 때마다 나의 다른 모습에 흥미롭기도 했다. 나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흡족해했다.

그럼에도 최근 팬들이 열광한 그의 작품들이 모두 현대물이었다. 또, 그 안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응축돼 있지만 폭발하지는 않는 것이어서 신선했고, 절제돼 있어도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에 더 감탄하게 했다. 이에 조승우는 “그동안 감정 과잉의 연기가 많았다. 100을 보여줘야하는데 보통 하다보면 120이 된다. 그러면 오버하는 거다. 나도 감정을 내는 것에 지쳐 있었다. 그러다가 ‘비밀의 숲’을 만났다”면서 “시청자들도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더 많이 호응해준게 아닐까 한다”고 했다.

특히 ‘비밀의 숲’으로는 국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하나 둘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비밀의 숲’이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고, 판권은 해외 십여개 국에 팔린 것. 이를 통해 조승우도 해외진출의 가능성이 열렸는데, 그는 “저는 해외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 영어를 못한다. 한국말로 연기하기도 어렵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소망하는 건 내가 한 드라마와 영화가 해외에서도 사가고 싶은 퀄리티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우리 드라마도 시즌제로 나오면 통으로 해외에서 사가고 싶은 퀄리티로 만들어지는게 소망이다. 그런데 ‘비밀의 숲’이 열개국 이상으로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그래서 ‘비밀의 숲’에 너무 고맙다. 내 소망을 이뤄줬다. SBS ‘신의 선물-14일’은 미국에서 리메이크 했다. 아주 뿌듯하다. 그런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는 여기서 열심히 할테니 많이들 사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 곧 불혹인 조승우여서 나이만큼 더욱 깊어질 그의 연기와 행보에 기대가 되는데, 조승우는 “아직 40이 어떤건진 잘 모르겠다”며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조승우는 “나이 먹는게 나쁘진 않는 것 같다. 선배배우들이 후배들을 위해 길을 잘 다져줘서 나이가 들어도 우리에게 맞고 좋은 작품과 역할들이 있다. 특히 영화계 선배들이 터를 닦아준것 같다”고 한 뒤 “단지 아쉬운건 나이 40이 됐는데, 가정을 꾸리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30대에 때가 되어 결혼한 배우들은 자식도 낳고 인생 경험이 많이 쌓여서 어떤 걸 표현하는데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할 수 있는데 난 그러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해야죠”라고 담담히 말하는 조승우에게 더욱 기대가 높아진다.

cho@sportsseoul.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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