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손흥민
손흥민이 지난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A매치 한국-코스타리카전에서 힘든 표정을 짓고 있다. 고양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파울루 벤투 감독에겐 ‘손’을 쓸 시간이 부족하다.

한국을 넘어 영국에서도 손흥민 혹사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국의 축구 미디어 ‘90min’이 지난 8일 “손흥민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실으면서 그가 유례 없는 강행군에 시달리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여름 내내 한국 국가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을 오가며 엄청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5월28일 신태용호의 러시아 월드컵 대비 평가전 온두라스전을 시작으로 지난 7일 코스타리카전까지 107일간 19경기를 치렀다. 특히 한국과 영국은 물론 오스트리아, 러시아, 미국, 인도네시아 등 북반구 곳곳을 계속 비행하며 뛰고 또 뛰었다. 이 기간에 지구를 두 바퀴 돌았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하지만 손흥민은 11일 칠레전에서 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팬들도 “길게 봐야 한다”며 그가 행여나 피로가 누적돼 큰 부상을 입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사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뒤 쉬는 게 맞다. 환경과 날씨가 낯선 인도네시아에서 16일간 6경기를 뛰었고 그 중 선발이 무려 5차례였다. 그러나 손흥민 없는 A매치는 ‘앙꼬 없는 찐빵’과 마찬가지여서 9월 A매치 기간에 손흥민은 자연스럽게 차출됐고 지난 7일 코스타리카전에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섰다. 토트넘 입장에서도 지난 7~8월 미국에서 열린 ICC컵 때 한국 및 아시아계 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손흥민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손흥민은 실력과 마케팅 능력을 동시에 갖춘 ‘잇 아이템’인 셈이다.

그러나 벤투 감독 시각에서 보면 손흥민을 1분이라도 더 써보고 싶은 게 현실이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한국 대표팀 데뷔전을 통해 손흥민을 이제 갓 82분 점검했을 뿐이다. 특히 대한축구협회가 손흥민을 아시안게임에 데려오면서 토트넘 측과 한 약속이 있어 9~10월에 최대한 손흥민을 활용하면서 대표팀 공격을 만들어가야 한다. 손흥민은 오는 11월 벤투호가 호주 브리즈번에 가서 치르는 호주전 및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 수 없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때도 국제축구연맹(FIFA)의 2주 의무 차출 규정에 따라 필리핀과 1차전, 키르기즈스탄과의 2차전에 불참한 채 소속팀 토트넘에서 경기를 한 뒤 중국과 3차전부터 합류하게 된다. 따라서 부임할 때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건 벤투 감독 입장에선 9~10월에 손흥민을 최대한 가동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이 조금 피곤해도 벤투호에서 뛰어야 하는 이유다.

벤투 감독은 10일 칠레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 혹사론 질문을 받자 “모든 선수들이 경기할 수 있는 정상 컨디션이다. 아시안게임 멤버들의 휴식이 부족한 것은 알고 있으나 모든 점을 고려해 선발 명단을 짜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선발 출전 확률이 높음을 시사했다고 봐야 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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