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_H.E.L.P_2018_혼합매체_가변크기
박혜수, H.E.L.P,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8. 제공|코리아나미술관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관람자에게 새로운 감각의 사용을 자극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유승희)이 개관 15주년을 맞아 감각을 주제로 한 기획전 ‘리:센스(re: Sense)’전이다.

설치미술가 박혜수와 전소정 작가가 자신의 감각적 경험을 화이트큐브 안에 이채롭게 소개해놓았다.

박혜수 작가의 작품 ‘H.E.L.P’의 공간으로 들어서면 어두운 공간 속 침대가 놓여있고 천장에는 필름들이 흔들리면서 저 멀리서 빛이 산란한다. 귀에는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작가는 불면증을 오래 겪었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어둠과 밝음의 사이, 침묵과 소음의 사이에서 불면증으로 예민하게 날선 감각을 설치작업으로 표현했다.

박혜수는 “불면증이 심한데 그걸 작품으로 표현했다. ‘H.E.L.P’라는 제목도 잠을 못자는 것이 너무 괴로운 일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시장 한 켠에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설문 ‘굿나잇, 에브리다비’가 놓여있다. 설문을 통해 관람객들과 적극 소통하는 박혜수는 “설문은 나에게 드로잉의 역할이다. 설문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 문제가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관객들에게는 전시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해서다. 불면증은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고 거기서 오는 동질감과 위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소정_부바_키키_2018_혼합매체_가변크기_부분
전소정, 부바 키키, 혼합매체, 가변크기 부분, 2018. 제공|코리아나미술관

전소정은 2017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한 맹인 무용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눈을 가린 채 도시를 거닐었던 기억을 작업으로 이끌어냈다.

당시 눈을 가린 채 도시를 체험한 기억을 드로잉으로 기록했고 그 드로잉을 공간 디자이너 듀오 ‘힐긋(신보성, 이창석)’과 협업을 통해 코리아나미술관 공간에 새롭게 옮겨놓았다.

신작 제목 ‘부바 키키’는 소리와 형태를 연관지어 생각하는 한 공감각 실험에서 유래했다. 실험에서 곡선과 직선이 있을때 98%의 실험자들이 곡선을 ‘부바’로, 직선을 ‘키키’로 인식한다는 실험이다.

영상 작품 ‘열두 개의 방’은 작곡가 쇤베르크의 페인팅 전시를 기획한 파니 슐만, 큐레이터 안소현과 각각 주고받은 편지 형식의 글들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공감각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전소정은 “드로잉 요소를 촉각적 요소로 번역하는 게 이번 작업이다. 책, 영상, 설치 등을 시도했다. 조율사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 감각을 전해주는 영상을 비롯해 눈을 가리고 도시를 체험한 것을 드로잉으로 그린 것, 이를 다시 공간으로 옮겨놓은 작업, 공감각에 대한 연구를 담은 출판물로 만든 것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코리아나미술관 서지은 큐레이터는 “그동안 코리아나미술관은 여성과 신체를 주제로 꾸준히 전시를 선보였다. 올해는 ‘감각 플러스 마이너스’라는 주제를 통해 감각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최근 국내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혜수와 전소정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감각을 수용하고 번역하는 예술가와 행위, 감각 사이의 교차와 전이 등 보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감각을 다시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10일까지 열린다.

eggroll@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