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작고 가녀린 체구에도 밝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한가득 뿜어내는 해피바이러스 크리에이터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14년 월남해 현재 BJ 겸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새터민 한송이(26) 입니다.


백두산 관광의 관문이라 불리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 출신인 한송이는 4년 전 한류가 좋아 탈북했고, 4년이 지난 현재 누구보다 한류를 사랑하고 알리는 1인 방송인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개인 방송뿐만 아니라 지상파, 종편, 라디오를 넘나들며 유쾌한 입담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10월 방송된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한송이는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지석진입니다'와 KBS 라디오 한민족방송에서 코너를 맡으며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송을 통해 "소녀시대를 좋아해 탈북했다"고 밝혀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남북정상회담부터 이산가족 상봉까지.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있는 요즘 BJ 한송이를 향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소식을 가감 없이 전하며 남북을 이어주는 소통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유쾌한 매력을 가진 BJ 한송이를 최근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Q : '한송이' 이름이 예쁘네요. 본명인가요?


남한에 와서 개명한 이름이에요. '이제 만나러 갑니다'란 방송에 출연할 때 작가님께서 지어주셨어요. 보여지는 이미지가 발랄해서 그런 거 같아요. 이후 ‘한송이’란 이름으로 계속 활동하다 보니 가끔 저도 제 이름이 헷갈리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개명했어요.


Q : 요즘 바쁘신 거 같은데 뭐 하면서 지내시나요?


정말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도 참여하고 있고, MBN '생생정보마당'에서 리포터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그리고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지석진입니다'에서 '북에서 왔슴돠' 코너를 맡고 있고, KBS 라디오 한민족방송에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방송과는 별개로 유튜브 채널과 아프리카티비 BJ로도 꾸준히 활동 중이에요.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 여자농구팀 경기를 하는데 KBS 모바일에서 하는 생중계에서 해설을 맡게 됐어요. 남북 단일팀이라 의미가 크기도 하고 제가 농구를 굉장히 좋아해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에요.


Q : 원래 방송 쪽 일을 하고 싶었나요?


아니요. 제가 남한에 와서 방송을 하게될 줄 전혀 몰랐어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땐 당시 저를 보살펴주셨던 선교사분이 제게 영어, 수학 등 공부를 가르쳐주셨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제가 공부를 못해요. 공부를 하려면 뭔가 꾸준함이 있어야 되는데, 전 책을 5분 이상 들여다본 역사가 없어요.(웃음) 이게 내 길이 맞나 싶더라고요. 우울하고, 즐겁지도 않고, 스트레스만 받았어요.


그때 '공부를 안 해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고, 그 타이밍에 방송 섭외가 들어왔어요. 그때가 '이제 만나러 갑니다' 출연자들을 모집하던 때여서 운좋게 참여하게 됐죠. 이후 같은 채널A에서 하는 '잘 살아보세'까지 출연하게 됐어요.


Q : 그렇군요. 그럼 개인 방송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방송 일이 계속 들어오긴 하지만 안정된 직업은 아니잖아요. 불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제가 성격이 굉장히 쾌활한 편이에요. 그런 저를 보고 아는 언니가 "송이야, 넌 발랄하고 방송도 좋아하니까 개인 채널을 만들어서 키워봐라"고 얘기해줘서 시작하게 됐어요.


Q : 소녀시대가 좋아서 탈북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지난 2014년 3월에 탈북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한류 때문이에요. 소녀시대를 좋아해서 탈북했다고 방송에서 많이 이야기했는데, 사실 그 과정이 있어요. 북한에서 남한의 드라마와 노래를 보면서 남한은 어떤 곳일지 너무 궁금했어요. 그렇지만 절대로 탈북할 생각은 안 했어요. 제가 맏딸이기도 하고 집안에 탈북자가 없어서 용기가 나지 않았죠.


Q : 그러면 탈북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무엇인가요?


그러던 중 친구의 부모님이 먼저 남한으로 탈북하게 됐고, 우연히 그 친구랑 친해지게 돼서 밤에 함께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그때마다 친구 부모님이 전화해서 "남한이 너무 좋다. 북한 여자들이 인기도 많고 한국 남자들 모두 잘 생겼다"며 "돈도 잘 벌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희 집은 나름 부유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친구 말을 듣다 보니 여기서 잘 살아 뭐하나 싶더라고요.


친구가 저보고 남한에 가서 살면 잘 될 거 같다며 같이 가자고 설득했어요. 그래서 중국을 통해 월남했죠. 당시 중국 국경 압록강 변에 남겨질 뻔한 위기가 있었는데 중국 지린성 장백교회 한충렬 목사님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남한으로 올 수 있었어요. 한 목사님은 북한 선교와 탈북자 지원을 하다 2년 전 피살되셨어요. 그분이 없었다면 전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을 거예요.


Q : 탈북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응은 어떠셨나요?


부모님은 제가 탈북하겠다고 하면 절대 안 된다고 하실 게 분명해서 말씀 안 드리고 몰래 탈북했어요. 남한에 와 있다고 하니 너무 놀라시더라고요. 정말 남한이 맞냐고 거듭 물어보셨어요. 그러면서 '우리 집안에 반역자가 나왔다'고 당황하셨죠.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아프지 말고 잘 살라며 좋아하고 응원해주세요.


Q : 남한 생활에 어려운 점도 있을 거 같아요.


딱히 힘든 건 없지만 BJ 활동하면서 조금 당황한 적은 있어요. 생방송을 매번 하며 느끼는 거지만 구독자분들이 북한에서 제가 어떻게 살았는지보다 남한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분들과 소통하려면 남한의 문화와 언어를 많이 익혀야 했어요.


초반에는 남한에서 쓰는 '줄임말'에 너무 당황했어요. 개인 방송을 하다 채팅방을 볼 때 모르는 단어들이 나오면 당황하기 일쑤예요. 예를 들어, '개이쁨'이란 단어를 보고 "저 개 없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또 '핵잼'이란 단어를 보고 "북에선 정부가 실제로 핵을 만드는데 여기선 핵으로 잼을 담가 먹나요?"라고 놀라 물었더니 '와 대박이다' '이런 방송 처음 본다'라며 신기해하시더라고요.


Q : 새터민에 대한 시선, 편견 때문에 힘들지는 않나요?


처음에는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말도 잘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방송에 나가고 나서 당당해졌어요.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많이 궁금해 해주시고 공감해주시더라고요. '송이가 북한에서 왔다는 게 참 신기하다' 이렇게 반응해주셔서 전 정말 감사해요.


Q : 가족 생각도 많이 날 거 같아요.


당연히 많이 보고 싶죠. 그런데 볼 수 없잖아요.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되도록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해요. 지금 워낙 바쁘고 일에 정신없다 보니 신경 쓸 새가 없기도 해요. 고향도 그리워요. 고향 가면 먹고 싶은 음식 1순위가 '감자떡'이에요. 저희 어머니가 감자 음식을 정말 잘 만드시거든요. 한국에선 그렇게 맛있는 걸 못 먹어봤어요.


Q : 남한에서 먹어본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가요?


처음 월남했을 때, 떡을 볶아먹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북한에선 떡을 꿀이나 설탕에 찍어 먹었는데 남한에서는 고추장을 넣고 볶아 먹더라고요. '저걸 무슨 맛으로 먹지' 했었는데 맛보고는 중독돼서 매일 삼시세끼 떡볶이만 먹었어요. 그래서 58kg까지 체중이 는 적도 있어요.(웃음)


Q : 앞으로 계획 중인 영상이 있나요?


'쿡방'을 해보려 해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한차례 평양에서 열린다고 예상하던데 문재인 대통령님이 북에 가시면 평양냉면을 꼭 드시고 올 거잖아요. 제가 평양냉면을 직접 만들어보는 영상을 제작하려고 해요.


Q : 요즘 푹 빠진 연예인이 있나요?


배우는 윤시윤 씨 너무 멋있어요. SBS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를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친애하는 판사님께'가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내용인데 되게 공감되고 감동적이더라고요. 상대 배우 이유영 씨도 맑고 뭔가 순수한 영혼처럼 느껴져서 정말 예쁘더라고요. 또 드라마 끝나고 나오는 가수 정인 씨의 ‘위로’라는 OST에도 요즘 푹 빠져있어요.


Q : 북한에선 요즘 누가 인기가 많나요?


KBS2'태양의 후예' 송중기와 SBS'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이 인기가 많아요. 두 분처럼 전형적인 꽃미남 스타일을 북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같아요. 사실 드라마가 나온 지 꽤 됐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아요. 북한 사람들은 여자든 남자든 누굴 한번 좋아하면 쭉 좋아하거든요. 연애도 하면 한 사람을 질릴 때까지 만나죠. (웃음)


Q : 통일되면 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제 고향인 양강도에 백두산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자주 가서 백두산을 잘 알아요. 통일이 돼서 남한분들이 오시면 백두산 여행 가이드를 해보고 싶어요.


Q : 성격이 굉장히 밝아서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주는 거 같아요.


전 정말 행복해요. 굳이 슬퍼지려고 하지 않아요. 주변에서도 "송이야 넌 정말 밝다"란 말을 자주 들어요. 심지어 슬픈 노래를 할 때도 웃고 있더라고요.(웃음) 제 방송을 보시는 구독자분들도 이런 저를 보고 그저 재미있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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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ee212@sportsseoul.com


사진ㅣ정하은 기자 jayee212@sportsseoul.com, MBN·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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