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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진행된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결승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북한을 극적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이광종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1978년 방콕대회에 이어 36년만에 결승에서 맞붙은 두 팀은 당시에 승부차기 규정이 없어 무승부로 공동 우승을 거둔 바 있다. 인천 | 박진업기자

[반둥=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금메달을 딸 수 있다면, 내용은 일정 부분 포기해도 좋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를 2승1패 E조 2위로 통과했다. 1차전서 바레인을 상대로 화끈한 대승을 거뒀지만 다음 경기서 말레이시아에 패배를 당하며 난관에 직면했다. 20일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3차전서도 어려운 경기를 할 끝에 1-0 신승을 거뒀다.

계획이 틀어졌다. 당초 김 감독은 조별리그 3경기서 조직력을 어느 정도 완성한 후 토너먼트 라운드부터는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한다는 구상이었다. 20명이 모여 제대로 된 경기를 한 번도 치르지 못한 만큼 조별리그를 훈련의 일환으로 여겼다. 그러나 2차전서 패하는 상상 밖 결과가 나왔고, 키르기스스탄이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작전으로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펼치면서 쉽지 않은 3차전을 보냈다. 내용만 놓고 보면 2,3차전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선수 구성, 포메이션까지 매 경기 달라져서 조직력을 다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전체적으로 경기 과정, 내용은 아쉽지만 금메달을 획득했던 4년 전 인천 대회를 떠올리면 지금 김학범호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故 이광종 감독이 이끌었던 당시 대표팀은 대회 내내 ‘재미 논란’에 시달렸다. 공격적이지 않은 경기 내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로 이광종호는 보기에 재미있는 축구를 하지는 않았다. 일부 팬들이 불만을 드러낸 사항이었다. 3-0 승리가 두 차례 있었으나 내용 면에서는 어딘가 답답한 경기를 했다. 태국이나 라오스 같은 약체를 상대로도 시원하게 대승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를 낼 줄 아는 팀이었다.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라운드서 치른 7경기서 13득점을 하는 동안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흔히 말하는 ‘늪 축구’로 금메달을 쟁취했다. 단기 대회에선 결과보다 중요한 게 없다.

지금 U-23 대표팀이 참고해야 할 역사다. 고무적인 것은 키르기스스탄전서 무실점 승리했다는 점이다. 사실 아무리 상대의 전력이 떨어져도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모두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하는 팀을 만나 다득점하기는 어렵다. 황인범은 “그렇게 내려서면 경기하는 게 쉽지 않다. 분석하고 풀어나갈 것을 고민하는 데 경기하는 것은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손흥민도 “사실 밀집수비 공략이라는 것이 어렵다. 오늘은 특히 상대가 공격은 아예 안하고 수비만 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은 전력이 우세하고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들이 포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전처럼 실점만 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16강전 상대는 이란이다. 전통적으로 이란은 강력한 피지컬에서 나오는 힘과 스피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쉽지 않은 팀을 만났다. 목표는 하나다. 바로 승리다. 다음 라운드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패배는 곧 탈락을 의미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승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4년 전 그랬던 것처럼 어떤 팀을 만나도 탄탄하게 수비를 유지하며 한 방으로 상대를 무너뜨린 이광종호처럼 결과를 내는 팀으로 나아가야 한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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