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석연 찮은 패배였다.

20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하계아시안게임 남자축구 F조 최종전에서 벌어진 일이다. 최종전 전까지 순위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1승1무(승점 4)에 득실차(득3 실0)까지 나란히 +3인 가운데 페어플레이 포인트에 의해 사우디아라비아가 1위, 이란이 2위였다. 미얀마와 북한이 함께 1무1패(승점 1)인 가운데 득실차가 -3(득1 실4)으로 같았다. 역시 페어플레이 포인트에 따라 미얀마가 3위, 북한이 4위였다.

객관적인 전력상 20일 이란-미얀마전에서 이란이 이길 것으로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북한전은 두 팀 중 누가 이기든, 아니면 두 팀이 비기든 엇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반 2분과 22분에 한 골씩 내줘 전반을 0-2로 뒤진 채 마치더니 후반 6분에도 추가 실점한 것이다. 그러자 미얀마와 전반을 0-0으로 마친 이란이 후반 11분과 23분 연속 실점으로 0-2로 끌려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졸전은 객관적 전력만 놓고 보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두 나라는 성인 대표팀이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에 아시아 대표로 출전할 만큼 실력이 아시아 톱클래스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모두 한국을 피하면서 방글라데시를 만나기 위함 아니었을까. F조 1위는 16강전에서 E조 2위를 만난다. F조 2위는 B조 2위와 붙는다. 그런데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패하면서 E조 1위가 물 건너갔고 2위가 유력해졌다. 반면 B조 2위는 카타르를 예상밖으로 꺾은 남아시아의 방글라데시로 결정됐다.

비록 수비 불안으로 말레이시아에 패했으나 한국은 이번 대회 우승후보 1순위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2년 뒤 올림픽을 겨냥, 아시안게임 출전 연령인 23세 이하(U-23)가 아닌, 21세 이하(U-21) 대표팀을 투입했다. 한국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모든 팀들이 1위가 아닌 2위를 원하는 상황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먼저 실점하니, 이란도 실점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나 3골차로 패하다보면 북한이나 미얀마에 밀려 F조 4위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란 입장에서도 0-3 패배는 너무 위험한 시나리오가 됐다.

결국 2위를 차지한 승자는 북한이 됐다. 이란은 미얀마에 0-2로 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북한에 0-3으로 졌다. 이란과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미얀마가 모두 1승1무1패(승점 4)를 기록, 승자승 원칙이 필요 없게 된 가운데 이란이 득실차에서 +1로 F조 1위를 확정지었다. 북한이 F조 2위로 방글라데시와 만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F조 3위로 떨어졌으나 와일드카드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미얀마는 4위가 됐다.

축구의 추악한 면모를 엿본 90분이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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