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선발출장 제외된 조현우와 손흥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가 17일 인도네시아 반둥 시 자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렸다.선수들이 경기 전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2018. 8. 17.반둥(인도네시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반둥=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와일드카드는 괜히 있는 게 아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 중인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서 말레이시아 패하면서 벼랑 끝으로 몰렸다. 16강 진출 가능성은 높지만 팀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1차전서 바레인을 대파한 직후 당한 패배로 더 충격적이다. 팀을 보는 여론도 싸늘하다. 한참 아래로 봤던 말레이시아에 패했으니 당연한 분위기다.

지금부터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원래 와일드카드는 대회 흥행을 위해 마련된 장치다. 23세 이하의 상대적으로 인지도 낮은 선수들만 대회에 출전해 흥행에 악영향을 미치자 국가대표급 선수 3명을 포함해 화제를 만들기 위한 방편이었다. 올림픽에서는 1996년, 아시안게임에서는 2002년 도입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손흥민과 조현우, 황의조가 합류했다. ‘캡틴’ 손흥민의 존재감은 말할 것도 없다. A대표팀 차기 리더로 꼽히는 손흥민은 어린 선수들의 정신적인 지주다. 과거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도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믿고 따르는 주장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맏형 조현우는 월드컵을 통해 전국구 스타로 거듭났다. 조현우가 출전할 때 선수들은 안심하고 뛸 수 있다. 공교롭게도 세컨드 골키퍼 송범근이 말레이시아전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기 때문에 조현우의 존재가 더 중요해졌다. 논란 속에 승선한 황의조는 만점짜리 활약을 하고 있다. 바레인전서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말레이시아전의 유일한 득점자가 됐다. 밀집 수비에 막혀 최전방서 고립되는 상황에서도 기회를 만들어 0패를 면하게 했다.

실력으로 봤을 때 세 선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일 열리는 키르키스스탄과의 3차전에서 승리를 이끌 주인공도 이들이다. 손흥민은 1차전에 결장하고 2차전서 35분 정도를 소화했다. 컨디션을 끌어올린 만큼 3차전에는 선발 출전이 가능하다. 2차전을 쉰 조현우도 베스트11 포함이 확정적이다. 황의조의 경우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 체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2~3차전 사이에 이틀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만큼 회복이 가능하다. 위기 상황에서 키르키스스탄전서 활약할 전망이다. 와일드카드의 가치는 보여줄 때다.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와일드카드는 ‘1인분’ 이상을 해야 한다. 충격적인 패배로 팀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들이 중심을 잡고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주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SNS를 통해 과한 비방을 받아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은 선수들을 위로하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황희찬의 경우 말레이시아전 이후 악수를 하지 않고 바로 퇴장해 도마 위에 올랐다. 결정적인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송범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럴 때 선배들이 이들을 독려하고 안정감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