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선수들 격려하는 손흥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가 15일 인도네시아 반둥 시 자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렸다.손흥민이 경기 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18. 8. 15.반둥(인도네시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반둥=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캡틴’ 손흥민(26·토트넘)의 시대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았다. 실력이나 명성, 나이로 볼 때 리더를 담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프리미어리그 수준급의 선수로 도약했고, 의심의 여지 없는 아시아 최고의 스타다. 현재 한국에서 손흥민을 능가할 존재감을 갖춘 선수는 없다. 김민재는 손흥민에 대해 “벤치에만 있어도 힘이 되는 선배”라고 표현했다.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이 손흥민을 주장으로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손흥민은 어떤 유형의 주장일까. 사실 U-23 대표팀 최고참은 골키퍼 조현우다. 1991년생으로 손흥민보다 한 살 많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손흥민은 조현우를 존중하고 있다. 깍듯하게 모신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U-23 대표팀 미디어 담당관을 맡고 있는 김세인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과장은 “손흥민이 주장이지만 최고참은 조현우다. 그래서 손흥민이 뭔가를 할 때 후배들 앞에서 일단 조현우에게 의견을 묻는다. ‘형 이렇게 하려는데 괜찮으세요?’라고 말한 후에 행동으로 옮기는 식”이라고 증언했다. 후배들 앞에서 선배의 권위를 세우면서도 주장의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원래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존중 받는 법이다.

후배들과는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도 특징이다. 손흥민은 팀에 합류한 후 식사 시간에 여러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밥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선수들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동료들과 가까이 지내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어린 선수들 입장에선 손흥민에게 먼저 다가가기 어렵다. 워낙 큰 스타이기 때문에 말 한 마디 걸기 어려울 수 있다. 손흥민과 한 방을 쓰는 나상호가 자꾸 다른 방을 전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 과장이 “네가 불편해서 그렇지 않겠나”라고 손흥민에게 말하자, 손흥민은 “그럴 것 같다. 저도 (박)지성이 형과 처음 방을 썼을 때 정말 정신이 없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손흥민은 그래서 더 후배들에게 접근하는 중이다.

동시에 손흥민은 후배들의 의견도 경청한다. 김 과장은 “손흥민이 선수들의 의견을 종합해 식사 시간을 조정해 달라고 김학범 감독에게 요청했다. 선수들이 배가 고플 수 있으니 조금 더 빨리 먹자는 의견이었다. 주장으로서 먼저 후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소해 보이지만 후배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손흥민은 15일 바레인과의 1차전이 끝난 후 유럽파인 황희찬과 이승우를 자신의 방으로 호출했다. 손흥민이 두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미루어 짐작할 때 팀 분위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황희찬과 이승우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A대표팀 내에서 유럽파와 국내파 선수들이 위화감을 느껴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는 전례가 있는 만큼 손흥민은 선수 간의 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향후 A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기성용이 국가대표 은퇴를 시사한 가운데 차기 리더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23 대표팀에서의 주장 경험은 손흥민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일종의 ‘주장 연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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