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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펜싱 에뻬 박상영(왼쪽)과 정진선이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붕 카르노 아레나에서 훈련을 마친 후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자카르타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자카르타=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아시안게임(AG) 효자종목 펜싱이 금빛 물결을 일으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 입국 3일째인 16일 선수들이 순조롭게 컨디션을 올리며 신중하게 결전의 날을 응시하고 있다. 19일 남자 에뻬 개인전과 여자 사브르 개인전이 열리는 가운데 남자 에뻬 박상영(23)과 정진선(34), 여자 사브르 김지연(30)이 나란히 각오를 다졌다.

남자 에뻬 양달식 감독은 “첫 경기라 부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보통 에뻬가 먼저 시작하는 대회가 별로 없는데 이번에는 신기하게 에뻬를 가장 먼저 한다. 그래도 선수들을 믿고 겸허하게 기다리고 있다”면서 “세계선수권 대회 성적이 좋아서 선수들이 자신감이 있다. 다만 자만하지는 않게 심리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남자 에뻬는 지난달 중국 우시에서 열린 2018 세계 펜싱 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정상급을 증명하면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 청신호를 밝혔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에뻬는 변수가 가득하다. 경계해야 하는 상대도 많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중국, 일본, 홍콩까지 만만한 팀이 없다. 선수 구성만 보면 우리가 가장 나을 수 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른다. 과거 성적이 가장 좋아도 100% 금메달을 딴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세계 선수권 대회에선 2등했지만 아시아선수권에선 4등했다. 우리는 육상이나 수영처럼 기록 경기가 아닌 겨루는 경기다. 상대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박상영도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봤다. 박상영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나는 아직 중간 수준의 선수다. 2년 전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도전자의 입장으로 이번 AG을 치를 것이다. 실제로 나는 아직 아시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본 적이 없다”며 “특별한 라이벌도 없다. 모두가 경쟁 상대다. 결과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 내 기량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누구보다 과정을 잘 밟아왔다고 자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AG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계획한 남자 에뻬 최고참 정진선은 “어느덧 네 번째 AG에 출전하게 됐다. 첫 번째 목표는 단체전 4연패”라며 “금메달 후보 종목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관심을 많이 받으면서 예전보다 환경도 많이 좋아졌다. 관심은 부담이 아닌 ‘좋은 약’이다. 일정도 마음에 든다. 빨리 경기하는 게 좋다”고 긍정적으로 AG 무대를 바라봤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19일 에뻬 개인전 결승에서 박상영과 정진선이 맞붙는 것이다. 인천 AG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정진선은 “상영이는 내 최대 라이벌이다. 둘 다 집중해서 예선부터 한 경기씩 치르다 보면 가장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인천 AG처럼 한국선수가 나란히 결승에 올랐으면 좋겠다”며 “상영이와 붙게 되면 굉장히 신중한 승부가 될 것이다. 실제로 잘 아는 선수끼리 만나면 팽팽한 승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상영 또한 “진선이형과 항상 결승에서 보자고 얘기하고 있다. 진선이형과 나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나 마찬가지다. 펜싱 처음 시작할 때도 진선이형의 올림픽 모습을 봤다. 내 롤모델이다. 롤모델과 대결이 나도 기대된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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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왼쪽)이 한주열 여자 사브르 코치와 16일 겔로라붕 카르노 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자카르타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인천 AG 당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을 거머쥔 김지연은 이번이 AG 두 번째 개인전 출전이다. 김지연은 “욕심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아시아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다. 욕심만 낸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심없이 신중하게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지연은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펜싱 첫 금메달, 그리고 세계 선수권 여자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든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수상해 여자 펜싱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에 대해 “뚯깊고 기분 좋은 일이다. 나 뿐이 아니라 우리 펜싱 선수들 모두가 이번에도 좋은 성적 내서 펜싱이 꾸준히 인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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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이 16일 겔로라붕 카르노 아레나서 훈련을 마친 후 인터뷰에 임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자카르타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한국 펜싱은 AG에서 금메달 40개, 은메달 39개, 동메달 26개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메달을 기록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선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아시아 뿐이 아닌 세계 무대서도 강자로 발돋음했다. 무엇보다 남녀 전종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종목을 가리지 않으며 지난달 세계선수권 대회에선 아시아펜싱 역사상 최초로 종합순위 2위에 올랐다. 자신감과 신중함으로 단단히 무장한 선수들이 이번 AG 첫 날 금빛 찌르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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