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목격자’는 ‘미생’ 오상식 차장의 퇴근 후 이야기 같았죠. 그런데 오상식이었다면 신고를 넘어 범인을 쫓아갔을걸요?”

‘믿고 보는 배우’로 모두가 인정하는 이성민이지만 더욱이 중년 가장 역할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실감나는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이성민이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목격자’(조규장 감독)에서 자신의 전매특허 가장 연기를 선보였다. 이성민은 ‘목격자’에서 우연히 살인 사건을 목격했지만 가족의 안전을 위해 못 본 척해야만 하는 상훈 역할을 맡았다.

‘목격자’ 속 상훈을 보고 이성민이 연기한 tvN 드라마 ‘미생’(2014) 오상식의 모습을 떠올렸다는 의견도 많았다. “오상식 차장의 퇴근 후 이야기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성민 역시 동의한다며 “초반 술 취한 모습에서 오상식이었다. 오상식의 스릴러라는 말도 있는데 오상식이었다면 아예 범인을 쫓아갔을 것이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많은 작품 속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친 이성민이지만 이처럼 방송한 지 4년이 지난 후에도 ‘미생’은 계속해 회자되는 작품이다. 이성민은 “‘미생’ 때 주옥같은 대사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사인을 요청 받을 때 ‘더할 나위 없었다’를 적어달라는 분들도 굉장히 많았다”고 ‘미생’의 여전한 여운에 대해 전했다.

이와 같은 오랜 인기는 이성민의 실감나는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생’에 이어 ‘목격자’에서도 평범한 중년 상훈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보통 중년의 삶이 상훈 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열심히 해서 아파트를 사고 앞으로 이뤄내고 싶은 것이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다”고 인물에 대해 설명했다.

이성민 (3)

특히 이성민은 영화에서 반려견 ‘삐삐’에게 한없이 다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것으로 알려져 연기력의 진가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이에 “사실 일상에서는 표정을 잘 못 감춘다. 집에서 많이 혼났다. 일상과 연기가 다른 것 같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데 영화에서 가족사진을 촬영해야 해 아내 역을 맡은 진경 씨가 안았던 기억이 있다. 진경 씨도 무서워해서 미안했지만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차기작이 동물과 함께하는 ‘미스터 주’다. 그래도 요즘은 강아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부부 호흡을 맞췄던 진경에 대해 “호흡이 잘 맞았다.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만족을 드러냈다. 또한 시사회 때 실제 이성민의 아내에게 진경을 소개시켜줬다는 일화도 전했다. 이와 함께 영화 ‘공작’(윤종빈 감독)에서 함께한 황정민도 ‘베테랑’(류승완 감독)에서 진경과 부부 호흡을 맞췄다고 전하자 “갑자기 기분이…”라 농담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정말 노련한 배우다. 그런 앙상블은 진경 씨의 탁월한 능력인 것 같다”고 칭찬을 거듭했다.

연기파 배우의 대표주자 이성민이지만 최근 ‘공작’에서 황정민과 함께 연기 어려움을 겪은 사실이 공개돼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성민은 “나이가 들고 익숙해지니 절망적인 순간을 본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영화를 찍으며 그런 순간들을 경험했다. 너무 창피했었다. 내 몸과 정신이 말을 안 듣고 제어가 되지 않았다. 정민이는 관성이라 표현했는데 나는 많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나이가 들면 누가 지적을 잘 하지 않는다. 사기 치고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민이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담금질을 하러 갔는데 왜 저 배우가 대단한 것을 해냈는지 그 이유를 알겠더라. 이 직업을 선택하고 일을 하며 끊임없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라 생각한다”고 연기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토로했다. 또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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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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