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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8일 영국 런던 토트넘 훈련장에서 잉글랜드 국가대표 델레 알리를 앞에 두고 슛하고 있다. 출처 | 토트넘 트위터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프로 데뷔 9번째 시즌, 이젠 그가 역사를 써내려 간다.

‘꿈의 무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다시 문을 연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 손흥민도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환희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축구종가에서 ‘유럽무대 100번째’ 골세리머니를 하기 위해 질주하고 슛을 날린다.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은 11일 오후 8시30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제임스파크에서 열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를 통해 내년 5월까지 9개월 남짓 항해한다.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와 함께 토트넘 공격 4총사를 이룬 손흥민은 뉴캐슬과의 개막전 직후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를 위해 잠시 토트넘을 떠나지만 다음 달 중순 다시 프리미어리그에 돌아와 아시아 최고 몸값을 증명하게 된다. 그리고 ‘유럽 무대 100골’ 고지에도 도전장을 내민다.

지난 2008년 독일로 건너 온 손흥민은 18살이던 2010년 여름 함부르크 1군으로 승격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첫 시즌 3골, 두 번째 시즌 5골을 넣으며 잠재력을 알린 그는 2012~2013시즌 분데스리가에서만 12골을 쏟아부으며 독일 정상급 공격수로 올라섰다. 결국 2013년 6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상위권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더 넓은 세상을 만났다. 레버쿠젠에서의 2년간 각각 12골과 17골을 터트려 유럽에서도 주목한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그를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손흥민은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인 3000만 유로(약 400억원)에 토트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2015~2016시즌 8골로 예열한 그는 2016~2017시즌 21골을 뽑아내며 한국인 유럽무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러시아 월드컵 직전 시즌이었던 2017~2018시즌에도 18득점으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축구 하나만 바라보고 독일에 온 소년이 어느 덧 유럽에서만 차곡차곡 96골을 쌓았다. 96골을 대회별로 분석해보면 분데스리가가 41골로 가장 많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 30골을 기록했다.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10골, 그보다 하부리그로 간주되는 유로파리그에서 3골을 터트렸다. 독일 FA컵 3골, 잉글랜드 FA컵 9골이다. 프로 선수로 뛰는 10번째 시즌에서 통산 100골 위업을 이룰 것이 확실시 된다. 아시안게임 참가로 한 달간 소속팀을 비우지만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비롯 이번 시즌 4대 공식 대회에서 55경기 안팎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토트넘의 전력과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물이 오를대로 오른 그의 킬러 본능을 생각하면 100골 달성은 시간 문제다. 9~10월엔 세 자리수 골 기록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선수로 유럽무대 최다 골 기록을 보유한 이는 1980년대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한 ‘불세출의 스타’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다. 1978년부터 1989년까지 12시즌동안 분데스리가 98골 등 총 121골을 넣었다. 그는 1986년에 100골을 돌파했다. 차 감독 외엔 그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높은 벽에 손흥민이 거의 다가섰다. 손흥민은 이미 차 감독이 1985~1986시즌에 달성했던 한국인 한 시즌 최다골 19득점 기록을 지난해 이미 깨트렸다. 새 시즌 20골 안팎의 골 감각을 유지한다면 차 감독이 보유한 유럽무대 통산 득점 기록도 1~2년 이내 경신할 수 있다.

100골 고지를 향한 첫 경기가 자신과 함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유이한’ 선수 기성용과 맞대결이 됐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기성용이 러시아 월드컵 직후 스완지 시티를 떠나 뉴캐슬과 2년 계약하면서 개막전 맞대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선발이 확실시되는 손흥민과 달리 기성용의 선발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교체 투입되더라도 토트넘전에 출전할 확률이 높다. 러시아에서 주장 완장을 나눠 차며(1~2차전 기성용, 3차전 손흥민) 한국 축구의 ‘해피 엔딩’을 이끌었던 둘이 이번엔 프리미어리그 개막 라운드를 수놓는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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