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윤형 인턴기자]27년간 연예계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수 출신 배우 이혜영(47)은 변함없는 미모와 사랑스러움, 탁월한 재능과 노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스스로 증명했다.


그는 최근 방송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거침없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소싯적 방송가를 주름잡던 만능 엔터테이너다운 면모를 가감 없이 뽐낸 것. 오랜만에 안방에 나타난 그는 방송 다음 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하는 저력을 보였다.


솔직한 매력이 단연 돋보였다. 그는 여야도 몰랐으나 국정농단 사건으로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뇌섹녀(뇌가 섹시한 여자)'의 기질을 발휘했다. 또한 방송 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JTBC 예능 프로그램 '슈가맨2'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그룹 워너원 강다니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당당함은 여전했다. 이혼과 재혼에 관한 내용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공감을 이끌었다. 이혜영은 "과거 이혼을 하게 되면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나도 이제 방송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혼 소식을 부모님보다 '여걸식스' CP에게 먼저 알렸다. 그랬더니 '좀 쉬고 나와라, 네가 뭐 잘못했니'라고 하더라. 그리고 한 달 후에 연락이 왔다"며 이른 방송 복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두 번째로 찾아온 '사랑' 역시 숨김이 없었다. 한살 연상의 사업가와 재혼한 이혜영은 그간 연애담과 더불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전했다. 재혼으로 새로이 품에 안은 딸에게도 무한한 애정을 밝혔다.


지난 1990년 이혜영은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록 음악 가수로 데뷔했다. 1992년 혼성 3인조 그룹 1730(일칠삼공)의 보컬로 정식 데뷔한 그는 당시 '로미'라는 예명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저 널 바라본 것뿐'을 타이틀곡으로 내걸고 남성 멤버 아휘, 무아와 함께 활동을 펼쳤다. 그룹명 '1730'은 바로크 시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구하는 음악 색깔이 확고했다. 당대 그룹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남성 멤버들이 앨범 전곡을 작사 작곡했지만 크게 화제를 모으지는 못했다.


1994년 그룹 잼의 윤현숙과 의기투합해 여성 듀엣 코코(COCO)로 재정비했다. 코코는 DSP엔터테인먼트에서 배출한 최초의 걸그룹이다. 귀여움과 섹시함을 콘셉트로 잡은 두 사람은 '그리움으로 지는 너'를 발표하면서 대세 반열에 올라섰다. 세련된 이미지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젊은이들에게 큰 사랑을 얻었다.


코코의 전성기는 짧고 굵었다. 같은 해 2집 '그 느낌 속의 너'를 발표한 뒤 돌연 해체한 것.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이혜영은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KBS2 드라마 '바람의 아들'을 시작으로 연기자로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이혜영은 KBS2 드라마 '첫사랑'으로 1997년 제33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신인연기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같은 해 MBC 드라마 '예감'의 박신자 역할로 MBC 연기대상 여자 인기상까지 거머쥐었다. 연기자와 가수,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셈. 그야말로 제동 없는 인기의 시작이었다.



가수로서 행보도 이어갔다. 2000년 솔로 앨범 'Her First Sence(허 퍼스트 센스)'로 무대를 향한 갈증을 풀었다. 그룹 룰라 출신 가수 이상민과의 인연은 여기서 닿았다. 이혜영은 타이틀곡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의 작곡가인 그와 2006년 웨딩 마치를 울렸으나 결혼 1년여 만에 협의 이혼 과정을 밟았다. 당시 자세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이상민의 사업 실패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인 아픔에도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MBC '예감', '왕초', '안녕 내 사랑', SBS '맛을 보여드립니다', KBS2 '달자의 봄', MBC '김치치즈스마일' 등 여러 드라마로 끊임없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영화, 뮤지컬에도 출연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2009년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포텐이 터졌다. 배우 김남주와 함께 30.6%라는 최고 시청률 견인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 양봉순 역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냈던 이혜영은 그해 MBC 연기대상 여자 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그간의 노력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이혜영 하면 '패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룹 샤크라, 가수 엄정화의 스타일링을 책임진 바 있는 그는 연예계 대표 패셔니스타다. 한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 큰 성공을 일으킨 뒤 패션 사업가로도 맹활약하고 있다. 늘씬한 각선미를 보유한 이혜영은 연예인 최초로 12억원에 달하는 다리 보험을 들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방송한 tvN 예능 프로그램 '인생술집'에는 배우 오연수와 솔직한 입담을 과시한 이혜영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2011년 현 남편과 재혼한 이혜영은 그의 딸을 키우며 본격적으로 그림에 빠져 살았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부터 재능을 보였던 미술에 발을 내딛게 된 것. 실제로 이혜영은 지난해 그림 전시회를 개최하며 화가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날 방송에서 이혜영은 재혼 후 맞이한 사춘기 딸에 대해 "어렵게 친해졌는데 유학으로 다시금 멀어졌다. 그런데 딸이 오해했더라. 내가 연예인이고 키우기 귀찮아서 보낸 거로 생각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딸과 울면서 통화한 일화를 밝히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유학 생활에 적응한 딸의 근황을 전하며 밝게 웃는 그의 미소는 뭉클함을 자아냈다. 이를 지켜보던 오연수는 "이혜영의 딸이 이제 아빠보다 엄마 말만 듣는다"며 "딸과 가까워지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혀 감동을 안겼다.


화려함 속에 가려진 여린 내면을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걸그룹부터 배우, 화가까지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인생 2막을 일궈낸 이혜영의 미래를 응원한다.


yoonz@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 DB, tv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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