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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난운   출처 | unsplash.com

[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먹장구름 한 장이 머리 위에 와 있다. 갑자기 사면이 소란스러워진 것 같다. 바람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삽시간에 주위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잎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굵은 빗방울이었다. 목덜미가 선뜻선뜻했다. 그러자, 대번에 눈앞을 가로막는 빗줄기. 비안개 속에 원두막이 보였다.” 여름철 소나기 내리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묘사된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의 한 대목이다.

여름철 한낮에 태양열을 받아 뜨거워진 지표면의 공기는 상승하여 구름이 된다. 이때 이 공기의 습도가 높고 불안정하면 급격히 발달하여 우리가 흔히 말하는 뭉게구름(積雲)이 된다. 뭉게구름이 더 발달하면 적난운(積亂雲)이 되어 소나기를 내린다. 이때 소나기에 동반하는 천둥과 번개, 강한 바람과 우박 등은 많은 피해를 가져온다. 시설물 파괴는 물론 농업 그리고 항공기에도 직접적인 안전위험요인이다.

예전에 청주전투비행단 기상대장으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여름날 오후, 비행장은 약간의 뭉게구름만 떠 있는 맑은 날씨였다. 마침 TV를 켰는데 청주공설운동장에서 국제축구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화면으로 엄청난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기상대예보실로는 이런 소나기에서 경기가 계속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청주공설운동장은 비행장에서 남동쪽으로 불과 11㎞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거의 같은 지역임에도 여름철에는 소나기가 오는 곳과 오지 않는 곳으로 나누어진다. 바로 이런 특징을 가진 기상 현상이 여름철 소나기이다. ‘여름철 소나기는 쇠등을 다툰다’는 속담은 여름철 소나기 내리는 지역이 소(牛)의 등을 경계로 할 만큼 국지적(局地的)으로 발생한다는 말이다. 대개 열(熱)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여름철 소나기는 발생 범위가 작고 지속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여러개 뇌우 세포로 이루어진 적난운이 아니라면 한 시간 이내에는 그친다. 따라서 여름철 소나기가 내릴 때는 당황하지 말고 건물 안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시절 알퐁스 도데의 ‘별’이라는 작품 속에도 소나기가 나온다. 양치기 청년과 아름다운 아가씨 스테파네트가 소나기 때문에 밤을 지새운다는 플라토닉 러브 이야기다. 가끔 나에게도 이런 소나기가 내렸으면 할 때가 있었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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