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윤형 인턴기자]코미디언 이영자(50)의 예능 그래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영자의 전성시대'가 다시 한번 도래한 것이다.


이영자는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을 통해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했다. 파일럿 방송 때부터 '먹교수'의 위엄을 뽐내며 '먹방(먹는 방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 동시에 매니저와의 찰떡같은 케미스트리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전참시'에서 선보인 '영자미식회'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영자는 기가 막힌 맛 표현과 남다른 레시피로 대세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가 추천한 메뉴는 매번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고 '말죽거리 소고기 국밥, 소떡소떡, 김치 만두, 오골계 초란' 등의 완판 신화를 일궈냈다. 차원이 다른 '먹방'으로 전국 요식업계를 긴장시킨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이영자의 파워는 객관적인 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일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2018년 7월 예능방송인 브랜드 평판 순위를 발표했다. 브랜드 평판지수는 브랜드 빅데이터를 추출하고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해 참여가치, 소통가치, 미디어가치, 소셜가치로 분류하고 가중치를 두어 나온 지표다. 이 결과에서 이영자는 당당히 2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보였다.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생선 가게의 셋째 딸로 태어난 이영자. 교복 차림으로 생선을 배달하던 그는 직접 등록금을 마련해 서울예술대학 연극학과에 입학했다. 순탄치 않았지만 결코 가난에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다사다난했던 삶을 십분 활용해 기회로 삼았다.


그는 1980년대 말 밤무대 MC로 대한민국 일대를 주름잡았다. 화끈한 진행 솜씨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유명세를 떨친 것. 개그맨 전유성은 단번에 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지상파에 진출할 것을 제안했다. 본명 '이유미'에서 이영자로 탈바꿈한 사연도 여기에 녹아있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명을 지었고, 그것이 오늘날의 이영자를 만들었다.


8번의 낙방 끝에 1991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이영자는 여성 코미디언으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심형래, 주병진, 이경규, 강호동, 신동엽 등 남성 코미디언들의 대활약에도 기죽지 않았다.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브라운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1994년 방송한 SBS 예능 프로그램 '기쁜 우리 토요일'에서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코너를 이끌었다. 버스 안내양 캐릭터로 분한 이영자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버스에 태워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대 위 그는 통통한 몸집에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좌중을 압도했다. "안 계시면 오라이~"라는 유행어를 공전의 히트시키며 '영자의 전성시대' 1막을 열었다.



28세의 청춘은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변신했다. 1995년 KBS2 예능 프로그램 '슈퍼선데이'의 코너 '금촌댁네 사람들'에서 이영자는 40대 주부 금촌댁 역할을 맡았다. 시장 한 귀퉁이에서 생선을 팔던 고등학생 '이유미'가 있었기에 가능한 연기였다. 탄탄한 연기력은 '금촌댁네 사람들'의 시청률을 40%까지 견인했다.


눈부신 활약 만큼 상복도 이어졌다. 1993년 백상예술대상 여자 코미디 연기상, 1996년 제23회 한국방송대상 코미디언상, 같은 해 제3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희극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이영자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코미디언으로 자리잡은 듯 보였다.


하지만 꽃길은 오래가지 못했다. 종횡무진 활약하던 그는 2001년 '다이어트 사건'으로 오랜 슬럼프를 겪었다. 다이어트 관련 상품의 모델로 활동하면서 지방흡입수술을 받았고 이를 숨겼기 때문. 눈물의 사과를 전했지만 여론은 차가웠다. 일부 언론은 이영자에게 비호감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몇 차례 재기할 기회를 노렸으나 쉽지 않았다. 콩트 위주의 정통 코미디에 주력하던 이영자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예능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들었을 터. 한동안 방황하던 그는 tvN 예능 프로그램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하며 제대로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택시 승객으로 탑승한 스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MC로서 역량을 맘껏 펼쳤다.


2010년부터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서는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혔다. 그는 1990년대 '명콤비'로 함께한 신동엽과 재회하며 방송 복귀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안녕하세요'에서 진중한 질문을 던지며 한층 성숙해진 면모를 과시했다.


이영자의 푸근한 입담과 더불어 날카로운 일침은 호감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일반인의 고민을 주제로 한 토크쇼인 만큼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긴 기다림 끝에 여성 대표 MC로 우뚝 선 이영자는 2012년 KBS 연예대상 쇼오락 MC부문 여자최우수상, 2014년 아시아 레인보우TV 어워즈 최우수여자진행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21일 방송한 '전참시'에는 매니저와 함께 동반 광고를 촬영한 이영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의 광고는 '전참시'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를 콘셉트로 진행됐다. 이날 이영자는 "프로그램 덕분에 광고를 찍을 수 있었다. 매니저랑 이런 추억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고맙다"며 겸손한 태도를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 보도 장면을 편집해 그를 주춤하게 했던 '전참시'에게 공을 돌린 셈이다.


더욱 눈길을 끌었던 건 통 큰 행보였다. 앞서 "광고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거니까 누군가에게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주고 싶다"며 "세상이 아름답게 돌아갈 수 있도록 기름칠하고 싶다"고 밝혔던 이영자는 자신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 시청자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자 광고의 출연료를 전액 기부한 것. 기부 소식에 최대한 말을 아끼는 면모는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영자의 후원금은 밀알복지재단에 전달돼 치료나 수술이 시급한 저소득 장애 아동 7명의 의료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그는 9년간 안방마님으로 군림한 KBS2 '안녕하세요'를 비롯해 올리브TV 예능 '밥블레스유', JTBC 예능 '랜선라이프'까지 다양한 채널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대중은 알아야 한다. 그가 풍파 속에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았음을. '영자의 전성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yoonz@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 DB, 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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