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16일(한국 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시즌 18호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1볼넷의 활약을 펼치며 연속경기출루기록을 51경기로 늘렸다. 경기는 볼티모어의 6-5 승. ‘홈런의 아이콘’인 베이브 루스가 태어난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드에서 그와 타이 기록을 세웠다는 게 아이러니다. 매린랜드 주 볼티모어에는 루스의 생가와 함께 박물관이 조성돼 있다.

추신수는 5월14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을 시작으로 올시즌 최다 연속경기출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록 행진과 함께 타율도 0.239에서 0.293으로 껑충 뛰었다. 홈런 18개는 역대 전반기 최다다. 그동안 전반기 최다 홈런은 13개였다. 전반기를 기분좋게 마감한 추신수는 볼티모어에서 차량으로 1시간 거리의 워싱턴 DC로 이동해 17일부터 시작되는 올스타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메이저리그 연속경기출루 최다 기록은 ‘위대한 타자’로 통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드 윌리엄스(작고)가 보유한 84경기다. 1949년 7월2일부터 9월28일까지 시즌의 절반 이상을 안타와 볼넷 등으로 출루했다. 당시 한 시즌은 154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다. 윌리엄스의 연속경기출루는 MLB에서 깨지기 힘든 기록 가운데 하나다. 보스턴 팬들은 윌리엄스의 기록이 1941년 뉴욕 양키스 조 디마지오의 56연속경기안타보다 더 뛰어나다는 주장도 편다. 전문가들은 연속경기 최고 기록 가운데 디마지오의 연속경기안타를 1위, 윌리엄스의 연속경기출루를 2위로 꼽고 있다. 윌리엄스와 디마지오는 MLB 최고 타자로서 뿐만 아니라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싱징적인 타자이기도 해 양측 팬들의 주장이 늘 갈린다.

연속경기출루의 기본은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이다. 윌리엄스는 이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윌리엄스는 타격왕을 6차례 차지했고 타율-홈런-타점의 타격 3관왕도 두 번씩이나 일궈냈다. 흥미로운 점은 1942년, 1947년 두 차례 타격 3관왕을 차지하고도 아메리칸리그 MVP를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에게 내줬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도 장교로 참가한 윌리엄스는 기자들과의 관계가 매우 껄끄러웠다. 첫 번째 MVP는 제2차 세계대전에 3년 참가한 뒤인 1946년에 수상했다. 3년의 군복무 공백에도 불구하고 타율 0.342, 38홈런, 156타점(1위), 142득점(1위)을 작성했다. 두 번째 MVP는 84연속경기출루 대기록을 세운 1949년이었다. 타율 0.343, 43홈런, 159타점, 150득점을 기록했다. 타율을 제외하고 홈런, 타점, 득점 등에서 리그 1위였다.

요즘 국내 언론은 추신수를 ‘출루머신’으로 부르고 있다. 출루에 관한 한 빼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윌리엄스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역대 MLB 출루 1위는 윌리엄스다. 통산 출루율이 0.482로 5할에 가깝다. MLB 19년 동안 7년 연속을 포함해 12차례 출루율 선두를 기록했다.

그러나 윌리엄스가 84연속경기출루 기록을 세웠을 당시에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출루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세이버매트릭스 기록이 등장한 이후다. 추신수가 2013년 12월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473억원)의 ‘대박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도 출루의 중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51연속경기출루를 하는 동안 7경기에서 안타를 뽑지 못하고 볼넷으로 기록을 연장했다. 또 좌완이 등판할 때 텍사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부상과 휴식을 내세워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윌리엄스는 84경기 가운데 13경기에서 안타를 때리지 못하고 볼넷으로 기록을 이어갔다. 그러나 단 한 경기도 결장하지 않았다. MVP를 수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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