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바페
2018 러시아 월드컵 영플레이어상에 빛나는 프랑스 킬리앙 음바페. 캡처 | 프랑스 축구협회 SNS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은 2020년대 새 축구 황제의 지형도를 내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 10년간 ‘축구의 신’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이 사실상 현역 마지막 대회다. 둘 다 소속팀에서도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프랑스의 우승 주역인 1998년생 킬리앙 음바페(19·파리 생제르맹)를 중심으로 ‘신계’의 새 판짜기가 서막을 열었다.

‘10대 스타’ 음바페는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다. 평균 나이 26.1세의 ‘젊은 프랑스’에서도 가장 돋보인 존재가 19세의 음바페다. 2015년 프랑스 AS모나코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자국 전설 티에리 앙리의 팀 최연소 득점 기록을 깨는 등 ‘될성부른 나무’였다. 2016~2017시즌 리그 두 자릿수 득점(15골)에 성공한 뒤 이듬해 ‘2000억 몸값’으로 파리 생제르맹 유니폼을 입었다. 2017~2018시즌 리그에서만 27경기 13골, 컵대회 4골, 유럽 챔피언스리그 4골 등 21골을 몰아넣으면서 국가대표팀에도 합류했다. 알고도 막지 못하는 순간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 전술은 전성기 시절 앙리와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잠재력은 결국 월드컵에서도 빛을 봤다. 이번 대회 4골을 넣으면서 ‘베스트 영플레이어상’의 주인공이 됐다. 또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조국의 4-3 승리를 이끌었는데 축구황제 펠레(브라질)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경기에서 2골을 넣은 10대 선수로 기록됐다. 또 크로아티아와 결승에서도 골 맛을 보면서 역시 월드컵 결승전에서 유일하게 10대 선수로 골을 넣은 펠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벨기에와 4강에서는 팀이 이기고 있던 후반 막바지에 불필요하게 시간을 지연하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도마 위에 오르는 등 성장통도 겪었다. 그럼에도 그가 보여준 ‘악마의 재능’에 대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20년 전 프랑스 우승을 이끈 지네딘 지단의 별명 ‘지주’를 본떠 ‘그리주’라는 별명을 얻은 팀 동료 앙투안 그리즈만(27·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이번 대회를 통해 진정한 ‘월드클래스급’ 선수임을 입증했다. 프랑스가 ‘원 팀’으로 거듭나는데는 스타 공격수의 헌신이 뒷받침됐다. 그 중심이 그리즈만이었다. 결승전에서 마리오 만주키치의 자책골을 끌어내는 위협적인 프리킥과 페널티킥 골로 존재감을 보인 그는 이번 대회에서 고비마다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4골 2도움을 기록하면 브론즈볼과 함께 실버부츠 등 개인상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오로지 숫자로만 그를 평가할 순 없다. 늘 2선까지 내려와 협력 수비 뿐 아니라 공격의 시발점 노릇을 하면서 ‘실리적 아트사커’의 창조자 구실을 했다. 프랑스 전술의 열쇠는 단연 그리즈만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 라 리가를 누비는 그는 2017~2018시즌 모든 공식 경기에서 29골을 터뜨렸다. 정규리그 6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골을 기록했다. 이제 그리즈만은 20년 전 지단이 그랬던 것처럼 프랑스의 정신적 지주 구실을 하고 있다.

자국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견인한 벨기에 ‘황금세대’의 주축인 로멜루 루카쿠(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에당 아자르(27·첼시) 역시 나란히 4골씩 터뜨리며 분전했다. 큰 체격에도 스피드와 노련한 발 기술을 지닌 루카쿠는 ‘공공의 적’으로 거듭났고 아자르는 당장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호날두의 대체자로 거론될 정도로 가치가 무르익었다.

반면 메시와 호날두는 ‘원맨팀’의 한계를 실감했다. 호날두는 조별리그 스페인전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초반 4골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지만 동료의 지원 사격이 모자랐다. 16강에서 우루과이에 밀려 짐을 쌌다. 1골 2도움을 기록한 메시도 16강에서 프랑스 벽을 넘지 못하면서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팀 메이저 대회 우승에 또다시 실패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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