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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쿠코치(농구)와 야니카 코스텔리치(스키), 마리오 만주키치(축구) 등 크로아티아 스포츠스타들. 출처 | 유투브, 크로아티아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인구 415만명에 불과한 크로아티아가 러시아 월드컵 결승 진출로 전세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30년과 1950년 두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우루과이(300만명) 다음으로 작은 나라가 월드컵 결승에, 특히 현대 축구가 발전한 시점에 오른 것이어서 더욱 인상 깊다. 놀라운 것은 크로아티아가 축구만 잘 하는 나라가 아니란 점이다.

1990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분리독립한 뒤 크로아티아는 동·하계 올림픽과 구기 종목 세계선수권에서 두각을 확실히 나타내고 있다. 붉은색과 흰색 체크무늬 유니폼을 입고 스포츠로 세계를 호령하는 셈이다. 축구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것은 틀림 없지만 크로아티아엔 또 하나의 국기가 있다. 바로 농구다. 올림픽이 미국프로농구(NBA)에 문호를 개방한 1992년 미국이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할 때 결승전 상대가 바로 소국 크로아티아였다. 크로아티아는 훗날 NBA 시카고 불스에서 활약하며 지금 구단 사장까지 오른 토니 쿠코치를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고, 비록 미국에 두 번이나 30점차 안팎으로 패했으나 독립된 지 얼마 안 된 나라를 세계에 알렸다. 크로아티아는 축구와 농구 외에도 핸드볼과 수구에서 월드클래스 기량을 갖고 있다. 남자핸드볼대표팀은 1996년과 2004년에 올림픽 금메달, 2012년에 동메달을 따냈다. 남자수구대표팀은 올림픽에서 금1 은2을 수확했다.

최근 크로아티아는 육상과 사격, 조정, 요트 등 개인종목이 강하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선 사라 콜라크(여자 창던지기), 산드라 페르코비치(여자 원반던지기)가 우승하는 등 개인종목에서만 총 5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어 역대 최고 성적을 차지한 것이다. 겨울 종목에도 강해 여자 알파인스키 야니카 코스텔리치는 동계올림픽 알파인 여자 종목에서 2002년 3관왕에 올랐다. 프로 종목 중엔 2001년 윔블던에서 자동 출전권 없이 주최 측 와일드카드를 받아 남자 단식 우승까지 이룬 테니스 스타 고란 이바니세비치가 크로아티아인들의 가슴 속에 새겨져 있다.

서울특별시 인구 40%에 불과한 크로아티아가 특정 종목에 치우치치 않고 고르게 잘하는 이유론 역시 사회주의 시절 유고슬라비아 영향력이 꼽힌다. 당시 유고는 지금의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등 6개 국가를 합친 나라였는데 다른 사회주의 나라들처럼 스포츠를 국가 차원에서 키웠고, 동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1984년 동계올림픽을 지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도인 사라예보에서 열었다. 체육에 대한 꾸준한 관심 끝에 특히 단체 스포츠인 축구와 농구에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크로아티아는 세르비아와 함께 유고슬라비아 스포츠를 끌고 가는 양대 축이었다. 축구만 해도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와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세르비아)와 함께 리그 양강을 형성해 자존심 싸움을 치열하게 벌였다. 사회주의 스포츠시스템이 여전히 남아 있고, 그런 가운데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국가와도 가까워 그들의 장점도 배울 수 있다. 러시아, 체코, 헝가리 등 다른 동유럽 국가들의 스포츠가 쇠락한 것과 달리, 크로아티아는 꾸준히 강세를 유지했다. 그런 결실이 ‘황금세대’ 출현에 이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 결승 진출로 또 한 번 열매 맺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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