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원윤종과 황충금,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올해 2월 9일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한국의 원윤종(오른쪽)과 북한의 황충금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평창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진천=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들겠다.”

남북 공동입장과 일부 종목 단일팀 구성이 결정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독도가 표기된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을 39일 앞둔 10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이어지는 가운데 남북은 카누 드래곤보트 남자 200-500-100m, 여자 200-500m와 조정 여자 8인승, 여자농구 등 총 세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한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개막식에서도 공동입장한다. 단일팀이 메달을 획득할 경우 남북은 시상식에서 한반도기를 사용한다. 공동입장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한체육회는 이때 사용할 한반도기에 독도를 삽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3일 본지는 ‘창과 창’ 칼럼을 통해 아시안게임에서는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남북 당국 역시 이러한 시대적 명분을 따르기로 뜻을 모았고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아시안게임조직위 관계자를 포함한 4자 회의를 통해 ‘독도 표기 한반도기’를 사용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OCA는 이에 난색을 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앞선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독도 표기 한반도기’를 승인하지 않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정치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당시 IOC가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귀화선수 맷 달튼의 헬멧에 그려진 이순신 장군 그림을 허락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IOC를 비롯한 국제축구연맹(FIFA) 등의 국제체육단체는 스포츠에서 분쟁의 소지가 있는 정치 개입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OCA의 반대에도 남북은 한반도기에 독도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역사인식 면에서 뜻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4일 평양서 열린 체육회담에서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북측의 원길우 체육부 부상을 비롯한 대표진이 중지를 모았다. 결국 대한체육회는 9일 OCA에 공식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 독도 표기를 원하고 있다. OCA에서는 IOC 관례에 따라 하지 말자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공동입장을 하는 상황에서 OCA가 이를 금지하는 것 또한 정치적인 개입이라고 생각한다. 독도는 우리 땅이고 실효적으로 우리가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남과 북이 함께 강력하게 요청하자고 합의를 했다”고 의견서를 보낸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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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0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진천 | 윤세호기자

한반도기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때 단일팀을 구성하기 위한 체육회담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1989년 3월 9일 1차회담을 시작으로 1990년 2월 7일 열린 9차 회담을 거쳐 한반도기가 첫 선을 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과의 영토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반도의 도서를 제주도만으로 표시했다. 그러나 남북이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사용한 사례도 있다.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2007 창춘동계아시안게임에서 공동입장할 때는 한반도기에 독도가 뚜렷하게 그려져있었다. 정부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단호하게 대응하던 때였다. 당시엔 독도 한반도기를 사용했으나 큰 제재 없이 넘어갔다.

OCA가 남북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OCA가 이미 난색을 표했다. 반대 입장이 갑자기 찬성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다. OCA 입장에서는 상위 조직인 IOC가 판단한 사항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다”며 냉정하게 현실을 짚으면서도 “그래도 정부,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독도 표기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북측에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만에 하나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끝까지 우리 의견을 주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이 부분 역시 스포츠서울이 칼럼을 통해 주장한 내용과 일치한다.) 공식적으로 의견서를 요청한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될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체육회 수장인 이 회장이 많은 취재진이 모인 미디어데이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제 사회와 일본을 향한 한반도의 메시지인 것이다.

OCA는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독도 표기 한반도기에 대한 최종방침을 통보할 전망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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